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논쟁

TPP 협상 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2013.10.26 00:40

업데이트 2013.10.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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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할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협상 참여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늦게 참여하면 우리 이해 반영하기 어렵다

정 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일부 보도와는 달리 정부는 아직 TPP 참여 여부에 대해 분명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당연히 심사숙고할 사안이다. TPP 협상 참여든, 불참이든 정책결정 이전에 우리 경제의 이익과 손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물론 경제통상 정책의 장기적인 비전과 국제통상의 흐름을 고려해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먼저 경제적 효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TPP 참여에 따른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의 용역을 받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TPP 참여 시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2.6%의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불참 시 무역전환효과로 인해 0.11%의 성장감소 요인이 발생한다. 미국 브랜다이스대 피터 페트리 교수의 연구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와 유사한 분석결과를 보여준다. TPP 참여에 따른 경제적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쟁점은 참여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TPP 참여에 대해선 찬성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으로 갈린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이미 공들여 체결한 양자 간 FTA를 충분히 활용할 시간을 두자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통상환경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양자 간 FTA에서 지역무역협정으로의 중심 이동이다. 여러 개의 양자 간 FTA보다 다수의 국가가 참여하는 지역무역협정이 선호되는 것이다.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FTA와 같은 지역무역협상에 우리나라가 이미 참여하는 상황에서 굳이 TPP 협상에 참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RCEP나 한·중·일 FTA 협상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데 비해 TPP는 이미 19차례의 협상을 거치면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비록 연내 타결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 하더라도 TPP는 2015년 타결을 목표로 하는 RCEP나 한·중·일 FTA보다 일찍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TPP는 21세기 무역협정을 추구하면서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와 새로운 무역규범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신통상 로드맵은 역내 경제통합 논의에서 우리나라의 핵심 축 역할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도 TPP 참여는 필수적이다. 어차피 우리나라가 TPP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최대한 빨리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TPP 협상이 비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는 협상내용을 세세히 알 수 없다. 둘째, TPP 협상의 후발참여국은 합의가 끝난 협상분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29개 협상 챕터 중 5~6 개 분야는 협상이 이미 타결됐고 다른 분야들도 상당수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전 타결 이후에 가입한다면 우리의 이해를 반영할 여지가 사라진다. 셋째, 시간이 갈수록 협상참여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TPP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협상참여국들과 사전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조속히 협상에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지연함으로써 발생하게 되는 기회비용의 차이는 크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협상 참여 연기의 논거인 피해산업 발생이나 사회적 갈등 요인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연구위원

서두르다간 농업·중소기업 부담 가중돼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TPP 참여에 따라 초기에 치르게 될 부담은 정치·경제적으로 결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TPP 협상에 12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이 TPP 협상의 핵심이다. 우리가 부담해야 할 초기 부담의 대부분은 이들 국가와의 협상과 관련돼 있다. 지난 10월 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일본 언론이 나서서 한국의 TPP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자 했던 배경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TPP 가입 자체를 반대하지 않으나 시점에 대해서는 정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본다. 현 상황에서 TPP 참여는 지난해 어렵사리 이행시킨 한·미 FTA 논란을 다시 되살린다고 해도, 즉 한·미 FTA 재협상의 구실을 제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미국과 FTA를 협의하게 되면 미국 측에서 쇠고기 추가 개방과 쌀 관세화 이후 관세 인하, 서비스 추가 개방, 비관세장벽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선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무역구제 관련 조항, 지재권 보호조항 등에 대해 FTA 수정 요구가 제기될 것이다.

 특히 내년에 중국과의 FTA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농업시장 개방 논란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한·중 FTA에 대한 농업계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쇠고기와 쌀 개방 압력이 추가되게 되면 2007년 한·미 FTA 반대 정국과 같은 개방-반개방 대치정국이 형성돼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 상당할 것이다.

 또 TPP 가입은 일본과의 신규 FTA를 의미하고 이로 인한 부담도 적지 않다. 1998년 우리나라가 FTA 추진을 결정하면서 시작된 한·일 FTA는 실제 협상까지 했으나 협상을 할수록 입장 차이가 점점 더 벌어졌다. 결국 협상 중단이 선언됐다. TPP 틀 속에서 협상하게 되면 일본의 고자세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일부에서는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TPP 협상에서 시장 개방은 양자 간 협상이고 우리나라와의 FTA에 대해 일본 측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

 일본과의 FTA 추진이 어려운 이유는 국민경제 전체로도 손실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손실과 부담이 대부분 중소기업에 집중된다는 데 있다. 일본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수 중소기업은 한·일 FTA로 일본에 진출할 가능성이 낮다. 반면 현대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기업은 한·일 FTA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일제 부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일본으로의 수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 FTA 협상 재개는 곧바로 중소기업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는 이유다. 더욱이 중소기업을 중시하는 현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일본과의 FTA 협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여건이다.

 지난 10월 APEC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양자 간 FTA를 적극 추진하고 그동안 APEC 차원에서 논의해온 아태 자유무역협정(FTAAP)을 진전시키며 동아시아 경제통합 논의를 가시화시키기로 했다. 정상회의를 코앞에 둔 시점에 제기됐던 TPP 가입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이에 언론이 궁금해하자 청와대 경제수석은 “초기 부담이 크고 챙겨봐야 할 사항이 많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소한 한·중 FTA 협상과 쌀 관세화 문제가 해결된 이후 TPP에 참여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여 시기를 늦추면 불필요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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