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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대국 꿈' 중국함대 길목에 이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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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이 방공식별구역(CADIZ) 내에 이어도를 포함시키면서 이어도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2001년 한·중 어업협정 당시 중국이 이어도를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반대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CADIZ에 이어도가 포함되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고 반발하자 중국은 “우호적 협상정신에 근거한 담판”을 강조했지만 이어도가 양국 간 분쟁지역이라는 걸 부인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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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왜 수중암초에 불과한 이어도에 집착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이어도가 대양 대국화를 꿈꾸는 중국의 해양 전략의 핵심 이익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무엇보다 칭다오(靑島)를 모항으로 하는 북해함대와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를 모항으로 하는 동해함대는 이어도 인근 해역을 거치지 않으면 태평양으로 진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의 강효백 교수는 “동진정책을 추진하는 시진핑 정부는 미·일의 봉쇄전략을 뚫고 오키나와 근방까지를 중국 관할에 두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중국의 입장에서 수심이 안정적인 이어도 지역은 대양 진출로이면서 동시에 중국을 향한 한·미·일 3각 동맹의 전초기지”라고 분석했다.

 이뿐 아니다. 좀 더 큰 그림에서 보자면 중국은 ‘열도선(列島線·중국식으론 도련선·Island Chain)’을 뚫고 대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해양분쟁까지 불사하는 상황이다. 열도선은 1951년 미 국무장관 존 덜레스가 공산권 봉쇄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한반도~일본 규슈~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을 잇는 제1열도선과, 사이판~괌~인도네시아를 잇는 제2열도선이 있다. 중국은 그동안 열도선 안쪽에서 이익을 보장받는 데 치중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활용해 과감하게 2열도선 근방까지 원양훈련을 실시하는 등 해양정책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어도의 경우 1차 열도선 내부 깊숙이 위치해 있기에 중국은 이곳이 한·미·일 3각 동맹의 해상감시기지 등으로 활용될 경우 중국 본토의 움직임까지 고스란히 노출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창형 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이어도의 경우 중국의 목젖에 해당하는 0.5열도선에 위치한 셈”이라며 “중국이 이어도를 군사·전략적인 시각에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1999년부터 이어도 부근을 집중 탐사하며 이어도 북동쪽 4.5㎞ 지점 수중암초에 ‘딩옌(丁岩)’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등 전략적인 접근을 해왔다. 2006년 9월부턴 이어도를 ‘쑤옌자오(蘇巖礁)’라는 중국명으로 부르고 있다. 중국 내 일부 단체가 이어도에 중국령이라고 새겨진 동패와 석비 건설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여 한때 한·중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이어도가 중국 대륙붕의 일부라는 주장을 국가해양국 산하기구 홈페이지에 게재했고, 뒤늦게 한국의 항의를 받고 “이어도를 한·중 협상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3월에는 류츠구이 중국 국가해양국장이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으로 정기순찰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해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셋째로 영토(960만㎢)가 큰 나라다. 하지만 EEZ 면적은 135여 만㎢(영토 면적의 14%)에 불과, 일본 EEZ(386여 만㎢)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이어도에 집착하게 된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19세기 서구 열강들의 침탈을 받은 중국이 명실상부한 G2로 부상하려는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는 데 해양강국 전략이 핵심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이 7월 국가해양국을 공식 출범시킨 데 이어 ‘해양강국’ 주제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이 집단학습을 진행하는 등 해양세력화를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는 게 이의 방증이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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