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봉사일 뿐 … 점수 매기면 그건 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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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점수로 평가한다고요? 그건 봉사가 아니라 거래 아닌가요.”

 지난 8월 5일 비영리단체(NGO) 세이퍼노스 사무실에서 만난 웨인 윌리엄스(62·사진) 사무국장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한국에선 고교 재학 중 일정 시간의 봉사 점수를 따야 대학 진학에 불리하지 않다는 기자의 설명을 듣고서였다. “어릴 때부터 대가를 바라고 봉사를 하도록 가르친다면 어른이 돼서 누가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겠어요. 봉사는 봉사일 뿐입니다. 그 자체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죠. 그런 만족감을 가르치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윌리엄스 국장은 “남을 돕는다는 것은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도 좋지만 주는 사람도 함께 성장시킨다”며 “특히 청소년들에게 봉사는 책임감과 배려, 협동 등 올바른 사람 됨됨이를 가르쳐주는 훌륭한 인성 교과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봉사활동을 통해 청소년 인성교육을 하게 된 계기는.

 “2005년 처음 단체를 만들 때는 화재·교통 등 안전 캠페인에 집중했다. 우연한 기회에 중·고생들과 함께 해변 청소를 시작했는데 참여한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했다. 함께 어울리며 성격도 밝아지고 바른 품성을 길러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많지 않더라. 그래서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

 - 기업과 NGO가 함께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인상적이다.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선 여러 주체들이 뭉쳐야 한다. 혼자만 해선 절대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없다. 우리의 협업 모델 자체가 아이들에게 협동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된다. 웨스트팩은행은 우리와는 별도로 전국 200여 개 학교와 결연을 맺고 해변을 청소한다. 우리는 오클랜드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례가 널리 퍼지기만 할 수 있다면 꼭 우리와 함께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 한국에선 인성교육이 큰 화두다.

 “당연한 것 아닌가.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사람 됨됨이를 가르쳐주는 것은 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목표다. 그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함께 나설 때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 .”

오클랜드=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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