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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쓰는 해외 학교 리포트] (4) 시드니에 있는 세인트 앤드류 대성당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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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당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현진(11)이와 단둘이 호주·뉴질랜드 여행을 했다. 영어가 현진이에게 공부가 아닌 언어로 다가서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한 여행이었다. 이때만 해도 시드니에서 이렇게 오래 머무를 줄 몰랐다.

 시드니에 갔을 때 중심가에 숙소를 잡고, 인근 유치원을 직접 찾아 6주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영어 쓰는 아이들과 생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놀이 위주로 짜여 있어서인지 현진이는 유치원 가는 걸 아주 좋아했다. 아침마다 “늦게 데리러 오라”거나, 좀 일찍 데리러 간 날이면 “더 기다리라”고 할 정도였다. 유치원이 끝나면 걸어서 갈 수 있는 박물관과 도서관·공원·미술관·동물원·수족관 등을 찾아 다녔다. 문화와 자연, 이렇게 도시와 시골의 장점만 모아둔 곳이 바로 시드니다.

 이곳 역시 다른 큰 도시와 마찬가지로 한인 타운이 있다. 중심가는 아니고 외곽에 있는데, 미국 로스앤젤레스처럼 영어를 쓰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다. 이런 편리함을 포기하고 시드니 시내에 머물기로 한 건 순전히 학군 때문이다. 시드니 주변 한인타운 학교들엔 한국 이민자가 30~40%일 정도로 많다. 중국·인도 아이까지 합하면 70%가 동양인인 경우도 적잖다. 특히 공립학교는 이민자 수가 현격하게 많다.

 하지만 시드니 동부와 북부는 주로 백인이 많이 사는 부촌이라 그런지 좋은 공·사립학교가 즐비하다. 제임스 루스, 노스 시드니 걸스, 위노나 여학교 등 명문학교로 소문난 곳을 직접 탐방하는 등 정보를 모아 결국 세인트 앤드루 대성당 학교(이하 SACS)에 보내기로 했다. 현진이가 입학한 2009년에 1학년 학생 중 한국인은 현진이가 유일했고, 나머지는 모두 백인이었다. 학교 전체로는 동양인이 10~20% 정도다. 5년이 지난 지금 SACS 초등학교 내 한국 아이는 현진이까지 포함해 총 4명이다.

학교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 전 준비 중인 김현진양(맨 왼쪽 사진 가운데). 세인트 앤드류 대성당 학교는 학업 못지않게 예체능 교육을 중시한다. 뮤직아카데미센터를 통해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 활동을 지원한다. 학교의 뮤지컬단과 합창단, 오케스트라는 호주 국가 행사에 초청될 만큼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SACS는 영국계 사립 미션스쿨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있다. 1885년 남성 성가대의 음악교육을 위해 지어졌지만 지금은 남녀공학이다. 학교 전체가 호주 국가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유서 깊은 학교다. 고딕양식의 대성당도 유명하지만 파이프 오르간은 더 명성이 높다. 아직도 매주 목요일 오후 1시10분부터 30~40분간 파이프 오르간 연주에 맞춰 성가대가 노래를 부른다. 40여 년 전통이라고 한다.

 이 학교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과 존 하워드 전 총리,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 등 저명 인사 방문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학생들의 외부 행사 참여도 활발하다. 호주 공영방송에서 주최하는 크리스마스 공연 등에 매년 학교 소년소녀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게 대표적이다. 성가대 학교로 시작한 때문인지 음악 장학금, 합창단 장학금 등 음악 관련 장학금이 있다. 그 덕분에 호주 전 지역에서 재능 있는 아이들이 모인다.

 학교가 뮤직아카데미센터도 운영하기 때문에 전문성 있는 교사가 음악 교육에 힘쓰는 것은 물론 매년 쇼케이스를 통해 재능을 더 키워준다.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를 다 아우른다. 그렇다 보니 예술대학 진학률이 높다. 학업과 예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면 이 학교를 추천한다.

세인트 앤드류 대성당 학교는 학교 안에서 하는 정규 수업 외에 호주 자연을 활용한 다양한 야외 수업을 한다. 또 방과후 수업으로 체스와 토론, 악기 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학교가 음악만 강조하는 건 아니다. 호주에 와서 한국과 가장 다르다고 여겼던 게 바로 체육교육이다.

 다양한 체육을 하지만 수영은 필수다. 매년 학교 내 대항전, 학교별 대항전, 주별 대항전을 거쳐 전국대회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보면 호주가 얼마나 수영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동네 수영장이 흔해 갓난아기부터 임산부·노인까지 온 국민이 수영을 즐긴다. 학교 체육 수업은 학교 내 체육관 외에도 시드니대학의 체육시설과 인근 웬트월스 공원을 이용한다. 학교 소유의 시드니 근교에 있는 서던 하이랜드 야외 교육센터(88ha·88만㎡·약 26만6200평)에서도 매년 캠프를 통해 동굴탐험, 카누 등을 경험하게 한다.

 이 학교의 또 다른 강점은 드라마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창의성과 표현력을 기르기 위한 것으로, 다른 사람 앞에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길러주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학교보다 이 학교가 더 낫다고 생각한 건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보다 학생에 대한 배려다. 학교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게 없이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준다. 또 일단 선택을 하면 토론이든 연극이든 연주든 체육활동이든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준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특기를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 같다. 또 자존감도 키워준다. 매주 월요일은 정규수업 후 대성당에 다 모인다. 초중고 교장단과 학장, 담임교사가 학교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그 주에 상 받을 학생에게 상장을 준다. 이 학교뿐 아니라 호주 학교는 이렇게 매주 아주 다양한 이유로 크고 작은 상을 줘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준다. 상 받는 아이의 학부모도 초대를 받아 참여할 수 있다.

 이 모든 장점보다도 호주에 와서 가장 놀란 건 교사의 훈육 방식이었다. 아이들에게 교사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의견을 말하게 한다. 한국에서는 무례하게 보여지겠지만 오히려 호주에서는 시선을 맞추지 않는 걸 정중하지 못한 태도로 간주한다. 또 내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만약 못 알아들었다면 반드시 되물어야 한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호주에 온 지 얼마 안 된 한국인 아이가 의사전달이 미흡해 누명을 쓴 적이 있었다. 아이는 억울한 마음에 누명 씌운 아이를 거칠게 밀쳤단다. 여기까지는 한국에서도 늘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 다음이 다르다. 엄마가 그날 학교로 불려왔다. 교사는 엄마에게 “당신 아이 잘못이 더 크다”고 말했단다. 부모나 교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등 자기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지 않고 화 난다고 소리 지르고 남을 밀치는 행위는 잘못됐다는 거다. 이렇게 호주에서는 절대 고함을 지르거나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 흥분해서 남을 밀치는 식으로 남을 위협하는 건 절대 금물이다. 이런 행동은 사건의 시시비비를 따지기 이전에 큰 잘못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거나 부당하다고 느껴지면 학교 안에 비치된 컴플레인 레터 용지(불만 편지)에 자신의 요구사항과 사과 받아야 할 부분을 남겨야 한다. 문제 해결이 우선이지 감정표현이 우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주 학교가 엄격하기만 한 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특히 초등 저학년 때는 교사가 아이들을 아주 친절하게 대하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 오죽하면 아이가 방학을 싫어할까. 학교에 물건 전해주러 갔다가 아이들이 이렇게 학교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았다. 수줍은 한 아이가 발표하기 싫어 쭈뼛해하니 선생님이 그 아이를 자기 무릎에 앉히고는 이야기하듯 발표를 도와줬다. 그 모습을 보고 정말 감명받았다.

 학년이 올라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는 아이 장점을 극대화해 개개인의 재능을 발견하게끔 해준다. 그 과정에 부모를 참여시키는 점도 흥미롭다. 학교행사에 부모를 초청해 아이에게는 자신감을 주고, 부모가 아이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 학습에 대한 접근법도 마음에 든다. 이곳에선 아주 어릴 때부터 수준별 학습을 당연하게 여긴다. 빨리 배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늦게 배우는 아이도 있다. 또 누구는 연산 문제를 빨리 잘 풀지만 집중도는 떨어진다.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이런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 아이에 맞는 발전 방법을 찾는다.

 아쉽게도 이런 건 한국에서는 절대로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모든 부모가 자기 아이는 꼭 우등반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 부모들은 때론 느림의 미학을 아는 것 같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말이다. 스트레스 주지 않고 스스로 좋아하는 걸 찾아 공부할 때까지 지켜보고 기다려준다. 부모 자존심보다 아이의 올바른 학습능력을 정확하게 짚어 스스로 노력하게끔 도와주는 게 진정한 교육일 텐데 말이다.

 이제 학업 측면을 좀 더 얘기해볼까 한다.

 호주는 영국과 동일한 1년 4학기제다. 한 학기는 수업 10주, 방학 2주다. 여름방학(우리로 치면 겨울)은 12월 초부터 1월 말까지 길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겐 영어·수학·과학·제2외국어(저학년은 프랑스어, 고학년은 스페인어), 그리고 방과후 선택 과목인 중국어가 공통 기본 과목이다. 다민족 국가라 언어 과목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다. 고교 과정엔 일어·독어·한국어 등 더 많은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호주는 전국일제고사(NAPLAN), 영재수준별평가시험(ICAS) 등을 통해 초등학교 때부터 수준별 평가를 한다. 매년 백분율로 석차 수준을 평가하고 그걸 기준으로 우수 학교를 발표한다. 이 중 ICAS는 누구나 다 받는 평가가 아니라 학교에서 선정한 아이들만 참여한다. 고교생은 한국의 수학능력시험 같은 ATAR(Australian Tertiary Admission Rank)을 본다. 호주 교육부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70% 이상이 90점 이상, 나머지 30%가 80점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호주 전체 평균은 70점대 초·중반이라고 한다.

 수업 구성은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 현진이를 예로 들면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3시10분까지 수업을 한다. 출석을 부른 후 각 수업은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받는다. 간식과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한국식 쉬는 시간 개념은 없다. 호주는 급식이 없어 대부분 간식과 도시락을 싸간다. 물론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주문해서 먹을 수도 있다. 다만 그날 오전 9시까지 주문해야 한다.

江南通新이 ‘엄마(아빠)가 쓰는 해외 교육 리포트’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국 엄마(아빠)들이 직접 그 나라 교육 시스템과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 드립니다. 네 번째로 호주 국가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사립학교 세인트 앤드류 대성당 학교(St.Andrew's Cathedral School·SACS)를 소개합니다.

 그외 정규수업 전후로 예체능을 배우는 시간도 있다. 현진이는 월요일엔 오전 7시30분부터 정규 수업 전까지 성가대 수업을 하고, 화요일은 방과후에 스포츠나 드라마를 격주로 배운다. 수요일은 방과후에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다. 그외에 토론, 발표, 과학, 체스, 타악기, 현악기, 금관악기, 모던악기 및 보컬, 아트, 축구, 농구 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추가비용은 없다. 단 직장인 부모를 위한 애프터 스쿨(우리로 보면 돌보미 교실)은 하루에 25호주 달러(약 2만7000원)를 추가로 받는다. 공립학교는 방과후 수업 비용을 다 따로 받는다.

호주 교육시스템은 영재공립고 '셀렉티브 하이 스쿨'

한국 특목고 해당 … 입학 경쟁 치열

Q 시드니에도 특목고가 있나.

A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는 영재 공립 고등학교인 셀렉티브 하이 스쿨(Selective High School, 한국의 과고·외고에 해당)이 있다. 금융·의료 부문에 종사하는 전문직 부모가 자기 자녀 역시 같은 직업군으로 키우려고 들여보내는 학교다. 많은 학부모가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려고 하지만 특히 한국 등 아시아 엄마들이 학원에 보내고 과외 시켜 가며 집중적으로 준비한다.

호주 시민권자, 호주 영주권자, 뉴질랜드 시민권자 중 NSW 거주자가 입학 할 수 있다. 현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국 유학생도 교장의 허락을 받아 지원할 수 있으나 입학 전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취득해야 한다

학생 대부분이 한국·중국·인도계다. 호주 현지 아이들은 입학해도 적응을 잘 못해 사립학교로 전학 가는 사례가 많다. 동양계가 지나치게 많아지자 호주 정부는 2010년 정원의 20~30%를 백인 영주권자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엔 차별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곳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은 초등 저학년부터 입시를 준비한다. NSW에 셀렉티브 스쿨이 30여 개 있는데 5학년 마지막 학기와 6학년 첫 번째 학기 중에 시험을 치른다. 합격하면 7학년부터 셀렉티브 하이 스쿨 진학 특별반에서 수업을 받는다. 시험 과목은 영어·수학·에세이 3과목이다. 셀렉티브 스쿨 성적 1위(2012년 NSW주 교육부자료)는 13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는 제임스 루스 농업고등학교(James Ruse Agricultural high School, 한국 과고에 해당)다.

Q 사립학교는 어떻게 진학하나.

A 호주 사립학교는 대부분 종교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 깊은 명문 사립학교의 경우 입학이 까다롭다. 성적은 물론 기타 활동에서 수상 경력이 있거나 예체능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을 뽑는다. 자녀를 호주 학교에 보내고 있는 유지영씨는 “호주 사회에서 명문 사립학교는 법조계·정치계 인사의 자녀가 입학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대를 이어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나 조부모가 그 학교 출신이면 입학하기 쉽다”고 말했다. 또 “전통과 명예를 중시하는 일부 명문 사립학교는 아무리 성적이 우수하고 재산이 많더라도 이런 배경이 없으면 합격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유학생을 기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Q 공립학교 들어가기는 어떤가.

A 공립학교지만 영주권자가 아니라면 한 학기(10주)에 3000호주 달러(이하 달러·한화 약 325만원)를 학비로 낸다. 4학기제이므로 1년에만 1만2000달러가 드는 셈이다. 그러나 사립학교의 평균 한 학기 학비 5000달러(약 542만원)보다는 싸다. 한 반은 20명가량이다. 12살까지 아이를 혼자 학교에 보내면 안 된다. 부모가 직접 등·하교를 시킨다.

호주의 입시제도(HSC와 ATAR)

1. HSC

The Higher School Certificate의 약자. 11·12학년을 이수한 학생에게 주는 고교 졸업증서이자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같은 시험이다. HSC를 응시해야 졸업장을 받고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호주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증받는다. 시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카테고리A로 불리는 교육청 개설 일반 과목이고, 다른 하나는 카테고리B로 불리는 직업교육 훈련청이 개발한 직업 전문 과목이다. 필수과목은 영어·수학·역사·음악이다. 호주의 대학 진학률은 높지 않아 HSC 응시자의 30%만 진학하고 30%는 전문학교, 나머지 40%는 취업한다.

2. ATAR

Australian Tertiary Admission Rank의 약자. 대학 입학 등급이라고 보면 된다. 퀸즐랜드주를 제외하고 전 호주 학교가 다 참여한다. 최고 등급은 99.95점이며 0.05점 단위로 나뉘어 있다. 예컨대 99.95점을 받았다면 상위 0.05%라는 얘기다.

자료=호주 교육부 운영 교육정보 사이트 www.myschool.edu.au

정리=김소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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