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혈액형 부적합 자기이식 생존율 96% 이상"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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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번째 부적합 신장이식 환자로 만성 신부전으로 고통을 받다 지난 9월 5일 A형인 친척의 신장을 이식받은 O형 임 모씨(53세, 女)와 신장이식팀 한덕종 교수의 모습

혈액형이 더이상 장기이식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15일 혈액형이 다른 장기이식(간 220례·신장 200례) 후 환자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간과 신장 모두 96%(1년) 이상 높은 생존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혈액형을 맞춰 수술한 것과 비슷한 생존율이다.

‘ABO 혈액형 부적합 이식’은 기증자와 수혜자간 혈액형이 부적합한 경우에도 간이나 신장·췌장 등의 장기를 주고받는 수술이다. 장기이식 수술 전 혈액형이 맞지 않는 수혜자에게 혈장교환술, B세포제거 항체 주입 등의 방법을 통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항체를 제거하는 고난이도 이식 방법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장기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장기이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혈액형의 장기가 들어오면 받는 사람 몸의 면역체계가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형인 사람 몸에는 B형에 대한 항체가 있다. B형 항체는 B형 항원을 만나면 자물쇠와 열쇠처럼 딱 들어맞아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만일 A형인 사람에게 B형인 사람의 장기(항원)가 들어가면 장기 색깔이 변하면서 혈액순환이 안돼서 장기가 망가지고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요즘엔 문제성 항체를 제거하고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장기이식 수술을 진행한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부적합 이식 수술 분석 결과 간과 신장 모든 분야에서 환자 생존율이 적합 이식 수술과 대등했다"고 말했다. 또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일반 이식과 마찬 가지로 거부반응이나 합병증 없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간 이식 수술에서는 혈액형 부적합 간 이식 수술(220건)의 1년 생존율은 96%다. 3년은 93%, 5년 93%로 나타났다. 혈액형 적합 간 이식 수술의 1년 생존율 96%, 3년 90.5%, 5년 88%와 비교해 생존율이 더 좋았다.

신장 이식 수술도 마찬가지다. 혈액형 부적합 신장 이식 수술의 1년 생존율 98%, 3년 96%, 5년 96%를 기록하고 있다. 혈액형 적합 신장 이식 수술 생존율 97%(1년), 96%(3년), 94%(5년)를 뛰어넘었다.

이같은 장기이식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간· 신장 모두 세계 장기이식의 강국이라는 일본이나 유럽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간 이식팀 송기원 교수는 “혈액형 부적합 이식 수술의 경우 면역 거부 반응 등을 판단해 전신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환자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지만, 최근에는 중증환자까지 치료 대상으로 고려할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술 전 정확한 시뮬레이션으로 결과를 예측하고 수술 후 집중적으로 환자를 관리한다”며“풍부한 수술 경험이 이식수술 성공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혈액형 부적합 이식수술 기법이 발달하면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2009년 이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시행한 생체이식 중 부적합 이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신장 20%, 간 15%다. 장기이식 수술 환자 5명 중 1명이 부적합 이식수술을 통해 장기이식을 받는 셈이다.

국내 혈액형 부적합 간 이식은 1996년 2월 처음 성공한 이후 2011년 46건, 2012년 73건, 2013년 9월까지 57건이 이뤄졌다.

최근에는 수술 기법의 발달로 조직적합성항원(HLA)에 대한 항체 형성으로 수술이 쉽지 않은 환자도 문제성 항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탈감작(desensitization, 脫感作) 치료로 성공적으로 장기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장이식팀 한덕종 교수는 “더 이상 혈액형은 장기를 기증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며 “장기기증 문화가 확산돼 많은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아시아 장기이식센터 중 유일하게 4년 연속 연간 200례 이상의 신장이식 시행한다. 또 2012년에는 연간 277건의 세계 최다 생체 신장이식 수술 성공했다. 2013년 현재까지 세계 최다인 3338건의 생체 간이식을 진행 하면서 국내외 장기이식 발전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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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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