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인성중시 리더십, 서구 경영학이 수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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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에서 열린 ‘홈플러스 데이’에서 이승한 회장(오른쪽)이 홈플러스의 경영혁신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미국 보스턴 시내에 위치한 보스턴대 경영대 건물로 16일(현지시간) 오후 4시 학생들과 교수진 400여 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건물 입구에 서 있는 토끼 모양의 초록색 인형을 호기심 어린 눈길로 쳐다보다 1층 강연장으로 입장했다. 이 인형은 국내 유통기업 홈플러스가 친환경 기업임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e파란’ 캐릭터였다.

 보스턴대 경영대는 이날 설립 100주년을 맞아 ‘홈플러스 데이’를 개최했다. 보스턴대 경영대는 사회공헌 연구개발 센터,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설치한 세계 최초의 가상 스토어 등에 주목해 5개월에 걸쳐 홈플러스의 경영 사례를 연구해 왔다.

 강연장에서는 케네스 프리먼 경영대학장과 이승한(67) 홈플러스 회장이 대담 형식으로 홈플러스 경영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프리먼 학장은 “기업이 높은 성과를 내려면 가치와 문화, 비전과 전략 등이 중요한데, 이승한 회장의 경영 방식에는 이런 요소들이 효과적으로 결합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리더의 됨됨이를 강조하는 이 회장의 ‘인성중시(Being)’ 리더십은 서구의 경영학이 받아들여야 할 핵심을 잘 짚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존의 서양 경영학이 성과 중심에 주목했다면 홈플러스는 동양식 인성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강조한다”고 화답했다. 이 회장은 이어 “대한민국 제조업체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곳이 많은 것처럼 경영이론이나 사회공헌활동, 인재 양성에서도 주목할 만한 기업이 많이 있다”며 “이번 홈플러스 데이를 계기로 한국식 경영 방식이 해외에 소개되고 수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담에 이어 이 학교의 엔 벤카트라만 교수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멀티미디어를 통한 유통 혁신에 대해 설명하면서 홈플러스의 가상 스토어를 영상 자료로 보여줬다. 스크린에 지하철 승강장에서 QR코드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장면이 나오자 청중석에선 사이엔 “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어 트위터로 실시간 접수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단기간에 홈플러스를 한국시장 2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을 알려달라”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이 회장은 곧장 “그건 비밀”이라고 답했다. 재치 있는 답변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홈플러스의 경영혁신 사례는 향후 보스턴대 MBA 과정에 정식 과목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한국인으로 보스턴대에서 활동 중인 이유택 교수는 “이르면 내년부터 홈플러스 경영 사례가 수업 시간에 소개될 것”이라며 “어려운 용어로 점철된 학문이 아닌 실제 기업 종사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경영이론을 배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뤄진 이 회장과 프리먼 학장의 대화 내용도 비디오 자료로 만들어져 경영대 아카이브에 영구 보관되고 수업 자료로 활용된다.

 한편 15일(현지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13 보스턴 CSR 연례포럼’에서 홈플러스는 ‘올해의 가장 창조적인 사회공헌기업상’을 수상했다. 주최 측은 홈플러스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08년부터 138개 전 점포의 옥상에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시설을 설치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40% 줄인 점을 높이 평가했다.

보스턴(미국)=JTBC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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