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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검사 주기 5년인데 … 환자 6%는 그 중간에 발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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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55)씨는 최근 정년퇴임을 앞두고 회사 지원을 받아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한 해를 건너뛰긴 했지만 2년 전처럼 별 이상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초기 대장암(1기) 진단을 받았다. 오른쪽 대장에서 6개의 용종(혹)이 발견됐고 조직 검사에서 암 진단이 나왔다. 그는 2년 전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고, 그전에도 4년마다 빠짐없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다.

 의료계에서 권고하는 대장내시경 주기는 5년이다. 여기에서 이상이 없었는데 5년이 안 돼 암 진단을 받으면 황당하다. 이런 경우를 중간암(Interval cancer)이라고 한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박동일(소화기내과) 교수팀이 2007년 1월~2012년 4월 대장암 치료를 받은 환자 482명을 조사한 결과 30명(6.2%)이 대장내시경을 받은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발견된 중간암 환자였다. 박 교수팀은 중간암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대한장연구학회지(Intestinal Research) 가을호에 실었다. 국내에서 중간암(대장)과 관련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2만5782명이며, 이를 토대로 중간암 환자(6.2%)를 추정하면 1598명 수준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간암 환자의 평균 나이는 59세로 비(非)중간암(Sporadic Colon Cancer) 환자의 평균 나이(65세)보다 낮았다. 암 부위는 오른쪽(맹장~비장만곡부)이 67.9%로 왼쪽(비장만곡부~항문) 22.2%보다 훨씬 많았다. 박 교수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젊은 나이에 대장암에 걸리면 진행 속도가 더 빨라 중간암의 발병 빈도가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시경 검사는 항문에서 시작해 왼쪽을 지나 오른쪽으로 상단까지 간 뒤 반대로 나오면서 6~10분 검사한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내시경 조작이 어렵고, 발견이 어려운 암이 많다”고 설명했다.

 중간암의 첫째 이유는 대장 안의 이물질(소화된 음식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서다. 박 교수는 “부적절한 대장 정결(관장)로 대장 점막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퍼진 형태의 암 세포를 놓치거나 용종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할 수 있다. 갑자기 생기는 유전성 암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여러 원인 중 의사의 기술 부족에 더 무게를 둔다. 그는 “중간암과 비중간암의 병기 등에 차이가 없는 점에 비춰보면 대부분의 중간암은 내시경 시술자의 기술과 연관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은 1994~2005년 5만7839명의 대장암 환자를 조사해 “중간암은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아닌 사람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메디컬센터와 미네소타의과대학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중간암 환자의 27%가 과거 용종 부위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장(腸) 청소를 제대로 하고, 훈련받은 의사에게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김태일(소화기 내과) 교수는 “중간암은 장 청소가 제대로 안 됐거나 기술적으로 놓쳐서 생긴다. 선종(암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 용종)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것도 시술자의 실력에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이대목동병원 정성애(소화기내과) 교수는 “간혹 위치나 모양이 제거하기 어려운 선종이 있긴 하지만 불완전하게 제거된 것은 ‘불완전 절제’로 표시하고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동네의원은 전문과목의 구분없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데가 많다.

류장훈 기자

중간암=검사 주기(대장은 5년, 유방은 40대 이후 1~2년) 사이에 발견된 암. 미 존스홉킨스병원의 연구에서는 7.2%, 미네소타의대는 5.4%로 나왔다. 정확한 분포나 유전요인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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