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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현욱의 과학 산책

당뇨병과 알츠하이머는 동일한 질병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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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편집주간

성인형(제2형) 당뇨병은 혈당을 떨어트리는 인슐린 호르몬에 신체의 반응이 둔감해지는 병이다. 환자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는 비율이 매우 높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가 인슐린에 둔감해지는 데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과 정서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뇌에 독성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이 섬유처럼 엉겨있는 판(플라크)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당뇨 환자의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물질이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물질과 동일하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신경과학협회 회의에서 뉴욕주립대(알바니 캠퍼스) 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을 보자. 연구팀은 건강한 들쥐 20마리와 고지방식으로 당뇨병을 유발한 들쥐 2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이들 쥐에게 어두운 우리를 전기 쇼크와 연관 짓도록 학습시켰다. 어두운 우리에 넣으면 공포로 몸이 굳어지게 만든 것이다. 그 결과 기억력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 당뇨병 쥐의 굳어있는 시간은 건강한 쥐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처럼 기억력이 저하된 이유는 무엇일가.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원인일까. 아니면 나중에 플라크로 변하는 수용성의 작은 덩어리(전구체) 때문일까. 연구팀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둘 중 하나를 차단하게 만든 항체를 만들어 주입했다. 그 결과 플라크 차단 항체는 당뇨병 쥐의 기억력(굳어있는 시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전구체 차단 항체를 주입한 당뇨병 쥐는 기억력이 정상 쥐의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플라크가 아니라 그 전구체에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다. 사실 플라크가 쌓이는 것은 뇌가 해당 전구체를 격리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 이론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을 유발시킨 토끼의 뇌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수가 급증하는 등 알츠하이머 환자의 그것처럼 변한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는 인슐린에 반응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지난해 발표됐다. 반면 건강했던 사람의 시체 뇌조직은 인슐린에 담그면 갑자기 소생하는 것처럼 시냅스 활동을 나타내는 연쇄 화학반응이 일어났다. 이번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는 당뇨의 말기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인지능력 저하를 예방하려면 당뇨병 단계에서 알츠하이머 약을 투여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