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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마피아에 일감 몰아준 철도공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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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철도시설공단 퇴직자들이 임원으로 있는 특정업체가 공단이 발주한 CCTV사업을 독점한다는 폭로가 나왔다. 공단은 해당 기업이 시설 가격을 연간 50% 이상 올려도 계약을 진행하고, 제품에 오류가 나자 시험성적 평가항목에서 아예 삭제하고 평가를 진행해 납품 자격을 유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24일 “경부고속철도(KTX)와 현재 건설 중인 호남고속철도의 CCTV사업 중 지금까지 발주한 4건, 총 596억원 규모의 사업을 모두 특정업체(그래픽 B사)가 독점했다”며 “(B사의) 영업권을 틀어쥔 철도고-철도공단 출신 임원으로 구성된 기업(A사)이 공단의 발주 사업을 모두 따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 의원에 따르면 A사 사장의 부친은 2004년 공단 출범 당시 부이사장이었고, 공단의 전신인 철도청의 차장을 지냈다. A사 부사장은 공단의 요직인 인사처장 출신이다. 공단 처장 출신인 A사의 전임 전무는 최근 다시 공단에 복직했다.

 고속철 CCTV는 ‘실시간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시속 300㎞로 운행되는 고속철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영상이 다른 CCTV처럼 시차를 두고 전송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 의원은 “납품을 위해선 13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무슨 영문인지 공단은 독점업체가 문제를 보인 분야(실시간 통신제어 기능)를 포함해 3가지 항목을 평가항목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평가를 맡은 감리단이 그렇게 했을 뿐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변 의원은 “경부선 사업비를 바탕으로 호남선 적정가를 계산하면 약 130억원이 나오는데, 독점기업은 호남선 납품가를 190억원대로 인상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로 인해 올해만 적어도 60억원 이상의 세금이 낭비됐다”고 했다. 이어서 “세부 내역을 보면, 광영상전송장치의 가격이 경부선 사업에선 1400만원이었는데 호남선에선 갑자기 2400만원이 됐다”고도 했다.

 입찰 방법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B사 제품의 영업권을 갖고 있는 A사는 공단이 공개입찰을 시작하자, 제조업체 B사와 함께 입찰에 참여했다. 경쟁입찰이라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 A사가 마치 기술력을 가진 것처럼 입찰에 참여해 B사가 공사를 맡게 도와준 것이 아니냐고 변 의원은 의심하고 있다.

 국토위 소속 같은 당 박기춘 의원은 “업계의 제보에 따르면 공단 퇴직자 1명을 영입하기 위해선 스카우트 비용과 연봉을 합쳐 5억원 이상이 든다”며 “고속철도단장 출신이 한 업체의 임원으로 스카우트된 후, 그 기업의 수주액이 2011년 46억원에서 2012년 120억원으로 늘어나 업계 14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고 밝혔다. 공단이 국회 국토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공단이 출범한 이후 퇴직자 185명 중 136명이 관련 업체에 재취업했고, 처장급 고위직 퇴직자 32명 중 28명은 관련회사 임원으로 스카우트됐다. 변 의원은 “이들은 철도고-철도전문대-철도청(철도공단 전신)을 거치면서 ‘철도 마피아’를 형성하고 있다”며 “최근 문제가 된 원전 마피아보다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국가권익위도 철도시설공단 발주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권익위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한 검토를 마쳤으며, 다음달 초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와 권익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공단은 관련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의견을 조사 기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인식 기자

알려왔습니다 ‘A사는 공단이 발주한 CCTV사업을 독점하고 공단은 A사가 시설 가격을 연간 50% 이상 올려도 계약을 진행하고, 납품 제품에 오류가 나자 시험성적 평가항목에서 삭제하고 평가를 진행해 납품 가격을 유지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A사가 공단의 CCTV사업을 모두 따낸 것은 아니고 A사 대표이사의 부친이 한국철도시설공단에 근무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A사는 시설 가격을 결정할 지위에 있지도 않았고 납품 제품에 대한 시험성적 평가항목이 삭제된 적이 없었으며 공단의 입찰에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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