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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안에 권력 넘겨라" 태국 시위대, 최후 통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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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잉락(左), 수텝(右)

태국에서 정권 퇴진 시위가 거세지는 가운데 정국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를 주도하는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가 잉락 친나왓 총리를 전날 만나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텝 전 부총리는 “잉락 총리와 비밀리에 회동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국민에게 권력을 넘기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고 ‘이틀 안에 국민에게 권력을 되돌려 주라’고 총리에게 최후통첩을 했다”고 말했다.

또 “총리 퇴진이나 의회해산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의회와 행정부를 대신할 국민회의(People’s

Council)와 국민정부(People’s Government)가 각각 구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텝 전 부총리는 새로운 의회와 정부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잉락 총리는 TV연설을 통해 “평화적인 협상을 위해 모든 문을 열어두겠다”면서도 “수텝 전 부총리의 제안은 헌법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프라차 프로몽 부총리도 “수텝 전 부총리가 정부 전복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반역 행위”라고 경고했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담판 회동은 방콕 시내 군 기지에서 이뤄졌다. 프라윳 찬 오차 태국 육군참모총장이 회동을 주선했으며 육·해·공 사령관들이 모두 참석했다. 군 수장들이 이번 사태에 개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수텝 전 부총리는 “군이 국민을 위해 설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고 프라윳 육군참모총장은 “정부가 나를 경질하더라도 군대는 국가와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현지 언론들은 “전통적으로 영향력이 큰 군이 향후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지가 사태 향방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시내 곳곳에서 계속됐다. 반정부 시위대는 방콕시경 등 주요 정부 청사에 대한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에게 돌과 생수병 등을 던졌고 경찰도 이틀째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탄을 쏘며 맞대응했다. 시위가 계속되자 타마셋 대학 등 6개 대학과 32개 초·중·고교는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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