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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600만원 수입차 몰면서 "세금 못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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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기도 용인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지난해 지방소득세 1400만원을 내지 않았다. 몇 차례 독촉을 해도 “낼 돈이 없다”고 할 뿐이었다. 결국 경기도는 올 들어 본인 명의 재산을 조사했다. 하지만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미 재산을 가족 명의 등으로 옮겨놔서다. 경기도는 어쩔 수 없이 지난 9월 A씨의 체납액을 결손처리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경기도가 혹시 본인 명의로 수입차나 고가의 장비 등을 리스한 게 없는지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A씨가 보증금 700만원에 월 500만원 리스료를 내며 BMW 수입차를 타고 다닌 게 들통났다. 경기도는 지금 A씨의 리스 보증금 700만원을 압류한 상태다.

 재산세와 자동차세 같은 각종 지방세는 “돈이 없어 못 내겠다”면서 비싼 수입 승용차나 호화 장비를 리스해 쓰던 경기도 내 자영업자와 전문직 종사자가 대거 적발됐다. 경기도가 리스회사 등의 협조를 얻어 1000만원 지방세 체납자들의 리스 현황을 파악한 결과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고액 지방세 체납자는 모두 2만8000여 명. 이 중 수입 외제차 같은 호화 리스 이용자는 모두 181명이었다. 이들이 내지 않은 지방세는 416억원에 이른다.

 지방세 1510만원이 밀린 자영업자 B씨는 보증금 7130만원에 월 690만원을 내고 아우디를 리스했다. 취득세 1억3000만원을 내지 않은 산부인과원장 C씨는 월 리스료로 총 640만원을 내면서 벤틀리와 BMW를 몰고 다녔다.

 경기도는 호화 리스 사실이 밝혀진 체납자 중 리스 보증금을 낸 114명에 대해 총 53억6200만원의 보증금을 압류했다. 리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바로 환수 조치할 예정이다.

 적발된 181명은 재산을 본인이 아니라 가족 등 다른 명의로 옮겨놨다고 경기도는 전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밀린 세금을 받아내기 위한 목적으로는 본인 명의 재산이 아니면 조회할 수 없도록 한 현행 법규정을 이용한 것이다.

 경기도가 지방세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리스 이용 실태까지 파악해가면서 밀린 세금 받기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재정난 때문이다. 경기도뿐 아니라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와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에 수입이 모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내년 초·중·고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497억원(57%) 삭감하고 광교 신청사 이전 계획을 뒤로 미뤘다.

 경기도는 1000만원 고액 체납자 2만8000여 명 중 이번에 호화 리스 실태가 드러난 181명 말고도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3000만원 이상 지방세를 2년 넘게 내지 않고 있는 4069명을 악성 체납자로 분류해 실명과 주소를 오는 16일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실명이 드러날 4069명 중 호화 리스로 적발된 것은 5명뿐이다.

수원=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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