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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택시' 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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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달 5일 오전 8시.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금호타운아파트 입구에 택시 5대가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승객 한 명을 태운 택시는 곧바로 출발하지 않고 다른 승객을 기다렸다. 택시는 앞뒤 좌석을 모두 채우고 나서야 비로소 시동을 걸었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까지 손님을 태운 택시는 다시 아파트 앞으로 돌아와 승객을 모았다. 택시는 승객 한 명당 2000~3000원 정도를 받고 아파트 입구에서 지하철역까지 실어 나르기를 반복했다. 이 구간의 미터기 요금은 4500원 정도니 승객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정한 구간만 돌며 영업하는 일명 ‘다람쥐 택시’다.

 서울시는 다람쥐 택시 집중 단속을 벌여 21대를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4일에서 7일까지 단속한 결과다. 시가 적발한 다람쥐 택시 대부분은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근무일이 아닌 날짜에 영업해 택시부제를 위반한 사례도 있었다. 합승과 장기정차로 적발될 경우 1차 위반 시 과태료 20만원이 부과된다. 1년간 3회 이상 동일한 사례로 적발될 경우 면허가 취소된다. 다람쥐 택시는 신림동 고시촌 등 지하철역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주로 영업한다. 신림동 금호타운아파트의 경우 마을버스 기점으로 출근 시간 무렵이면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길게 늘어선다. 서울대 입구를 비롯해 숙명여대·서울여대 등 지하철역과 멀리 떨어진 대학도 다람쥐 택시들의 주 영업장이다.

 특정 시간대에 교통 수요가 집중되는 곳도 다람쥐 택시가 몰린다. 예비군 훈련장이 모여 있는 은평구 진관동 구파발역(3호선) 인근이 대표적이다.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이면 구파발역 근처에서 다람쥐 택시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택시 기사들이 호객 행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다람쥐 택시들의 게릴라 영업 방식 때문이다. 또 승객들은 미터기 요금보다 싸기 때문에 승차 거부와 달리 신고에 적극적이지 않다. 택시 기사 편을 들면서 단속을 막는 승객들도 있다.

강기헌·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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