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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위험" 한국 73%, 일본 55%, 중국 4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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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013 대한민국 벤처·창업박람회가 중소기업청 주관으로 6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박람회에는 총 384개 벤처기업들이 참가했다. 4일 박람회장을 찾은 한 관람객이 옹기 항아리를 이용한 행복소리 오디오 시스템을 살피고 있다. [박종근 기자]

새 정부 들어 청년 창업과 벤처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은 여전히 “가족이 창업하겠다면 말리겠다”는 분위기가 중국·일본에 비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하는 ‘창업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중국인·일본인보다 유독 크기 때문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한국·중국·일본의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창의 인식 비교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4일 내놨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창업에 대한 태도를 묻는 질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신중해야 한다’ 등 부정적으로 답한 한국인은 72.6%로 중국(40.8%)·일본(55%)을 크게 앞섰다.

"창업 말릴 것” 비율도 중국의 3배

‘창업은 청소년의 희망직업이다’ ‘창업은 일자리 창출 및 성장에 필수적이다’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도 한국이 가장 낮았다. 변화와 도전보다는 안정을 중시하는 직업관, 상대적으로 열악한 창업 교육과 이에 따른 기업가정신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박철규 이사장은 “중국은 1가구 1자녀 정책이 실시된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른바 ‘바링허우 세대(一後世代)’의 적극적인 자세와 정부의 지원이 맞물려 창업에 대한 열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전반적으로 한국과 비슷하지만 실패해도 한국보다 타격이 적은 데다 최근 경제가 살아나면서 창업에 대한 인식도 나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세 나라의 성인 1000명씩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중‘바링허우 세대’ 창업 열기 대단

 특히 한국은 무조건 창업을 피하고 보는 ‘창업 기피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의 창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다시 생각하라고 하겠다”는 응답은 31.6%로 중국(10.2%)·일본(18.8%)보다 높았다. “적극적으로 말리겠다”는 응답도 5.1%로 가장 높았다. 창업을 말리는 이유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열악한 재도전 환경’ 등을 꼽는 한국인이 많았다. ‘지원할 창업 자금이 부족해서’ ‘성격·역량과 맞지 않기 때문’ 등의 답변 비율이 높은 중국·일본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바이로봇 직원이 자사의 초소형 전투비행로봇 게임기 ‘드론파이터’를 시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한국은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적 연결고리도 약했다. 한국은 3국 중 가장 높은 77%가 ‘아이디어는 돈과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응답해 아이디어의 가치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를 보상받을 수 있다’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쉽게 이어진다’는 답변은 가장 낮았다.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지는 ‘창업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일본만 해도 아이디어 상품을 전문 판매하는 도큐핸즈처럼 일반인이라도 손쉽게 제품화를 통해 소비자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미국·유럽 등에선 제품이 아닌 아이디어를 사고파는 시장까지 존재한다. 벤처기업협회 이민화 명예회장은 “실적과 담보를 요구하는 한국과 달리 아이디어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풍토가 정착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고령사회 일본보다 창업기피 심각

 한국은 청년 창업도 가장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에 가장 적합한 연령대를 중국은 20대·30대·40대, 일본은 30대·20대·40대 순으로 답했지만, 한국은 30대·40대·20대 순이었다. 20대 창업자에 대한 멘토링·컨설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군대라는 ‘창업 단절구간’이 존재하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서울대 기술지주를 이끌고 있는 홍국선(재료공학과) 교수는 “애플이나 구글·페이스북 등은 학교를 뛰쳐나간 청년들이 창업에 성공한 사례인데, 한국 사회에선 청년 창업가들에 대해 격려보다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은 “한국의 창업 의식이 우리보다 고령화된 일본보다 떨어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을 외면하는 현실을 해결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베이징=손해용 기자, 서울=박수련·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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