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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국 TPP 합류 반겼지만 "기존 12개국 합의 이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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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할 뜻을 표명한 데 대해 미국이 발 빠르게 화답했다.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현 부총리의 발언 하루 뒤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환영한다는 입장을 담은 공식 성명을 냈다. 프로먼 대표는 “미국은 한국이 이번에 TPP 가입에 관심을 보인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한국 정부와 적절한 시점에 TPP 가입에 대해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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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집권 2기 경제정책 중 TPP를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조속한 타결을 독려해왔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0일 조지타운대에서 한 ‘아시아에서 미국의 미래’란 제목의 연설에서 “TPP 협상의 타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며 “TPP를 통한 경제 질서는 미래 통상협정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TPP에 참여하려는 모든 국가를 환영한다”며 “중국의 가입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TPP는 당초 뉴질랜드·싱가포르 등이 추진하던 소규모 협정이었으나 미국이 2008년 가담하고 올 3월 일본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거대 경제협정으로 확대됐다.

 미국을 포함해 12개국(호주·브루나이·캐나다·칠레·일본·말레이시아·멕시코·뉴질랜드·페루·싱가포르·베트남)이 참여하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인구 기준으로 7억9200만 명, 국내총생산(GDP) 규모론 전 세계의 38%(27조5000억 달러)를 차지한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이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먼 대표도 성명에서 “현재 TPP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관련국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며 “어느 국가라도 협상에 새로 합류하려면 현 TPP 협상국과 양자협의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그는 “새 참가국이 합류하려면 현 협상 당사국이 합의를 도출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 12개국 간 협상이 막바지인 만큼 TPP에 새로 가입하려면 참여 선언→기존 참여국의 승인→최종 참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12개국이 우선권을 갖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이들이 협상을 최종 타결한 뒤에나 끼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현 부총리도 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TPP에 참여하려면 12개 국가가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이 늦어진 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TPP와 별개로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우리가 처음부터 TPP에 참여하지 않은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며 “이미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완료해 급박한 니즈(필요)가 없었고 TPP와 RCEP 중 어떤 걸 먼저 해야 할지 지켜보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TPP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과 호주 등은 RCEP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부 내에선 현 부총리가 갑작스럽게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건 3~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무역장관회의에서 TPP 협정이 최종 타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더 늦으면 협상 참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 관심을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서울=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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