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공공요금 올려 또 성과급 잔치에 쓸 건가

중앙일보

입력 2013.10.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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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부실 공기업 재무 개선을 위해 5대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수도·가스·도로·철도요금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어제 정부가 국회정책예산처에 낸 ‘2013~2017년 중장기 재무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4년간 약 13~24%가량 올리는 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공기업 빚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런 점에서 요금 현실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금 인상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뿌리뽑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개혁이다.

 주요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오죽하면 매년 국정감사 단골 메뉴가 됐겠는가. 올해 국감도 예외가 아니다. 수도요금을 올리겠다는 한국수자원공사는 11조원, 통행료 인상을 추진 중인 한국도로공사는 25조원의 빚을 안고 있다. 하루 이자만 각각 9억원, 32억원이 나간다. 그런데도 직원들 대학원 학비를 전액 지원해 줬다. 많게는 일인당 한 해 7000만원까지 줬다. 성과급 잔치도 요란하게 했다. 수공은 지난 4년 새 직원 성과급을 225%나 올렸다. 같은 기간 사장 연봉은 1억8533만원에서 2억6260만원으로 42%나 올렸다. 적자 회사에 성과급 잔치요 연봉 인상이라니, 민간 기업 같으면 어림없을 일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또 어떤가. 17조원의 빚에 한 해 6000억원씩 적자가 난다. 그런데도 전국 철도역의 알짜 편의점 59곳의 운영권을 코레일유통 퇴직자에게 줬다. 그것도 수의계약을 통해서다. 30년씩 장기 임대해준 곳도 있다. 회사 빚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식구 챙기기’에 열을 올린 것이다. 그래 놓고 손쉬운 요금 인상을 통해 빚을 갚겠다니 말이 되는가.

 정부 관계자는 “요금 인상에 앞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임금 동결, 인력 감축 등의 고강도 자구 계획 대신 부동산이나 자회사 매각 등 손쉬운 구조조정을 내세워 시늉만 내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내가 낸 수도·통행료가 부실 공기업 성과급 잔치와 제 식구 배 불리기에 쓰인다면 요금 인상을 납득할 국민이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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