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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걸린 이천수 … 지키려 했다는 아내 딴 곳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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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이천수가 16일 오후 고개를 숙인 채 인천 남동경찰서에 출두하고 있다. [인천=뉴스1]

“아내를 지키기 위해 행동했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폭행 시비에 휘말린 이천수(32·인천 유나이티드)가 거짓말까지 했다. 이천수는 16일 저녁 약 3시간30분 동안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불구속 입건이 결정됐다. 당사자 이천수와 김모(30)씨,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이천수의 폭행 및 재물손괴 혐의가 인정됐다.

 이천수는 조사 과정에서 말을 바꿨다. 사건은 14일 새벽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술집에서 일어났다. 김씨는 이천수가 자신의 뺨을 두 차례 때리고 휴대전화를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천수는 14일 일간스포츠와 전화 인터뷰에서 “피해자 김씨가 시비를 걸었다.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병을 깼다.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16일 경찰 조사에서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동석했다는 아내는 이천수의 주장과 달리 시비 당시 술집에 없었고, 사건이 진정될 즈음 뒤늦게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엔 이천수에게 호의적이던 여론은 “아내를 지키려 했다”는 말이 허위로 드러난 뒤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곤란해진 건 인천 유나이티드다. 인천은 사건 이후 경찰 조사까지 이틀 동안 “정확한 정황 파악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이천수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이천수의 이야기는 거짓으로 드러났고, 이천수뿐 아니라 인천 구단도 대중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모양새가 됐다. 이천수의 서툰 거짓말이 사건을 악화시킨 셈이다. 인천 구단은 17일 오전 회의를 열고 사건을 원만하게 마무리 짓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인천 관계자는 “입건과 동시에 이천수는 피의자 신분이 됐다. 경찰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피해자와 이천수의 원만한 합의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자체 징계 여부는 사태를 수습한 뒤로 미뤘다.

 올해 K리그에서 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듯했던 이천수는 7개월 만에 다시 사고를 쳤다. 올해 초 임의탈퇴 철회를 지지하며 이천수의 K리그 복귀를 도운 하석주(45) 전남 감독은 “천수가 잘해야 내 기분도 좋은데 안타깝다. 조언할 말이 없다. 인천 구단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은 천수의 마지막 팀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러 고향으로 돌아간 건데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박항서(54) 상주 감독은 “안타깝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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