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군의 전세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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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월맹군과 베트콩의 월남에 대한, 대 공세는 그 성격에 있어서나 그 목적에 있어 중대시하지 않으면 안될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우선 이번 공세의 성격을 볼 때 공산군은 종래 그들이 시도해온 「게릴라」전을 중심으로 한 지구전 형태를 버리고 감연 정규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PT-76 수륙 양용 전차를 비롯해서 T34·T54 등 최신의 소제 「탱크」를 대거 투입시키고, 80mm·130m포 등을 동원하면서 금단의 휴전선(DMZ)을 공공연히 유린하여 남침 공격을 자행, 드디어는 수도「사이공」을 비롯한 주요 도시를 정면 공격하는 등 기 갑 전까지도 벌이고 있는 젓이다.
이와 같은 공산군의 목적은 일반적으로 심리적인 전략 공세로 간단히 평가되기 쉬우나, 반드시 그렇게 가볍게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들이 대공세를 감행한 동기의 배후에는 월남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월남 화 계획」이나 「평정 계획」을 파괴하고, 자기들의 실력을 과시, 파리 회담에서의 유리한 흥정 지반을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돼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궁극적 목표가 좀더 직접적인 정치적 목적 달성에 있음은 여러 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주간에 걸친 전황에서 손쉽게 간 취할 수 있듯이 공산군은 제1, 제2, 제3, 제4 전선을 펴는 가운데 북부「다 낭」이북의 쾅트리와「후에」시 등 도시 점령을 책동하고 있는가 하면, 직접 수도「사이공」을 공략하기 위한 본격적인 전투 전개를 완료했음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이러한 공산군의 수도 공략 작전의 직접적인 목적이 월남 정부를 전복하려는데 있는 것도 거의 명백해졌다. 이는 요컨대 공산군이 지금까지의 지구 전략으로부터 일거에 월남을 석권하기 위한 결정적인 대회전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만한 사태인 것이다.
이 같이 격화된 전황의 결정적인 요소는 공산군이 장장 수백 마일에 걸친 보급로를 노출시키면서 과연 언제까지 공세를 계속할 것인가 에도 달려 있지만 그 보다도 더 근본적으로는 이들을 요격하는 월남군의 사기와 월남 국민들의 그 주체적 방위 의지 여하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주 월 미군은 대폭 감축되어 9만5천명 선이며 그 중에서 실지 싸울 수 있는 전투 부대는 고작 7천명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군이 전술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해·공군의 지원 뿐이라 하겠으므로 지상전의 전투는 거의 전적으로 월남 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월남 군은 지난 2주 여의 수세에서 감연 벗어나 이제 독자적인 전쟁 수행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는 듯 전선의 주도권을 회복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월남 군에 이 같이 왕성한 사기가 남아 있는 한 공산군이 노리는 월남 정부의 파국적 위기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며, 그들은 미 해·공군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반드시 반격에 성공하고야 말 것이다.
우리의 이 같은 확신은 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국제 권력 정치의「다이너믹스」로 보아서도 사필귀정의 결론이라 할 수 있다. 즉 만약에 월남 국민에게 주체적 방위 의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세가 파국적으로 불리하여 월남에서의 동서간 세력의 균형 관계가 깨진다고 할 때, 이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근본적으로는 한번도 바뀐 일이 없는 국제적 역관계에 근본적인 변동을 가져오는 것이 될 것인바, 세계 열강은 누구도 이 같은「스테이터스·쿠오」의 파괴를 용인하려 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공산군의 월남에 대한 대공세와 더불어 우리로서 특히 명심해야할 것은 공산 전략이란 어디서나 이처럼 일면 전쟁, 일면 협상의 양면 전략을 쏜 다는 것을 깨닫고, 잠시라도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비록 그들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아 있다하더라도 막연한 평화 무드에 대한 기대 때문에 우리측 군사 역량이나 총력전 태세를 해이케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가를 한국 민의 입장에서는 특히 교훈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아직도 상당수의 잔류 주 월 국군이 자체 묘비를 더욱 투철히 하여 건투 할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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