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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뮤지컬 '고스트' 주연 맡은 주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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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요즘 더없이 즐거운 주원. “내 연기의 출발점이 뮤지컬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남김없이 보여드리겠다”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재미있어요. 즐겁고 행복하고. 잊었던 나를 다시 찾는 거 같아요.”

 4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게 어떠냐는 첫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짧고 강했다.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목소리는 여렸지만 표정은 싱그럽고 활기찼다.

 최근 종영된 인기 드라마 ‘굿닥터’로 행복한 시간을 누린 배우 주원(26)이 뮤지컬에 출연한다.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익히 알려진, ‘고스트’(Ghost)다. 영화에서 패트릭 스웨이지가 연기했던 샘 역을 맡았다. 그는 뮤지컬에 전념하기 위해 2년간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 ‘1박2일’도 얼마 전 그만뒀다.

 “이번 공연은 6개월 이상 대장정이거든요. 오랜만의 뮤지컬인데, 게다가 스웨이지가 했던 역인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반, 잘 하고 싶다는 절실함이 반이에요. 주원만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을까, 제가 되레 기대 돼요.”

 주원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각시탈’로 꽤 알려졌다. 연말 개봉할 영화 ‘캐치미’에서도 주연을 꿰찼다. 하지만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쉽게 상상이 안 된다. 유명세 좀 얻고 나니, 그 힘으로 다시 뮤지컬에 서는 건 아닐까.

 그래서 주변에 슬쩍 물어봤다. 예상과 다른 반응이다. 4년 전 주원이 마지막으로 했던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제작사 관계자는 “외모보다 가창력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당시엔 무명이었다. 김무열과 더블 캐스팅돼 주인공 멜키어 역을 했다. 성량이 풍부하고 호소력이 짙어 마니아팬이 많았다. 후반부 150여 회를 소화했다. 성실하고 안정감 있다”라고 했다.

“성량 풍부하고 호소력 짙어” 평가

 그는 언제부터 뮤지컬 무대를 꿈꿨을까. “조승우 형 때문”이란다. 계원예고를 다니던 2004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폭풍처럼 몰아쳤고, 고교 선배 조승우를 보러 극장을 찾았다. “뮤지컬이 이런 거구나, 한번 승부를 걸어도 되겠다 싶었죠.” 이런 얘기도 했다. “연기·노래·춤 모든 걸 해야 하잖아요. 뮤지컬이 무대예술의 집합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주원은 보컬 레슨을 전문적으로 받지 않았다. 대신 학창시절 노래방을 즐겨 찾았다. 록발라드 계열 노래가 애창곡이었다. 그리고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를 다녔다. 2006년 학교 선배였던 한지상이 “뮤지컬 ‘알타보이즈’ 오디션 있는데 한번 볼래”라고 권했다. 그게 데뷔 무대가 됐다. “그냥 끌렸어요. 깊은 분석보다 본능과 직관을 믿는 편이에요.”

신인 시절 뮤지컬서 기본기 다져

 그는 2010년 ‘제빵왕 김탁구’ 구마준 역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86㎏ 나가던 몸무게를 두 달 만에 65㎏으로 뺐다. “특별히 누가 시킨 게 아니에요. 대본 보고 캐릭터상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 거죠. 간단한 야채만 먹고 운동 죽어라 하고…. 어휴, 이젠 또 그렇게 못해요.”

 주원은 ‘굿닥터’에서 자폐증상의 레지던트 역을 빼어나게 소화했다. “관련 영상물이나 책 등 닥치는 대로 뒤졌어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세 명과 인터뷰도 했고. 그래도 방향 안 잡히고, 물어볼 사람도 없고…. 자칫 내 연기로 그분들께 잘못된 선입견을 주게 되는 건 아닌지, 촬영 내내 전쟁 같았어요. 시청률 높은 것보다 그저 무탈하게 끝난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주원은 훈남이면서도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로 평가된다. “신인 시절 4년 가량 무대에 섰던 게 기본기를 다져준 게 아닐까 싶어요. ‘드라마 하고 돌아오니 더 좋아졌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무대든 영상이든 오래오래 하고 싶거든요.”

글=최민우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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