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주(58·사진) 제주도 서귀포시장이 지난달 30일 전격 직위해제됐다. 전날 서울에서 열린 서귀포고(옛 서귀고) 동창회에서 “우근민(71·새누리당) 제주지사가 내년 지방 선거에서 당선되면 서귀포시장을 계속 시켜주겠다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가 진상 조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일 제주도와 도 선관위 등에 따르면 한 전 시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뮤지엄 웨딩홀에서 열린 ‘2013 재경 서고인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했다. 동문 100여 명이 나온 행사에서 한 전 시장은 축사를 통해 “‘내(우 지사)가 당선되면 네(한 전 시장)가 서귀포 시장을 더 해라. 그러면 서귀포고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아니냐’. 이런 내면적인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와서 보니 서귀포고가 (서귀포 시) 모든 인사에서 밀려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더 해야 이 친구(동문)들을 다 제자리로 끌어올릴 수 있고, 서귀포 시내에서 사업하는 분들 계약 하나 더 줄 수 있고, 그렇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전 시장은 서귀포고 2회 졸업생이다.
이 같은 한 전 시장의 발언은 당시 참석자 중 한 명이 녹음해 제주 지역 온라인 언론에 파일을 전하면서 내용이 알려졌다.
제주도는 발언을 문제 삼아 지난달 30일 한 시장을 직위해제하고 양병식(58) 부시장이 직무대리토록 했다. 또 “자체 감찰 조사를 진행해 한 전 시장이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경위가 드러나면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서귀포시장은 선거로 뽑는 게 아니라 도시자가 임명하는 자리여서 도가 해임할 수 있다. 우 지사 측은 한 전 시장의 발언 내용에 대해 “내면적인 거래는 있을 수 없고 있지도 않은 일”이라며 “한 전 시장이 우발적으로 말실수를 한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시장은 “실제로 우 지사와 거래를 한 적은 없고 내가 잘못 표현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논평을 내고 “현대판 매관매직을 한 것”이라며 “우 지사가 불편부당의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자에게 내년 지방 선거를 매개로 종용과 거래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선관위는 지난달 30일 한 전 시장 발언과 관련한 녹음 파일을 넘겨 받아 내용을 파악하는 등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선관위 강순후(49) 지도과장은 “곧 한 전 시장을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한 전 시장의 발언이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공무원 중립 의무’를 어긴 것인지, 투표에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하는 ‘매수 및 이해유도’를 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제주=최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