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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이사 걱정 없는 민간 임대주택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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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0년 동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민간 임대주택이 생긴다. 보증금과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낮고, 연간 임대료 인상률도 5% 이하로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무주택 서민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10년 거주가 가능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준공공임대주택’ 제도를 5일부터 시행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월세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선택폭이 넓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임대사업자나 투자자는 또 하나의 수익원으로 활용 가능하다. 준공공임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싼 이자로 빌릴 수 있고, 세금도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분당에서 이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A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씨는 이곳에서 60㎡ 아파트 세 채를 분양받아 임대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A씨가 준공공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2.7%의 금리로 모두 4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이 지역 아파트 시세가 2억8000만원이니, 세 채를 사기 위해선 개인 돈 3억9000만원을 더 들여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A씨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을 낼 세입자를 구했다. 보증금과 월세는 구청에서 주변 시세를 고려해 정한 것이다. A씨는 보증금을 정기예금(금리 2.8%)에 맡겨 이자수입을 추가로 더 얻기로 했다. 또 보유한 아파트 값은 연간 1.5%씩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예상한 연간 수입은 4224만원이다.

 A씨는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준공공임대사업자는 60㎡ 이하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취득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A씨도 이 세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 재산세는 50%를 감면받는다. 종합부동산세도 과세 표준 합산 대상에서 빠진다. 소득세도 20% 감면 대상이어서 세금 부담을 더 줄일 수 있다. 다만 A씨가 직접 투자한 돈 3억9000만원은 은행에 맡기면 연간 1092만원을 이자로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포기했으니 비용으로 계산한다. 여기에 대출 이자 1215만원을 더하면 연간 총 비용은 2597만원으로 집계된다.

 이런 가정으로 A씨가 준공공임대사업을 통해 1년에 벌 수 있는 돈은 1627만원이다. 게다가 5년 이상 임대한 뒤 팔면 양도소득세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또 10년 넘게 임대한 뒤 집을 팔 때는 매각금액의 60%까지 양도소득금액을 공제받는 혜택도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정책의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준공공임대 사업에 진출, 주택 매매수요를 늘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침체된 매매수요가 살아나면 해당 주택들이 임대 공급을 증가시키고, 전·월세 값 상승도 완화되는 선순환 구도가 만들어지는 게 정부의 바람이다.

 김효정 국토부 주거복지기획과장은 “각종 세제 혜택과 저리 대출 지원을 이용하면 일반적인 전·월세 주택에 비해 높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며 “민간의 여유자금이 이 제도를 이용해 공공성을 갖춘 장기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서민주거안정과 주택거래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준공공임대사업자가 주택을 리모델링할 때도 2.7% 금리로 돈을 빌려 쓸 수 있다. 60㎡ 이하는 1800만원, 60~85㎡는 25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하다. 준공공임대주택사업은 아파트로 대상이 제한된 다른 민간 임대사업과 달리 다세대·단독·오피스텔로도 가능하다. 한편 국토부는 ‘토지임대부 임대주택’ 제도도 5일부터 함께 시행하기로 했다. 집을 지어 임대사업을 하고는 싶은데 땅을 살 돈이 부족해 망설이는 투자자를 위한 것이다. 이 제도에 따라 임대사업자는 토지를 빌려 그 땅에 집을 지을 수 있다. 공공 토지에 대한 임대료는 감정평가금액에 대한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현재 2.9%)로 결정된다. 임대주택 사업에서 최대 45%까지 차지하는 택지비를 줄여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자는 게 정책 목표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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