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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널 시대 광고 '인포머셜'에 길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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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광고 ‘고향의 맛 다시다’로 유명한 스타AE 출신인 심범섭 대표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1997년 사표를 냈다. 10년 고생 끝에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인포머셜’이다. [사진 인포벨]

요새 케이블TV·IPTV 등만 켜면 나오는 광고들이 있다. 15~30초인 기존 TV광고보다 훨씬 길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저 이순재가 허튼 말은 안 하죠” 등 한 가지 제품에 대해 최장 8분 길이로 집중적으로 설명해 주는 ‘인포머셜(informercial)’ 광고다. 정보(인포메이션)와 광고(커머셜)를 합친 용어다.

 인포벨 심범섭(55) 대표는 국내 인포머셜 광고의 개척자이자 대부다. 인포머셜 광고를 2008년 국내 최초로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도 국내 인포머셜 광고의 20% 이상이 그의 손에서 나온다. 2011년 인포머셜마케팅연구소를 만들어 소장도 맡고 있다. 올해부턴 사단법인 한국인포머셜협회 회장도 겸하고 있다.

 그는 1982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미니카세트 ‘마이마이’ ‘크로이처 오디오’ 광고 등으로 광고제에서 숱하게 수상한 스타 광고기획자(AE) 출신이다. 그가 87~90년 지휘한 ‘고향의 맛 다시다’ 광고는 모델 김혜자씨를 ‘국민 엄마’로 자리잡게 했다. 한창 잘나가던 97년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게임회사에 투자했다가 거금도 잃고, 10년 간 고생 많이 했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유통까지 겸하는 광고회사를 운영해보면 어떨까, 한 가지 제품에 대해 오랜 시간 알려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친구 사무실에 책상 하나 놓고 2007년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인포벨은 현재 업계 1위로, 한 해 취급고 2800억원에 매출 380억원을 올린다.

 “단풍이 곱게 물든 경치를 보여주는 멋진 자동차 광고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런 광고를 만들 순 없죠. 고급스런 이미지 광고는 승자의 여유입니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들은 매출을 즉각 올릴 수 있는 인포머셜 광고를 찾고 있어요.”

 인포머셜 광고는 비싼 입점 수수료를 내야 하는 TV홈쇼핑이나, 광고 시간에 따라 돈을 내는 일반 광고와는 다르다. 인포벨 같은 대행업체가 될 성 싶은 아이템을 골라 광고를 만들고, 판매 실적에 따라 일정 비율을 받는다. 아이디어 하나만 있는 중소기업이 인포벨을 만나 대박 상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운동기구 로베라 식스파워나 홈스타 카페트전기매트, 아놀드파마 방한화 같은 제품은 심 대표가 생산 비용을 대주고 상품 개발에도 관여해 히트상품이 된 경우다.

 지난해 보험 광고 규제가 강화되자 연예인 모델들에게 개인교사를 붙여 보험 판매사 자격증을 따게 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이순재씨의 경우 과외 선생과 함께 공부해 석 달 만에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전했다.

 심 대표는 “다채널 시대에 인포머셜 광고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 규모는 올해 4000억원, 내년 6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심 대표는 “아직도 커질 여력이 많다”고 강조했다. 280여개 채널 중 140여개만 인포머셜 광고를 취급하고 있어서다. 심 대표는 “인포머셜 광고는 저렴하고 품격없는 광고라는 편견을 없애고, 스토리가 살아있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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