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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섯 작가 … 올 한 해 한국문학의 수확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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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 문단의 큰 잔치-. 제13회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제14회 중앙신인문학상, 그리고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시상식이 21일 오후 서울 서소문 오펠리스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노태훈(중앙신인문학상 평론부문), 임솔아(시 부문), 김덕희(소설 부문), 하성란(황순원문학상), 황병승(미당문학상), 김혜진(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자. [박종근 기자]

올 한해 한국 문단의 빛나는 성취를 함께 나누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신예들은 글에 대한 각오를 다졌고, 중견들은 초심을 되새겼다. 21일 오후 6시 서울 서소문 오펠리스홀에서 열린 제13회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제14회 중앙신인문학상, 그리고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시상식에서다. 수상자만 6명에 달하는 큰 잔치에 각계 문인과 수상자 가족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문학의 오늘을 압축해 보여주는 자리였다.

 ◆영광의 얼굴들=지난 한 해 동안 발표된 시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는 미당문학상은 황병승(43) 시인이 받았다. 참담한 실패의 기록이자 시인의 자화상인 ‘내일은 프로’로 상금 3000만원을 받았다. 가장 뛰어난 단편에 주는 황순원문학상은 소설가 하성란(46)씨가 카레 향을 매개로 엄혹한 청춘들의 삶을 불러낸 ‘카레 온 더 보더’로 수상했다. 상금 5000만원.

 내일의 문학을 이끌 중앙신인문학상은 임솔아(26)씨가 ‘옆구리를 긁다’로 시 부문을, 김덕희(34)씨가 단편 ‘전복’으로 소설 부문을, 노태훈(29)씨가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능성, 소설-김연수의 근작들에 관한 몇 가지 독법’으로 평론 부문을 수상했다. 상금은 소설 1000만원, 시와 평론은 각각 500만원이다. 고료 1억원 중앙장편문학상은 ‘중앙역’을 쓴 김혜진(30)씨에게 돌아갔다.

 ◆웃음과 감동의 축사=미당·황순원문학상 수상자의 특별한 인연에게 듣는 축사는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였다. 미당문학상을 받은 황 시인을 위해 송승환 시인(42)이 축사를 맡았다. 송 시인은 “누군가 시를 통해 현실적인 삶의 욕망을 성취하는 동안, 황병승은 다만 ‘시’에 도달하기 위해 시를 썼고 시에 가장 근접한 시인임을 보여줬다”며 “우울과 상처의 나날 속에서도 아름다운 시의 성채만을 가늠하고 바라보던 우리들(2000년대 젊은 시인)에게 그의 수상소식은 큰 기쁨을 주었다”며 거듭 축하했다.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하 작가의 축사는 대학 후배이자 동료 소설가인 윤성희(40)씨가 맡았다. 그는 “선배의 소설 ‘강의 백일몽’을 좋아해서 스무 번도 넘게 읽었는데 읽을 때 마다 깜짝 놀란다. 그리고 나서 제 글을 읽으면 아주 엉성한 바느질 자국이 보인다”며 “그 때 느끼는 부끄러움은 아주 기분 좋은 부끄러움이다. 조금의 시기심도 생기지 않는다. 그저 이런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고마움만 존재한다”고 전했다.

 문단 선배들의 격려도 이어졌다. 이제 막 등단한 신인을 위해 김기택(56) 시인은 “25년 전 제가 등단했을 때 그 충격이 커서 3개월 정도 시를 못 썼다”며 “아마 우리 신인들도 그럴 것이다. 바로 그 때의 그 긴장감, 한 자 한 자 누가 들여다보는 것 같은 두려움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 충격을 창작의 에너지로 삼아 문단의 신선한 활력이 돼주길 바란다”고 했다. 중앙장편문학상 축사는 심사위원을 대표해 이순원(56) 작가가 맡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시인 곽은영·곽효환·권혁웅·김기택·김이듬·송승환·방민호·이수명·이시영·이준규·이진명·최승호·최정례, 소설가 구효서·권여선·김별아·김연수·김이은·김중혁·박민규·박형서·오수완·윤고은·윤후명·은희경·이수진·이순원·이승우·이신조·이혜경·최제훈·편혜영, 문학평론가 강계숙·강동호·강유정·권영민·송종원·우찬제·조재룡·황종연·황현산 (가나다순)씨 등이 참석했다. 중앙일보 김교준 편집인,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이홍 본부장도 함께했다.

글=하현옥·김효은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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