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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식별구역도 '샌드위치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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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이 동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자 일본 정치권 내에서 “이 참에 우리도 독도를 포함해 방공식별구역을 재설정하자”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방공식별구역을 서해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일의 힘 자랑에 한국만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독도의 경우 주권적 상징성이 있고, 서해는 대북 경계 등 국가안보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자칫 한·중·일 3국의 복합적인 갈등 고조가 우려된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외교·국방부회는 26일 외무성·방위성·국토교통성 간부들과 함께 비공개 합동회의를 열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국방부회 회장대리인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의원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호칭)도 북방영토(쿠릴열도)도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밖에 놓여 있다”며 “이를 재설정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방위상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자위대 연대장 출신의 사토 의원은 2011년 8월 한국 정부의 입국 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울릉도 방문을 강행하려 했던 ‘울릉도 도발 3인방’ 중 한 명이다.

 이어 발언에 나선 다른 자민당 의원도 “(중국이 설정한 곳에) 센카쿠 열도가 포함돼 문제가 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다케시마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일본으로선 (방공식별구역 재설정을) 다케시마 문제와 연계해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 주장했다.

 자민당 정조회장 산하 정책 논의기구인 외교부회와 국방부회는 일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정책수립 과정에서 ‘독도 포함 방공식별구역 재설정’ 논의가 공론화될 전망이다. 이날 회의는 두 부회의 합동회의 형태로 열렸다.

 중국은 23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데 이어 이를 서해와 남중국해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이 서해에 설정될 경우 우리 군의 서해 상공 작전범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커 대북 경계 등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 역시 영유권 분쟁을 하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의 반발이 예상돼 아시아 전역에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향후 방공식별구역 확대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다른 지역 설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서해와 남중국해에도 유사 조치를 취하겠다는 중국정부의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군사전략가인 인줘(尹卓) 해군 소장도 이날 중국 관영 중앙TV(CC-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영공과 해양주권을 위해 황해(서해)와 남해 등 해역에도 곧 방공식별구역이 설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국방부는 23일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선포하면서 “관련 작업을 모두 마치면 적절한 시기에 다른 지역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것”이라고 발표해 서해와 남중국해로의 식별구역 확대를 시사했었다.

 ◆김관진 국방 "이어도 포함 추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6일 이어도 해역 상공을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공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이어도 관할 수역을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KADIZ를 (이어도까지) 연장하는 문제를 관련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방공식별구역=영공.영토 방위를 위해 접근하는 비행체에 대해 미리 탐지하고 대처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 영공과 다른 개념으로 국제법적인 근거는 약하다.

베이징·도쿄=최형규·김현기 특파원
서울=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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