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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앵커 박차고 나왔다, 또 다른 최고 꿈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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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앨리나 조는 지난달 30일 귀국하기 전 경기도 파주의 DMZ를 방문했다. 그는 “패션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하겠지만, 뉴스를 진행할 때처럼 여전히 남북관계 등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솔직히 조금 두렵기도 해요.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 주세요.”

 CNN의 한인 앵커 앨리나 조(Alina Cho·42·한국명 조유리)가 10년 간 머물렀던 회사를 떠났다. 정치·사회 등 굵직한 뉴스를 다루던 톱 기자로서의 삶을 끝내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서다. 앨리나 조는 그동안 미국 ABC 방송의 뉴스 앵커 주주 장, 한인 최초 CNN 앵커 소피아 최 등과 함께 주목받던 한국계 언론인이다. CNN을 떠난 그는 패션 관련 쇼 호스팅·진행은 물론 잡지 기고 등을 할 계획이란다. 앨리나 조를 지난달 28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여성들에게 “나는 항상 꿈을 크게 꾸곤 했다. 최고가 되는 꿈을 꿀 수 없다면 결코 최고의 자리에 도달할 수 없다”며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 퇴사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 같다.

 “CNN은 정말 훌륭한 회사고 뉴스가 싫어진 건 아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난 9월 공식적으로 회사를 나왔다. 직장 동료들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도 다들 응원해줬다.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 지금처럼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된 건 처음이다.”

 - 처음 언론계에 발을 들인 계기는.

 “고등학교 때다. 선생님 한 분이 스피치 수업에서 ‘목소리도 좋고 발표를 잘하니 방송국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도 재밌겠다 싶어서 보스턴 칼리지와 노스웨스턴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고향인 포틀랜드에서 인턴도 했다. 학과 교수님 아는 분 소개로 시카고 지역 방송사에서 처음으로 정식 사원이 됐다. 주말 오전 뉴스 리포터였는데 연봉이 2만6000달러(2700여만원)였다.”

 - CNBC로 간 게 터닝포인트라 들었다.

 “당시 CNBC는 아주 작은 방송사였는데 앵커를 제안하더라. 지역 방송사에서 좋은 조건의 제안이 와 고민을 했지만, ‘더 큰 무대에서 방송하는 게 낫다’는 아버지 조언에 따라 CNBC로 옮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터닝포인트였다. CNBC 채널과 함께 나도 성장했다. 그때를 기반으로 ABC, CNN에서도 일할 기회를 얻었다.”

 - 한인이라 불이익을 당한 적은 없었나.

 “적어도 기자로서는 없었다. 오히려 자산이라 생각한다. 2008년 뉴욕 필하모닉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한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사장실로 가서 한국전쟁 때 이산가족이 된 우리 가족사 얘기를 해 오케이를 받았기 때문이다. 9·11테러 때 8시간 동안 앵커로 방송을 했던 것,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하루 20시간씩 일하며 살이 4㎏이나 빠진 일 등이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일들이다.”

 - 패션 쪽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내 이름을 건 쇼를 인터넷이나 방송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잡지 등에 꾸준히 기고를 할 수도 있다. 방식에 구애받진 않을 생각이다. 현재 한 가지 계획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밝힐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내년쯤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 같다. CNN에서 오랫동안 패션 관련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며 다양한 활동을 한 엘사 클렌치(80·Elsa Klensch)와 디자인 회사를 차려 옷부터 인테리어까지 온갖 디자인을 다 소화해내는 가수 레니 크래비츠(49·Lenny Kravitz)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앨리나 조는 한국에서의 활동 여부에 대해선 “저널리스트는 학창시절 꿈이었다면, 패션 관련 일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꿈꿔 왔던 일이다. 뉴욕을 기반으로 일을 하겠지만, 서울에서도 한두 차례 쇼를 열 기회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글=한영익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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