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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집값 바닥 통과 중 … 내년엔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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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집값이 좀 회복될까.” “전셋값 걱정을 덜 수 있을까.”

 내년 주택시장은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서울·수도권 거주자들에게 다소 위안을 줄 것 같다. 하지만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희비가 엇갈리고 주택 크기에 따른 차별화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 집값이 내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14년 주택·부동산 전망’에서 서울·수도권 집값이 연간 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8·28 대책 이후 서울·수도권의 주택수요가 되살아나며 9~10월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7~8월보다 128% 증가했다. 전국 평균(89%)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이다. 관망세를 보이며 대기하던 매수세가 시장으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오랫동안 가격이 빠지면서 주택구매력도 좋아졌다. 전셋값 급등으로 매매가격과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데 자금부담이 크지 않다. 지난달 말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2.1%로 2002년 이후 가장 높다. 집값의 30% 정도만 대출 받으면 집을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토연구원은 ‘주택시장의 순환국면 분석’ 보고서에서 “8·28 대책 이후 서울·수도권이 전반적인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바닥을 통과 중”이라며 “취득세 인하 등 정부 정책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내년 1%가량 오르면 거래량은 40~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0.4% 올랐을 때 거래량은 2010년보다 40% 많은 7만 가구 증가했다.

 지방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이어온 상승세를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내년 지방 집값 전망은 ‘1% 하락’이다. 지방에 새 아파트 공급이 쏟아져서다. 집값 상승세를 타고 분양된 아파트들이 본격적으로 입주해 내년 지방 입주물량이 최근 3년간 연평균 물량(9만1000여 가구)보다 70%가량 많은 15만여 가구에 이른다.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지방 수요는 줄어든다. 2008~2013년 아파트를 구입한 가구가 연평균 37만 가구 정도로 그 이전보다 매년 9만 가구 많다. 집을 살 사람 상당수가 이미 샀다는 뜻이다.

 주택 크기별로는 중대형 약세가 이어지고 중소형 강세가 계속될 것 같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소형 주택이 필요한 3인 이하 가구가 올해 이후 매년 서울·수도권에서 18만 가구, 지방은 20만 가구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는 좀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에 완공되는 새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26만여 가구로 올해보다 37% 많다. 특히 서울은 올해의 1.5배 수준인 3만3000여 가구로 크게 늘어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예상한 내년 전국 전셋값 상승률은 올해의 절반에 못 미치는 3%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로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바뀌지 않고 전세의 월세 전환이 더욱 확산되면 전셋값 걱정이 계속될 수 있다. 내년 서울·수도권에 입주예정인 11만4000여 가구 가운데 1만2000여 가구는 전세를 놓을 수 없는 보금자리주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전셋값에 대한 불안감을 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주택시장을 뒤흔들 변수도 적지 않다.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는 취득세 영구 인하 등 8·28 대책 관련 법안 처리 여부가 가장 큰 변수다. 서울·수도권 회복세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8·28 대책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집값 회복이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에서 내 집을 처음으로 마련하거나 집을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은 내년에 주택 구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주택경기 침체로 민간 건설업체들의 공급물량이 감소한 데다 정부의 주택공급 속도도 느려지고 있어 집값이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집을 살 땐 취득세 인하와 금리 부담이 적은 공유형 모기지 등 정부 정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시세차익을 기대해 무리를 할 여건은 못 된다. 집값 상승률이 금리 이상으로 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언제든 집을 지을 수 있는 신도시 등 공공택지 땅도 많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지역 주택공급량을 따져봐야겠지만 내년에도 중소형이 중대형보다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에선 한 템포 쉬어 집값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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