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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수익률 5%, 일반펀드의 4배 . 롱숏펀드 '하이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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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주식은 사고, 떨어질 것 같은 주식은 판다. 이 간단한 논리에 바탕을 둔 투자법이 올해 약 1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롱숏펀드’ 이야기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 상단(2050)을 뚫지 못하고 등락을 거듭하자 롱숏펀드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롱숏펀드에는 연초 이후 26일까지 1조8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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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숏에서 ‘롱(long)’은 매수, ‘숏(short)’은 매도를 뜻한다. 롱숏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 주식은 매수하고, 내릴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를 한다. 공매도란 향후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현재 가격에 팔았다가 하락했을 때 다시 매수해 둘 사이의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법이다. 주가 상승과 하락을 동시에 대비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게 롱숏펀드의 목적이다. 현대증권 배성진 연구원은 “미국 테이퍼링 등 대외변수로 증시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는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춘 롱숏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코스피 지수가 1.24% 떨어질 때 롱숏펀드 수익률은 0.35% 올랐다. 국내 펀드 평균 수익률은 -0.45%였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5.01%로 일반 펀드 수익률(1.4%)에 비해 다섯 배 가까이 높았다.

 롱숏전략은 원래 사모형으로 운영되는 한국형 헤지펀드들의 주요 전략이었다. 하지만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 구조 수요가 높아져 공모형 펀드로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단 헤지펀드가 롱숏 비중에 제한이 없는 것과 달리 공모형 롱숏펀드는 공매도 비중이 전체 거래의 20%를 넘길 수 없다.

 현재 공모형 롱숏펀드 규모는 1조2400억원 규모다. 국내 토종 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마이다스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 등이 뒤를 잇는 가운데 지난 11일 대신자산운용도 공모형으로 ‘대신멀티롱숏펀드’를 내놨다. 지난 6월 출시된 삼성자산운용 ‘삼성알파클럽코리아롱숏펀드’는 5개월 만에 설정액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금융주 공매도가 허용된 이후 롱숏펀드는 한층 더 날개를 달았다. 매수와 공매도의 양쪽 전략을 좀 더 폭넓게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증권주의 경우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아직 주가가 높고 배당 측면에서도 투자 매력도가 낮아 공매도의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롱숏펀드는 원래 주로 ‘시스템 트레이딩’ 방식에 의존해 특정 주가 신호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로 담당 펀드매니저들이 직접 기업 펀더멘털 등을 분석해 롱숏전략을 구사한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허필석 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매수할 주식과 매도할 주식을 골라내는 운용역의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롱숏펀드를 고를 때 운용기간별 수익률과 ‘헤지’ 정도를 반드시 살피라고 조언한다. 삼성자산운용 문병철 멀티에셋본부장은 “롱숏펀드의 본질은 안정적인 수익 추구”라며 “1년에 똑같이 12%의 수익률을 거뒀어도 한 달에 1%씩 꾸준히 오른 펀드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위험자산 편입 비율도 펀드마다 달라 투자자 성향에 따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마이다스거북이’ 펀드의 경우 종류에 따라 주식 투자 비중을 30%에서부터 90%까지 조절한다. 나머지 비율은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에 투자해 위험을 헤지한다.

 내년도 증시가 박스권을 뚫고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롱숏펀드의 매력이 그만큼 반감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익보다는 ‘위험관리’가 기본인 롱숏펀드는 증시 상승장에선 매수 전략을 주로 펴는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는 편이다. 삼성자산운용 문병철 본부장은 “증시가 상승세일 때는 액티브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덜 매력적일 수 있지만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시장의 흐름상 롱숏펀드 수요는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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