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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루 핀란드 교육장관 방한 "아이들 성적만으로 평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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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키우루 교육장관은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핀란드는 사람에게 투자할 수밖에 없다. 한 아이의 재능도 놓칠 여유가 없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교육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무기입니다.”

 크리스타 키우루(Krista Kiuru·39) 핀란드 교육장관은 “좋은 교육이 밝은 미래를 창조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핀란드의 교육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21일 인터뷰했다. 2005년 핀란드 적십자 부총재 시절 방문한 이후 8년 만의 방한이다.

 그는 “나야말로 핀란드 교육 시스템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키우루 장관은 핀란드 서부의 작은 해안 도시 포리에서 공장 노동자인 아버지와 병원 노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핀란드의 무상 교육 덕분에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 정치학 석사 학위를 딴 뒤 고등학교 교사, 포리 시의원을 거쳐 주택통신장관을 지냈다. 핀란드어·영어·프랑스어·스웨덴어·에스토니아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인구 542만 명인 핀란드는 삼림 이외에는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작은 나라”라며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원은 바로 사람의 재능”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사람에게 투자할 수밖에 없다. 한 아이의 재능이라도 놓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핀란드의 교육 투자는 결실을 거두고 있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의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핀란드는 최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핀란드에 이어 2위다.

 키우루 장관은 핀란드 교육의 최우선 가치로 평등을 꼽았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유명한 가수나 훌륭한 언론인이 될지 모른다”며 “성적만 갖고 아이를 평가하고 줄 세우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수학이 약할 수 있고 누군가는 언어를 못할 수도 있으나 우리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가르친다”며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투자하고 똑같은 교육 여건을 제공하면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핀란드에서는 빈부나 성별, 내·외국인 차별 없이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무상교육을 한다. 현행 핀란드 교육은 1970년대 초 교육 개혁이 밑바탕이 됐는데, 당시 목표는 ‘같은 배를 탄 학생들이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무사히 항구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고 한다. 영재학교와 우열반, 수준별 수업을 폐지하고 등수를 없앤 배경이다. 국가 주관의 시험도 대학 입시 한 차례로 줄였다. 교사가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4~10까지 숫자로 표시하고 하위권은 더 관심을 가지고 지도했다. 핀란드 교육은 한국과 대비된다는 얘기가 많다.

 키우루 장관은 교육의 두 번째 가치로 신뢰를 들었다. 핀란드에서는 좋은 학교, 나쁜 학교를 구분하지 않고, 예산은 각 학교에 균등 배분된다. 학생과 학부모는 어디서나 질 높은 공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교사 수준도 우수하다. 유치원을 제외한 모든 학교의 교사는 반드시 석사 학위를 따야 한다. 핀란드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 교사다. 의사나 변호사를 앞지른다. 그는 “좋은 교사가 좋은 교육을 만든다”며 “우수한 젊은이들이 교사가 돼 열심히 가르치기 때문에 교사가 존경과 믿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키우루 장관은 “공부는 결국 다른 사람이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라며 “학생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통해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학교·가정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이정헌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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