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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만에 바뀐 자사고 입시안, '추첨 후 면접' 대비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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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널뛰는 현상이 반복되는 가운데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선발 방식을 두 달만에 뒤집어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을 인정하는 확정안을 발표했다. 2015학년도 고교 입시부터 서울지역 자사고 24곳이 추첨으로 정원의 1.5배를 추린 뒤 면접(창의 인성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하도록 한 것이다. 면접은 학생의 자기개발계획서와 교과 성적을 뺀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치르도록 했다.

 지난 8월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평준화 지역 39개 자사고를 내신 성적에 상관 없이 추첨으로 선발하도록 한 발표를 백지화한 것이다. 현재는 중학교 내신 상위 50% 이내 학생 중 추첨해 뽑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 자사고는 현재처럼 중학교 내신과 면접 등으로 뽑는 방식을 유지하되 원하면 서울 자사고처럼 추첨 후 면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사고 정책이 왔다갔다 하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중 3 자녀를 둔 강모(45·서울 종로구)씨는 “자사고가 성적을 안 보고 추첨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학교 분위기가 좋지 않을까봐 포기했다가 이번 발표를 듣고 다시 응시하기로 했다”며 “정책이 너무 쉽게 바뀌니 아이가 입학한 후 또 바뀌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2015학년도에 고입을 치르는 중2 학부모 김모(47·서울 양천구)씨는 “자사고 입시설명회에 갔더니 올초에 비해 엄마들이 엄청나게 늘었더라”며 “정책에 상관없이 입시를 준비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지역 자사고 입시안이 내신을 반영하지 않도록 했지만 학부모들은 믿지 않는 분위기다. 중2 학부모 김모(43·서울 성북구)씨는 “어떻게든 자사고들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골라내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겠느냐”며 “그에 맞는 면접법을 배우고 자기개발계획서를 유리하게 쓰느라 사교육 시장만 커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창의·인성 면접에 대한 교육부의 세부 방침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자사고 측은 교육부가 시행방안을 내놓아야 학교별로도 면접 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자율형사립고연합회 회장인 중동고 김병민 교장은 “교육부와 함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자사고 통합 질문지를 만들어 명확한 면접 기준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중학교 내신 성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내신을 안 본다고 해서 소홀히 하면 안 된다”며 “성적을 직접 반영하진 않겠지만 담임교사의 멘트나 생활기록부 속 비교과 영역 활동, 수상 기록 등은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상 기록은 서류에 담을 수 없더라도 면접에서 예시를 들어 언급하거나 관련 잠재성으로 부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심화 문제나 수학올림피아드 수준의 공부를 하지 않으면 모를만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수학에 대한 관심도를 드러내거나 명확한 대회명을 대지 않아도 준비과정 중 익히게 된 방법 등은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잠재성을 잘 전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중2가 수능을 보는 2018학년도에는 의대 입학 정원이 현재보다 1000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교육과정의 자율권이 큰 자사고가 수학과 과학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다양한 방과후 수업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사고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입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소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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