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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최저 기름값, 항동7가 무슨 일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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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6일 인천 연안부두 근처 백년탑주유소에서 화물차들이 경유를 넣고 있다. 이 일대는 주유소 간에 경쟁이 벌어지면서 가격이 떨어져 인천에서 기름값이 제일 싼 곳이 됐다.

26일 인천 연안부두 인근 항동7가 축항대로. 왕복 8차로 도로를 사이에 둔 주유소 7곳 입구에 하나같이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중 한국2주유소에서 ‘기름 가득 채워주세요’를 외친 김지영씨는 “서울에서 이 근처 어시장에 젓갈을 사러 왔다가 기름값 표지판을 보고 들렀다”며 “절반 정도 기름이 남아 있지만 이곳 값이 워낙 싸 가득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1787원.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주유소 정보시스템 오피넷(opinet.co.kr)에 나온 26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L당 1876원)보다 89원 싸다. 경유 또한 L당 1599원으로 전국 평균가(1690원)를 91원 밑돈다. 한국2주유소뿐 아니라 이곳 주유소들 기름값이 거의 다 이렇다. 휘발유 값이 대부분 L당 1787원이다. 축항대로 주유소 중에 1785원으로 다른 곳보다 2원 싼 항동주유소가 인천 최저가 주유소다. 수도권을 통틀어서도 몇몇 읍·면 지역 주유소를 빼고는 이곳이 제일 싸다.

 사실 이곳은 지난해만 해도 인천에서 기름값이 제일 비싼 축에 속했다. 중간에 휴게소가 없는 제2경인고속도로 입구 주변이어서 굳이 싸게 팔지 않아도 손님이 왔다. 제2경인고속도로가 거리는 짧지만 ‘혹시 막히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운전자들이 이곳에서 기름을 넣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 10월. ‘오일파크’란 셀프주유소가 들어서면서였다. 주유기만 48개를 갖춘 초대형 주유소였다. 초반부터 가격파괴를 내세우고 주변보다 휘발유·경유를 L당 110~120원 싸게 받았다. 24시간 영업도 했다.

 당연히 이리 고객이 몰렸다. 한 달쯤 지나 비상이 걸린 인근 주유소들이 덩달아 값을 내렸다. 일부는 오일파크보다 값을 10~20원 낮췄다. 그러자 이번엔 ‘셀프 주유소’인 오일파크가 가격을 50원 내렸다.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일부 주유소는 더 싸게 기름을 대주는 정유사를 찾아 상표(폴)를 바꾸기도 했다. 유리창을 닦아주는 등 전에 않던 서비스를 하는 주유소도 생겼다. 그러면서 축항대로 일대는 기름값 싸기로 소문난 거리가 됐다. “자선사업을 하는 게 아닌 이상 이젠 값을 더 내리는 게 불가능할 정도”라는 게 이곳 주유소 사장들의 얘기다.

 가격 경쟁 초반엔 주유소들이 몹시 애를 먹었다고 한다. 마진이 확 줄어서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주유객들이 확 늘었다. 지금은 인천시내 다른 구 거주 시민은 물론 경기 광명·시흥 시민들도 이곳을 정해 놓고 기름을 넣으러 올 정도다. 모르고 연안부두에 왔던 나들이객이 기름을 넣고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쟁의 힘’이 이곳 축항대로를 ‘주유의 거리’로 만든 것이다.

 인천항을 오가는 화물차 운전자들도 축항대로 주유소를 ‘필수 코스’로 삼고 있다. 화물차 운전기사 김진호(53)씨는 “전에는 인천항 기름값이 비싸서 다른 지역에서 기름을 넣고 왔는데 지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기서 기름을 넣는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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