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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0㎞ 떨어진 곳에서도 날아오는 철새…눈은 나침반이고 부리는 지도래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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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저 멀리 시베리아에서 찾아온 철새입니다. 철새란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새를 말합니다. 지구에 사는 새는 모두 9000여 종. 그중 90%가 철새입니다. 그런데 철새는 왜 이동을 하며사는 걸까요? 또 어떻게 길을 잃지 않고 먼 곳까지 갈 수 있을까요? 조류학자인 윤무부 경희대학교 명예교수를 만나 철새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습니다.

글=이세라 기자 , 동행 취재=유김승민(서울 상암초 5)·박다영(서울 수색초 4),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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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가 풍부한 곳으로 이동하는 철새

철새는 여름 철새와 겨울 철새로 나뉜다. 여름 철새는 봄에 우리나라를 찾아 번식을 하고 가을에 떠나는 새다. 겨울 철새는 가을에 우리나라를 찾아 겨울을 나고 다음해 봄에 북쪽으로 떠나 번식을 한다. 반면 잠시 쉬었다 가는 새는 나그네새라 한다. 북쪽이나 남쪽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우리나라에 잠시 들러 번식은 하지 않고 쉬었다만 간다. 도요새 종류와 댕기물떼새, 흰물떼새가 나그네새에 해당된다.

여름 철새는 추위에 약하다. 제비는 영상 20도가 되면 추위를 느끼고 남쪽으로 이동한다.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물론이고 호주까지도 날아간다. 여름 철새에 비하면 겨울 철새는 추위에 강한 편이다. 겨울 철새는 북극이나 시베리아, 만주 벌판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북반구의 시베리아 지역은 여름에 먹이가 풍부하고 해가 떠 있는 일조 시간이 길어 새들이 새끼를 키우기에 제격이다. 북쪽의 날씨가 추워지는 9월 말~10월이 되면 새들은 남쪽으로 내려온다. 날이 추워 강과 땅이 얼어붙으면 더 이상 먹이 활동을 할 수 없어서다.

윤 교수는 “올해 겨울 철새들은 좀 늦게 내려온 편”이라고 말했다. 북쪽의 날씨가 이제 추워졌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새들은 먹이가 풍부하고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는 본능이 있다”며 “춥지 않고 먹이가 많다면 굳이 이동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는 오릿과의 새가 많다. 바다에서는 흰뺨오리와 흰죽지를, 강이나 호수에서는 청둥오리·가창오리·혹부리오리를 볼 수 있다. 독수리·말똥가리·쑥새·황새·기러기·고니·두루미도 겨울에 볼 수 있는 철새다.

철새를 관찰하고 있는 윤무부 교수와 유김승민(서울 상암초 5)·박다영(서울 수색초 4) 학생기자.

철새는 어떻게 길을 찾을까

새는 눈이 좋다. 새의 눈은 사람보다 300배, 코는 150배, 귀는 200배나 발달돼 있다.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없이도 길을 잘 찾는 이유다.

철새가 길을 잘 찾는 이유에 관한 학설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나침반’ 학설이 있다. 철새 몸 안에 나침반처럼 지구자기장에 반응하는 물질이 있다는 학설이다. 2008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철새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이란 단백질이 자기장을 감지해 뇌로 신호를 전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단백질은 해질 무렵 햇빛에 많은 청색광에 주로 반응한다.

실제로 철새는 주로 해질 무렵이나 해가 진 밤에 이동한다. 날씨가 맑은 날 밤이다. 눈이 좋아 밤에도 길을 잘 찾는다. 또 천적의 위협도 피할 수 있다. 특히 지빠귀, 멧새처럼 덩치가 작은 새는 낮에 먹이를 먹어 에너지를 보충하고 밤에 천적을 피해 이동한다.

철새가 맑은 날을 택하는 건 이유가 있다. 비가 오는 날은 깃털이 젖기 때문에 이동하지 않는다. 맑은 날은 시야가 확보되는 것은 물론이고, 상승기류(위쪽으로 향하는 공기의 운동)가 구름 위까지 올라와 새의 비행을 돕는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까지의 이동거리는 보통 수천㎞가 넘는다”며 “상승기류를 타면 날갯짓을 많이 하지 않아도 기류가 새를 띄워 비행이 원활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철새의 이동이 경험에 의한 것이라는 학설도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두루미에게 전파발신기를 달아 새들의 이동 경로를 8년 동안 연구했다. 논문에 따르면 1년생 두루미 무리는 이동 경로가 들쑥날쑥한 반면, 8년생 두루미는 직선 경로에 가깝게 난다고 밝혀졌다. 반복적으로 날면서 학습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윤무부 교수가 추천하는 철새 도래지

●서산 천수만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 가창오리·황새·고니·기러기·노랑부리저어새 등이 찾아온다. 서산 버드랜드 탐조투어(041-664-7455)는 연말까지 매주 수·금요일과 주말에 진행된다.

●안산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150여 종 15만 마리 철새가 찾아온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인 개리, 역시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를 볼 수 있다. 또 다양한 오리와 백로 종류를 볼 수 있다.

●군산 금강 하구 가창오리를 100m 안팎에서 볼 수 있다. 서천군 장합읍에 있는 유부도에는 검은머리물떼새 2000여 마리가 날아와 장관을 이룬다. 서천조류생태전시관(041-956-4002)에서는 내년 1월 말까지 탐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낙동강 하류 해마다 오리와 기러기류가 찾아온다. 그중 을숙도는 갈대와 수초가 무성하고 먹이가 풍부한 철새 도래지다. 습지 생태 전시와 교육을 하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051-209-2000)도 있다.

●강릉 경포호수 청둥오리를 10m 정도 거리에서 볼 수 있다. 각종 오리와 대백로, 댕기물떼새 등 50여 종의 겨울 철새가 찾아온다.


윤무부 교수는

새에 관해서는 일인자로 꼽히는 조류학자.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경희대에서 생물학 학사와 이학 석사 학위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생물학 교수로 재직(1979~2006년)했으며 한국동물학회와 생태학회, 한국행동생물학회, 서울시 환경자문위원, 문체부 문화재전문위원, 환경청 국립공원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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