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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헉, 화장실에 휴지가 없네" 이 한마디로 돈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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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어제 자정 전후 지하철 신중동역~부평구청역~갈산역 구간 중 노트북을 분실했습니다. 검정색 벨킨 가방에 15인치 델XPS 들어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ㅠㅠ.” 지하철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한 사용자가 6일 오후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공공 시설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이 자신의 트위터 친구(팔로어)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남기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보급 이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됐다. 이달에도 트위터에는 지하철에서 어떤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경험담이 하루에 한 번 꼴로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리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사업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국토교통부·안전행정부·중소기업청 주최로 6일 열린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창업경진대회’ 결선대회에 실종·분실물 찾아주기 서비스인 ‘We Find’가 소개된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실종자 수는 9만5000명이다. 반려동물은 9만9000마리가 버려지거나 실종됐고, 휴대전화 분실은 65만 건에 이른다. We Find는 이 같은 실종·분실로 정신적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SNS에 하소연하고 있다는 점을 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서울시 대중교통 분실물센터, 경찰청 유실물 정보 등 공개자료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제공받은 관련 정보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분실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이 SNS로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 We Find 서버에 보관하고 있는 공공데이터를 결합해 잃어버린 사람·물건을 찾을 수 있는 지역 범위를 좁혀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보와 위로글을 서로 공유하면서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도 달래줄 수 있다는 게 We Find의 설명이다.

경진대회서 아이디어 422개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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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창업경진대회는 공공데이터의 개방을 통해 관련 분야의 창업을 유도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열렸다. 7월부터 참가자를 공개모집해 422개 팀이 도전했고, 결선엔 17팀이 올랐다. 상위 입상자에겐 총 1억원의 사업자금 지원과 벤처 경영 멘토 프로그램 참여 자격을 줄 예정이다.

 경진대회에서는 어린이 교육용 서비스 아이디어가 주목을 받았다. 그 가운데 ‘까미르의 문양 탐험’은 한국문화정보센터·한국정보화진흥원 등에서 원천 유물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만든 어린이용 전통 문화 교육 콘텐트다. 주인공인 아기도깨비 까미르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발견하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전통문화 계승과 정체성 확립에 기여한다는 공익성을 추구하면서 앞으로 까미르와 등장인물 친구들을 캐릭터 상품화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게 사업 목표다.

 또 다른 어린이 교육 콘텐트 ‘딩동이와 악기놀이’도 결선에 올랐다. 주입식 음악 이론 교육이 아닌 직접 느끼고 표현하는 음악 교육을 제공한다는 게 상품의 특징이다. 기본 자료는 교육부·저작권협회 등에서 공개된 것들을 받았다. 교과서에 실린 악보도 활용했다. 이용하는 어린이들은 50곡의 동요를 들을 수 있고, 32가지 악기 음색으로 직접 연주를 해볼 수도 있다. 제작사는 광고와 캐릭터 상품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또 스마트TV용 앱으로도 추가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피부 건강을 생각하는 여성을 위한 스마트폰·태블릿PC용 프로그램 ‘화해’도 소개됐다. 화장품 성분이 자신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를 궁금해하는 사용자들이 서로 사용후기를 교환하도록 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갖고 있는 시중 화장품 원료 및 성분 데이터, 성분별 특성정보를 제공하면 사용자들은 이 정보를 토대로 경험담을 나누는 방식이다. 공신력 있는 정보와 경험담을 종합해 화장품을 선택하면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소비자에게 준다는 취지다. 화해는 회원수 10만 명이 되면 우선 광고로 수익을 낼 계획이다. 이후엔 개인별 맞춤형 화장품 구매 안내를 통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경진대회에서는 여행자를 겨냥한 사업 아이디어가 가장 많았다. 결선에 오른 아이디어도 5개가 여행 관련이다. 주로 한국관광공사가 제공하는 여행 정보 ‘Tour API 2.0’을 이용했다.

공개 정보만 엮어도 돈 되는 사업

이 가운데 ‘게스트하우스’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자용 저가 숙소인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정보 제공 서비스다. 국내 게스트하우스 1000곳에 대한 정보를 기본으로 담았다. 사용자가 여행 위치를 입력하면 그 주변 게스트하우스는 어디인지, 빈방은 있는지, 할인 이벤트는 있는지 등을 알 수 있게 했다. 향후 예약 기능을 탑재해 전국 게스트하우스에서 수수료를 받는 수익 모델을 세워놓았다.

 ‘서울스탬프투어’는 서울 여행용으로 특성화를 꾀했다. 남산·한강공원·숭례문·덕수궁 등 서울 명소와 그 주변 행사·축제·공연 일정 등 공개정보를 정리해 제공한다. 관광공사는 이들 지역에 대한 영문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어 서울스탬프투어 역시 자동으로 영문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차별화는 관광지마다 방문 확인 도장을 찍는 스탬프투어다. 각 명소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범위 안에 들어오면 디지털 도장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도장 디자인을 상품화하고 광고를 유치해 수익 창출을 노린다.

 ‘포토티켓’은 여행객들이 각 관광지의 입장권과 사진을 간직하려 한다는 점을 활용했다. 포토티켓을 이용해 경복궁 등 입장 티켓을 구입한 뒤 해당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어 올리면 티켓과 결합한 형식의 기념 영상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관광지 주변 교통·숙박·맛집·공연 정보로도 연결해 준다.

날씨·주차·여행 생활밀착형 많아

 날씨 서비스인 ‘테이크웨더’는 현재 제공되는 기상정보가 숫자·가상그림으로만 표현돼 있어 실제 사용자가 날씨 상황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날씨 예보를 활용하되 이용자들이 찍어 올린 사진을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서울 이태원동을 지나가던 사용자가 눈 내리는 사진을 찍어 테이크웨더에 올리면 이를 다른 사용자들이 보면서 그 부근 상황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테이크웨더는 “세계 최대 날씨정보 사진 저장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화장실 정보 서비스도 소개됐다. 누구나 한 번쯤 길을 가다 급하게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은 경험이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만족하십니까’를 이용하면 내가 있는 곳 주변 화장실이 검색된다. 검색되지 않은 화장실을 발견하면 제보도 할 수 있다. 이를 보고 화장실을 이용한 사람은 그곳 벽에 붙어 있는 전자태그에 스마트폰을 대고 사용 후기를 남길 수 있다. 사용자들의 평가가 누적되면 이를 계량화해 백화점·면세점·전시기획사 등에 팔아 수익을 올리는 게 목표다. 이들이 고객 응대 서비스 자체 평가에 화장실 서비스 만족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또 공공기관도 공중화장실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 정보의 구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도 자금·교육·사무실 지원 나서

 주차난에 불만인 운전자를 위한 사업 아이디어도 나왔다. 서울시 공영주차장 정보와 구글 지도를 이용해 운전자에게 주차장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주차구역 나눠쓰기 앱’이다. 이용자는 자신의 위치 주변에 있는 공영주차장과 거주자 우선주차장의 빈 공간을 안내받을 수 있다. 비어 있는 거주자용 주차장을 방문객이 일정 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면 운전자로부터 인기를 얻을 것으로 제작사는 기대하고 있다. 제작사는 또 거주자용 주차구역의 5%를 나눠 쓰면 1826개의 주차공간을 새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서울시의 분석자료를 통해 공익성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평가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앱에 있는 모바일 광고를 보는 만큼 포인트를 부여해 이 포인트로 주차 요금을 내게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외국어로 식당의 위치·거리·영업시간을 안내하는 ‘yummy yummy’와 사용자별 출근길 상황을 안내하는 ‘Beeline’ 역시 우수한 창업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yummy yummy는 현재 외국인 관광객용 음식점 정보에 사진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파악해 이를 보완한 서비스로 소개됐다. Beeline은 사용자별 최적 출퇴근길 정보를 제공해 향후 출퇴근길 외국어 공부 서비스 등을 결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고영진 국토부 공간정보기획과장은 “관련 창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데이터를 계속 새롭게 발굴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라며 “경진대회 외에도 창업교육, 사무공간 제공 등 지원 정책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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