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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품 각축장 입성 … 뉴욕 상류층 사로잡은 'K 뷰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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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뉴욕 버그도프 굿맨의 아모레퍼시픽 매장에서 손님이 화장품을 테스트해 보고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미국 뉴욕시 5번가는 명품의 거리다. 그중에서도 최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맨은 명품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인 경연장이다. 미국 상류층이 주 고객인 이 백화점 지하 1층에서는 세계 최고급 화장품이 각축을 벌인다. 바로 이 지하 1층 한복판에 한국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최상위 브랜드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의 매장이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아모레퍼시픽 버그도프 굿맨 매장에서 만난 헬레나 호헨탈 매니저는 “백화점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매장이 있다는 것은 고객 반응이 그만큼 뜨겁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처음부터 버그도프 굿맨 화장품 판매층의 중원을 차지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이 백화점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 자리였다. 꼭 10년 만에 위상이 확 달라진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세는 현지인들도 놀랄 정도다. 백화점 매장은 47곳으로 늘어났다. 미국 내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5% 증가했다.

 매출보다 더 큰 성과는 브랜드 이미지가 탄탄하게 구축된 것이다. 호헨탈 매니저는 “고객의 60∼70%가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를 이미 알고 상품을 구매하러 온다. 미국 내 상류층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확실히 각인됐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고객이라고 스스로 밝히는 유명 인사도 속속 늘고 있다. 영화배우인 우마 서먼, 아이돌 스타 힐러리 더프 등도 아모레퍼시픽 고객이다. 초일류 대접은 가격에서도 드러난다. 아모레퍼시픽 제품은 라메르·라프레리·시슬리 등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대다. ‘할인 행사’는 전혀 하지 않는다. 최고급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파워는 이 회사의 다른 브랜드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한방화장품인 설화수가 3년 전 이 백화점에 둥지를 트는 데 성공했다.

 에스더 동 아모레퍼시픽 미국법인 총괄 부사장은 “미국 뷰티 산업계의 관심이 아시아로 쏠리고 있다”며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뷰티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물 대신 대나무 수액을 사용한 제품은 새로운 성분을 선호하는 상류층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동 부사장은 “시장을 파고드는 데는 뛰어난 상품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그 상품을 사야 하는가에 대한 고객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인은 노화방지에 관심이 많지만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고 나서야 노화방지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미국인에게 한국에서 하듯이 ‘조기 피부관리’의 중요성을 인식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국 화장품 업체도 아모레퍼시픽처럼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동 부사장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촉촉하고 가벼운 피부화장에 쓰는 BB크림만 해도 미국과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핼쑥한 느낌이 드는 흰색 계열을 선호합니다. 반면 미국에선 건강한 피부라는 느낌을 주는 짙은 색을 많이 바르지요.” 동 부사장은 “어떤 한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문화의 차이를 받아들이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욕=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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