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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해외체류자도 타먹는 청년창업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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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서울시 청년창업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A씨는 청년창업센터에서 창업에 필요한 공간(10㎡)을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또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창업활동비로 36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이미 국내 기업에 취직한 상태였다.

 B씨는 지난해 청년창업센터에서 창업활동비로 510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그는 창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B씨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124일간 뉴질랜드에 장기 체류하고 있었다.

 서울시 청년창업센터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감사관실은 이런 내용을 담은 ‘청년창업센터 정책감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시는 B씨를 비롯해 해외에서 장기 체류 중인 16명에게 2년간 창업활동비 9902만원이 지급된 사실을 적발했다.

 청년창업센터는 서울시가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2009년 도입한 제도다. 20~39세의 청년 창업자를 대상으로 매년 1000여 개 팀을 선발해 팀당 10㎡의 사무공간과 집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여기에 매달 최대 1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 예산안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82억원을 책정했다. 창업활동비가 창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곳에 전용된 사례도 적발됐다. C씨는 지난해 12월 아동복 온라인 쇼핑몰을 열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해 창업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C씨는 창업과 무관한 여성구두·의류 및 속옷 구입에 165만8000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창업활동비를 분석한 결과 전체 활동비의 27%인 21억6000만원이 창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식비 및 문구류 구입에 사용되었다. 서울시 윤정기 경영감사1팀장은 “창업 활동과 무관한 운전면허 도로연수비에 47만3000원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을 지도하는 코칭 수당도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창업코치 D씨는 지난해 2~12월 창업코칭 보고서 238장을 작성해 센터에 제출했다. 하지만 D씨가 제출한 보고서는 청년 창업가들이 e메일을 통해 문의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부실 보고서였다.

 서울시는 D씨에게 지급된 1247만원의 코칭 비용 중 603만원이 부당하게 지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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