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렌드 읽기] 내 손 안에서 10분 … 웹드라마 중독되겠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국내 최초의 ‘먹방(먹는 방송) 무비’를 표방한 ‘출출한 여자’. 박희본(오른쪽) 주연으로 미혼 여성의 일상을 실감나게 다뤘다. [사진 기린제작사]

회당 10~15분 짧은 시간, 유튜브·SNS· 포털 등 온라인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한 공개, 이른바 모바일·웹드라마가 뜨고 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트를 골라보는 것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호응이 높다.

 10~20대 시청자를 겨냥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주로 캐스팅한다. 첫사랑과 취업, 판타지 등 젊은층의 관심사를 다룬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조회수가 수백만에 이를 정도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TV 위주의 드라마 제작·소비 패턴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학원물 ‘후유증’.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 동준(오른쪽)이 주연을 맡아 내년 초 공개된다. [사진 리노컴퍼니]

 ◆새로운 한류 콘텐트=올 들어 제작된 모바일·웹드라마는 지난 2월 조윤희·정겨운의 ‘러브 인 메모리’ 이후 10여 편이다. 최근 인피니트 성열, 포미닛 남지현 등이 주연한 로맨스 ‘러브 포텐’(12부작)은 누적 클릭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 2AM 임슬옹·김슬기가 출연한 ‘무한동력’(6부작)은 지난달 말 조회수 400만 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정우·정경호 등의 소속사 판타지오가 9월 내놓은 ‘방과후 복불복’(12부작)은 한류 콘텐트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소후닷컴에 공개된 지 한 달 만에 1000만 클릭을 넘었고, 중국판 제작도 들어갔다. 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청춘물이다. ‘서프라이즈’라는 이름의 신인 배우그룹(강태오·서강준 등 5명) 홍보를 겸했다.

 CJ E&M은 19일 20분 4부작 ‘20’s 스무살’을 선보인다. 웹드라마 최초의 초고화질(UHD) 작품이다. 내년 1월에는 tvN에서 총 80분물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비스트 이기광이 아이돌 스타로 나온다. 제국의 아이들 동준이 초능력자 소년으로 나오는, 동명 웹툰 원작의 ‘후유증’도 내년 1월 대기 중이다. ‘방과후 복불복’과 ‘러브 인 메모리’는 시즌2 제작에 들어갔다.

 ◆다양해진 플랫폼=애초에는 기업 마케팅 차원에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그룹이 웹드라마 최초로 제작·투자한 ‘무한동력’은 입사지원·면접 등 채용 과정 전반을 소개하고 자사 임원을 카메오로 출연시키며 기업 홍보에 방점을 찍었다. ‘러브 인 메모리’(교보생명) ‘수호천사’(동양생명) ‘아직 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커핀그룬나루) ‘매콤한 인생’(죠스떡볶이) 등도 기업 마케팅 드라마다. 군산시 홍보물 ‘낯선 하루’도 있다.

 최근에는 점차 독자적인 드라마 장르로 영역을 넓혀가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와 SNS를 통한 파급력, PPL(간접광고)이나 소재에서 자유로운 게 강점이다. 웹드라마의 평균 제작비는 4000만원선. 지상파 미니시리즈 1회 제작비(2억6000만원)로 6회짜리 한 시즌이 가능하다.

 영화 인력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먹방’(먹는 방송) 무비를 표방한 ‘출출한 여자’다. 독신자들을 위한 레시피 소개를 곁들여 반응이 좋다. 10분물 6부작이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로 모바일·웹드라마의 지평을 연 윤성호·이병헌 감독 등 개성파 감독들의 단편영화 모음이다.

 포털·통신사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제작에 뛰어들거나, 적극 상영을 유치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음은 지난 5월 직접 제작 투자한 인기 웹툰 ‘미생’의 모바일 드라마를 독점 공개했다. ‘미생’은 최근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60분물 영화로 재상영되기도 했다. 네이버도 웹드라마 상영을 늘여가고 있다.

 ◆외국에서도 인기 높아=미국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블럭버스터급 TV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데이빗 핀처 감독)는 온라인 방송 사상 처음으로 올해 제65회 에미상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9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감독상·촬영상·캐스팅상 3관왕을 차지했다. ‘몰아보기’라는 최근 시청 패턴을 감안, 시즌 전편 13개 에피소드(60분물)를 일시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씩 보게한 것이다.

 민성욱 백제예술대 교수는 “모바일·웹드라마의 득세는 드라마산업의 지형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2차 시장(온라인)에서 성공한 다음 다시 1차 시장(기존TV)으로 진입하는 등 콘텐트 유통의 새로운 통로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