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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목재·기와 값도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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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숭례문 문루 특별관람이 있는 일요일인 1일 오후 문루로 들어가는 문이 닫혀 있다. 숭례문 개방 뒤 매주 토·일요일에 하루 세 차례씩 이뤄지던 특별관람이 11월부터 중지됐다. 숭례문 입구 안내문에는 9월까지만 해도 없던 특별관람의 운영기간이 ‘3~10월’이라고 적혀 있다. [오종택 기자]

문화재청이 숭례문을 복원하면서 목재 값·기와 값을 포함해 주요 자재비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숭례문 복원공사의 예산집행 내역, 자문단 회의록 등 자료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다.

 문화재청이 최근 공개한 ‘숭례문 복구공사 사용 주요 자재 내역’에는 목재의 경우 총 2억3400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시공사 명헌건설의 자재 사용 내역에 따르면 실제 지출된 목재 값은 총 7억5700만원이었다. 명헌건설은 목재 구입비를 비롯해 ▶임금(3억6600만원) ▶기타 경비(3500만원) ▶보험료(350만원) 등 목공사 비용으로 모두 11억615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기와 역시 문화재청 자료에는 암키와·수키와 2만750장을 장당 2074원씩 구입(총 4300만원)한 것으로 돼 있다. 반면 명헌건설에 따르면 기와 값으로 장당 1만1000원씩 지출됐다. 문화재청이 최종 내역이라고 밝힌 금액에서 목재 값은 약 5억2300만원, 기와 값은 약 1억8500만원 상당의 차액이 발생한 것이다.

 명헌건설 관계자는 “문화재청에 실제 사용 내역을 보고하지 않았고 보고할 의무도 없다”며 “문화재청은 자재비의 세부 내역은 확인하지 않고 공사 총액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화재청이 자재 내역이라고 밝힌 금액은 우리가 2009년 12월 입찰할 당시 제출했던 것”이라며 “공사가 진행되면서 목재 시세가 달라졌고 기와의 경우 전통 방식으로 제작하기로 방침이 정해지면서 예산이 더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재료비가 정확히 얼마가 들어갔는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문화재청이 파악하고 있는 자재비 내역과 명헌건설의 재료 값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내역 입찰’ 제도 때문이다. 일반 관급 공사를 진행할 때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공사에 사용할 자재비 내역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 경우 공사를 발주하는 정부기관은 공사에 들어간 총비용만 확인할 뿐 세부적인 사용 내역은 관여하지 않는다.

 숭례문 복원 공사는 일반 관급 공사처럼 공개 입찰에 따른 하도급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명헌건설이 공사 총액(167억원)에 맞춰 예산을 집행했는지만 따져봤을 뿐,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알지도 못했다. ‘국보 1호’ 복원공사를 일반 관급 공사처럼 진행하면서 국가적 사업을 감독해야 할 문화재청이 자재가 제대로 쓰였는지를 제대로 점검하지도 않은 셈이다. 경희대 건축학과 김인한 교수는 “문화재 복원은 일반 건축공사와 달리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는데 문화재청이 어떤 재료를 얼마에 구입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예산 집행 내역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라면 적재적소에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부실 공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한은화·이승호·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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