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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융캉 체포" … 장쩌민 아들까지 겨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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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패 문제로 사법처리설이 끊이지 않았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가 체포됐다고 대만 연합보가 2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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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도 2일 “전혀 근거 없는 보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일 경우 1949년 공산정권 수립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이 개인 비리와 관련해 사법처리되는 첫 번째 사례다. 동시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례 없이 정치국 상무위원을 손볼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합보는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대만의 친대륙계 신문으로 중국 관련 보도가 비교적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신문은 베이징 정가 소식통을 인용, 저우 전 상무위원이 1일 당 최고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에 부패 혐의로 체포됐으며 당국이 금명간 이 사실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저우와 가족은 수억 위안의 재산을 해외 도피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3월 발생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사건 당시 보를 지지한 것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공안과 사법권을 쥐고 있는 정법위 서기였던 저우는 베이징 근교 무경(무장경찰) 수천 명을 동원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 등 국가지도부 사무실이 있는 중난하이(中南海)를 포위해 보의 체포를 막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저우에 대한 사법처리설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 6개월 동안 그가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석유방(石油幇·석유업계 고위직 출신 정치세력)’과 그의 측근 대부분이 기율위에 체포되면서 사법처리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었다.

 지난 6월 그의 오랜 비서 출신인 궈융샹(郭永祥) 전 쓰촨(四川)성 부성장이 부패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이어 리춘청(李春城) 전 쓰촨성 당 부서기, 장제민(蔣潔敏)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 장딩즈(蔣定之) 하이난성 성장 등 저우의 측근이 줄줄이 낙마했다. 또 왕융춘(王永春) 중국석유 부사장 겸 다칭(大慶)유전공사 사장과 리화린(李華林) 중국석유 부사장, 왕다오푸(王道富) 탐정개발연구원장 등 저우가 발탁한 중국 석유업계 거물 대부분이 당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심지어 저우의 이들 저우빈(周斌)도 당국에 체포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푸정화(傅政華) 베이징 공안국 국장 겸 공안부 부부장이 팀장을 맡아 저우에 대한 부패를 조사해 시 주석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저우를 사법처리할 경우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까지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장 전 주석의 아들 장몐헝(江錦恒)과 저우 전 서기의 아들 저우빈은 상하이에서 정유회사를 경영하는 동업자다. 이 때문에 지난 2개월 동안 석유방 핵심 인사들이 비리 혐의로 체포됐지만 둘은 무사했다. 장 전 주석은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당서기를 하던 2002년부터 그를 미래 국가지도자로 낙점하고 오늘날 국가주석이 되도록 지원했다. 정법위 서기로 재직하면서 저우가 확보한 국가지도부에 대한 방대한 자료도 뇌관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가족 재산이 3조원대에 달한다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저우 측 인사가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저우의 사법처리가 중국 지도부가 가장 우려하는 권력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정보소식통은 “저우를 사법처리할 경우 국가가 혼란에 빠질 수 있어 당내 처리한다는 당 지도부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당내 처리는 최고 영도급 인사가 비리 혐의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사법처리는 유보하되 개인의 권력행사를 통제하거나 사건의 책임자를 내세워 처벌하는 방식이다. 2006년 자칭린(賈慶林) 상무위원 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정협) 주석도 90년 후반 발생한 위안화(遠華) 그룹 100억 위안대 밀수 사건에 부인 린유팡(林幼芳)이 연루되자 이혼하고 책임을 모두 부인에게 떠넘기면서 사법처리를 면한 전례가 있다.

 저우는 지난 10월 자신의 모교인 석유대학 개교 60주년 행사에 참석하고 지난달에는 저명한 교육학자이자 저장성 전 정법위원회 부주석을 지낸 왕청쉬(王承緖)의 사망에 애도를 표시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그처럼 자숙하지 않는 태도가 지도부를 분노케 해 오히려 체포를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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