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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변비는 '이불에 쉬~' 하는 야뇨증 큰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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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뇨증때문에 부모·아이의 스트레스가 크다면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게 좋다. [김수정 기자]

초등학교 1학년인 신미애(가명·여·서울 마포구)양은 밤에 기저귀를 찬다. 주 5일은 이불에 소변을 보는 야뇨증 때문이다. 저녁에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새벽에 비몽사몽 일어나 억지로 소변을 봐도 소용이 없다. 호르몬 치료를 하고, 한약도 지어먹었는데 그때뿐이다. 그러다 최근 원인이 뜻밖에도 변비에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변이 가득 찬 장 때문에 바로 앞에 있는 방광이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5세 어린이의 15%, 10세의 5%가 야뇨증을 겪는다. 대부분 저절로 나아지지만 정서적인 고통이 문제다. 대한소아배뇨장애야뇨증학회 김선옥 홍보이사(전남대병원 비뇨기과)는 “부모와 아이의 스트레스가 커 고통 받는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5세가 넘었는데 한 달에 두 번 이상 실수를 한다면 야뇨증으로 본다.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먼저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 부모가 야뇨증이 있으면 아이의 40~70%에서 야뇨증이 생긴다. 호르몬 조절이 잘 안 돼 잠을 자는 동안 소변이 많이 만들어지거나 소변의 농축 능력이 떨어진다. 요로감염·ADHD도 야뇨증의 원인이다.

지나치게 빠른 배변훈련도 야뇨증 악화

최근에는 변비와 지나치게 빠른 대소변 가리기 훈련 같은 환경적 요인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용훈 교수는 “직장에 찬 대변이 방광을 누르면 방광신경은 소변이 찬 것으로 착각해 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고 말했다. 실제 변비를 치료하는 것만으로 64%의 환자가 야뇨증이 개선됐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학 스티브호지스 연구팀은 야뇨증을 겪고 있는 평균 9세 어린이 30명을 분석한 결과 모두 X선 검사에서 변비 현상을 발견했다. 또 이들의 변비를 치료했더니 2주~3개월 내에 야뇨증이 없어졌다.

지나치게 빠른 대소변 가리기 훈련도 문제다. 서울아동병원 의학연구소 이창연(소아청소년과) 원장은 “방광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변을 참는 연습을 하면 방광 신경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방광 벽이 두꺼워져 소변을 저장하는 방광 용적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야뇨증 환자의 약 40%는 주간에도 소변을 지리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적정한 배변 훈련 시기는 개인차가 크다. 김선옥 교수는 “생후 18개월 전후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느 시기까지 완전히 가려야 한다고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변은 대개 3세 정도면 가리며, 소변은 남자의 경우 6세, 여자는 5세 정도면 가릴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치료 시작해야

야뇨증으로 아이가 풀이 죽고, 가족이 겪는 고통이 크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박용훈 교수는 “만 5세 이후, 특히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러 연구에서 10세 이후까지 야뇨증이 있는 어린이는 매사에 소극적일 뿐 아니라 학습능력에 지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울증·불안감을 보이는 경우도 흔하다. 박 교수는 “요즘처럼 사회활동이 많은 아이는 수치심·죄책감 때문에 정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며 “성장 후에도 사회생활에 장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야뇨증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방법부터 시도한다. 소변 보기를 참지 않도록 하고, 적어도 2∼3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보도록 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어 대변을 부드럽게 하는 변비 치료를 함께 한다. 박 교수는 “저녁식사 후부터 자기 전까지 수분을 제한하는 방법을 흔히 쓰는데 이 방법만으로는 오히려 방광이 소변을 저장하는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중 필요한 수분 섭취량을 나눠 아침과 오후 3시 이전에 40%씩, 저녁에 20%를 마시게 하는 게 낫다. 밤중에 자는 아이를 깨워 화장실로 데려가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박 교수는 “방광이 가득 찰 때의 느낌을 배우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깨지도 않았는데 소변을 보도록 부추기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 다음 아이에게 적합한 행동요법과 약물·상담치료를 한다.

글=이민영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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