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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저축은행 사태 재방송 보는 것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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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저축은행 사태의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 정책당국은 구조적 문제로 미루고 국회는 인재라고 질타하며 피해자들은 보호를 못 받고 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동양 국감’이 벌어진 17일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지적이다. 실제로 저축은행 사태와 동양 사태는 발생, 파장, 책임 소재 논란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빼닮았다.

 2011년 터진 저축은행 사태는 영업 기반을 상실한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호경기를 틈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무리한 대출을 늘리다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폭발력을 키운 건 정책 실패와 감독 부실, 그리고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였다.

 이날 국감에선 동양 사태도 정책당국이 부작용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 규제를 한꺼번에 푼 게 단초가 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2008년 이전 신탁회사는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 증권을 취득하는 게 금지돼 있었다. 그런데 2009년 2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이 조항은 사라졌고, 동양의 ‘기업어음(CP) 돌려막기’가 본격화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일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상황론’을 꺼내들었다. “당시 금융정책의 큰 방향이 규제 완화였고 직접 규제에서 간접 규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는 얘기다.

 시장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일찍부터 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파장을 우려해 시간을 끌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기식(민주당) 의원은 “감독 당국이 2008년부터 문제를 인지했지만 정책적 고려에 의한 처리 지연, 부실 제재로 피해자가 늘었다”고 질타했다. 2009년 금감원은 동양증권과 CP 물량을 줄이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종합검사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정황도 속속 드러났음에도 금융위에 규정 개정을 건의한 건 지난해 7월에서였다. 대주주의 도덕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도 닮은꼴이다. 금감원은 동양레저 등의 법정관리 직전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계열사의 자금이 지원된 정황이 있다며 현재현 회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이혜경 부회장은 법정관리 직후 동양증권의 개인금고에서 거액을 인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 위원장은 “대주주의 도적적 해이가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당국의 대응이 늦어지면서 투자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집중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기식 의원은 “계열사 투자부적격 채권 판매 규제의 유예기간이 늘어나면서 ‘큰손’들은 빠져나가고 불완전 판매로 막차 탄 사람들이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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