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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뭐가 다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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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Q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이 강하다고들 하는데, 유독 시스템반도체는 약하다는 얘기를 신문에서 많이 봐요. 반면 영국 ARM, 미국 퀄컴 같은 회사들은 시스템반도체로 큰 이익을 남긴다고들 하는데, 시스템반도체는 어떤 반도체인지 궁금합니다. 이 반도체는 어떤 제품에 쓰이나요? 또 우리나라에도 시스템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들이 있나요?

시스템반도체는 반도체의 한 종류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용도에 따라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로 구분됩니다. 이 중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시스템반도체는 연산·제어 등의 정보처리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메모리반도체는 기억을 잘하는 사람이고, 시스템반도체는 정보가 빠르고 계산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스템반도체는 비메모리 또는 시스템LSI라고도 부릅니다.

 우리가 늘 쓰는 스마트폰에도 시스템반도체가 들어갑니다. 애플의 아이폰5S 같은 경우 제품 하나당 반도체가 21개 들어가 있는데 18개가 시스템반도체, 3개가 메모리반도체입니다. 이 중 정보 처리 및 연산을 담당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 제품입니다. 어떤 스마트폰에 듀얼코어(Dualcore) 프로세서가 탑재됐다고 하면 그 스마트폰은 머리가 2개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쿼드코어(Quadcore) 프로세서가 들어있다면 머리가 4개 있는 셈이고, 듀얼코어 프로세서보다 훨씬 정보를 빨리 처리할 수 있겠죠. 이런 이유로 모바일AP를 스마트폰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반도체라고 부릅니다.

 얇고 가벼운 스마트폰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역시 시스템반도체인 이미지센서(CIS)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반도체는 빛을 전기 에너지로 바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옛날 카메라의 필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디지털카메라에도 역시 이미지센서가 들어갑니다. 필름이 들어갈 자리에 손톱만 한 칩이 들어가니 기기가 가벼워도 고품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겁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메모리 1, 2위

 스마트폰에서 쓰이는 여러 가지 기능을 한 번에 처리하려면 적지 않은 전력이 소모됩니다. 하지만 전력이 필요하다고 배터리를 두껍게 만들면 제품이 무거워져 불편하겠죠. 그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얇은 배터리를 장착하고 시스템반도체인 전력관리칩을 답니다. 이 칩은 사용하지 않는 기능에 소모되는 전기량은 최소화하고, 배터리의 전력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돕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렇게 시스템반도체는 전력·빛·소리 같은 아날로그 신호를 제어하고 처리하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통신용 칩,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칩(DSP) 등이 모두 시스템반도체로 분류됩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는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합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산업이 강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점유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회사들은 메모리반도체의 종류인 D램·낸드플래시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는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제품입니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300~400개의 공정이 필요하고, 수천 명의 엔지니어들이 협업해야 합니다. 하지만 먼저 대규모 투자에 나서 제품 개발에 성공하고 안정적인 생산기에 접어들면 그다음부터는 세계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승자독식’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구조가 복잡합니다. 메모리반도체는 정보를 많이 안전하게 저장하는 핵심기능만 만족하면 되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여러 가지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추기 위해 여러 종류의 회로들을 한 기판에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로끼리 엉키면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고도의 정밀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특징입니다. 또 메모리반도체처럼 제품 규격이 정해져 있지도 않습니다. 창의적인 설계 하나로 얼마든지 더 효율적인 시스템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CPU 만드는 인텔, 시스템반도체 최강자

 그렇다면 유명한 시스템반도체 기업은 어떤 곳이 있을까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드는 미국의 인텔이 전통적인 시스템반도체의 강자로 꼽힙니다. 또 최근 스마트기기가 널리 사용되며 여기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 칩을 만드는 미국의 퀄컴, 모바일용 AP의 설계도를 만드는 영국의 ARM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영국 ARM 역시 스마트기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도 가장 핵심인 코어를 개발한 회사입니다. 전 세계 스마트폰·태블릿PC의 95%에 ARM의 기술이 쓰입니다. 퀄컴은 ARM 코어를 활용한 모바일AP ‘스냅드래곤’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지난해 매출이 21조원에 이릅니다.

설계 기술력 뛰어난 퀄컴은 공장도 없어

 특이한 점은 두 회사 모두 생산공장이 없다는 겁니다. ARM과 퀄컴의 기술자들은 오로지 반도체 설계만 합니다. 필요한 설계를 사거나 직접 개발해서 만족스러운 성능이 나오면 대만이나 중국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제품 제작을 의뢰합니다. 이렇게 생산공장이 없는 반도체 기업을 ‘팹리스’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설계는 하지 않고 의뢰받은 제품을 생산만 하는 반도체 공장은 ‘파운드리’라고 합니다. 기술력이 뛰어난 소수의 인력을 갖춘 회사는 설계에,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있는 회사는 생산에 집중해 서로 ‘윈윈’하는 공생관계인 셈입니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모두 개발·생산하는 삼성전자 같은 회사는 종합반도체업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1등 반도체’ 국가가 되려면 시스템반도체를 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생산라인이 없어도 기술력만 갖추면 알짜배기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현재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 부문에 대규모 인력·자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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