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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해리 포터'의 조앤 롤링, 탐정소설도 탄탄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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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쿠쿠스 콜링
로버트 갤브레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문학수첩
각 권 336·356쪽
각 권 1만2500원

슬럼프에 빠졌던 4번 타자가 제대로 타격 감각을 찾은 느낌에 비교할수 있을까.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이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신작 장편은 롤링이 ‘재주 있는 이야기꾼’임을 각인시켜주는 작품이다. 성인소설 작가로 변신을 꾀했던 전작 『캐주얼 베이컨시』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낼 만하다.

 탐정소설인 이 작품의 구성은 다소 고전적이다. 전쟁에서 다리 한 쪽을 잃고 돈 한푼 없이 애인과도 헤어진, 게다가 우울하고 불행한 개인사를 지닌 사설탐정과 그의 수사를 돕는 조력자(이 작품에서는 비서)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럼에도 작품은 진부하지 않다. 롤링 특유의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데다, 생생한 캐릭터 역시 이야기의 밀도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가장 핫한 톱모델 룰라 랜드리가 어느 겨울 자신의 집 발코니에서 떨어져 시체로 발견되고 이 사건은 자살로 처리된다. 하지만 그의 오빠인 존 브리스토는 여동생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전직 군인 출신의 사설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한다.

 언론과 대중이 온갖 뒷이야기를 쏟아내는 유명인의 죽음이 끌리지는 않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스트라이크는 브리스토가 흔드는 수표책에 넘어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건을 떠안는다. 등 떠밀려 시작된 조사는 랜드리의 가족과 친구, 동료 등 주변 인물을 만나면서 점점 더 복잡한 고차원 방정식의 모습을 띠게 되고, 스트라이크와 비서 로빈은 온갖 변수와 조건을 확인해가며 답을 찾기 위해 종횡무진한다. 스트라이크가 사건의 진실과 실체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관련 인물이 사체로 발견되는 등 자살로 일단락됐던 랜드리의 죽음에 대한 의혹은 증폭된다.

 파파라치와 대중매체에 의해 거의 실시간 생중계됐던 랜드리의 일거수 일투족은 때론 진실찾기의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하며 독자의 방심을 허락치 않는다. 여기에 돈의 노예로 전락한 인간 군상과 일그러진 가족 관계에 매몰된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기에 불행까지도 유명해지고 세간의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유명인의 고통과 외로움도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내용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건 오해와 억측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탐정 스트라이크와 비서 로빈의 찰떡궁합이다.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를 이을 만한 새로운 콤비의 등장을 기대할만큼.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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