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30년엔 마음을 컴퓨터로 옮길 수 있어 영생?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람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스캔한 그림. 뇌에 담긴 마음을 복사하면 영생은 가능한가. [사진 위키피디아]

먼 훗날 사람이 죽으면 몸은 소멸되지만 마음은 영생을 누리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 컴퓨터의 기억 장치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 마음은 컴퓨터에 의해, 복제된 몸 안으로 다시 옮겨져 끝없이 환생을 되풀이한다.

1956년 아서 클라크(1917~2008)가 발표한 과학소설인 『도시와 별들(City and the Stars)』의 줄거리이다. 이 소설은 마음 업로딩(mind uploading)을 처음으로 상상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뇌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의 마음을 컴퓨터와 같은 기계 장치로 옮기는 과정을 마음 업로딩이라고 한다.

마음 업로딩을 연구한 과학 논문을 최초로 발표한 인물은 미국 워싱턴대의 생물노화학자인 조지 마틴이다. 1971년 마틴은 마음 업로딩을 생명 연장 기술로 제안한 논문을 학술지에 기고했다. 이를 계기로 ‘디지털 불멸(digital immortality)’이라는 개념이 미래학자들의 화두가 되었다.

마음 업로딩은 미국의 로봇공학 전문가인 한스 모라벡의 저서에 의해 대중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88년 펴낸 『마음의 아이들(Mind Children)』에는 사람의 마음을 기계 속으로 옮겨 사람이 말 그대로 로봇으로 바뀌는 시나리오가 다음과 같이 상세히 제시되었다.

“수술실에 누워 있는 당신 옆엔 당신과 똑같이 되려는 컴퓨터가 대기하고 있다. 당신의 두개골이 먼저 마취된다. 그러나 뇌가 마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식은 말짱하다. 수술 담당 로봇이 당신의 두개골을 열어 그 표피를, 손에 수없이 많이 달린 미세한 장치로 스캔(주사)한다. 주사하는 순간마다 뇌 신경세포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가 기록된다. 로봇 의사는 측정된 결과를 토대로 뇌 조직 각 층이 보여주는 행동을 본뜬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한다. 이 프로그램은 즉시 당신 옆의 컴퓨터에 설치돼 가동된다. 이러한 과정은 뇌 조직을 차근차근 도려내면서 각 층에 반복적으로 시행된다. 말하자면 뇌 조직의 층별 움직임이 모의 실험(simulation)되는 것이다. 수술이 끝날 즈음 두개골은 텅 빈 상태가 된다. 물론 당신은 의식을 잃지 않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뇌로부터 빠져나와 기계로 이식돼 있다. 마침내 수술을 마친 로봇 의사가 당신의 몸과 컴퓨터를 연결한 코드를 뽑아버리면 몸은 경련을 일으키며 죽음을 맞게 된다. 그러나 당신은 잠시 아득하고 막막한 기분을 경험할 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당신은 눈을 뜨게 된다. 뇌는 비록 죽어 없어졌지만 당신의 마음은 컴퓨터에 온전히 옮겨졌기 때문이다. 당신은 새롭게 변형된 셈이다.”

육신 소멸해도 의식은 컴퓨터 속에 영원히
모라벡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이 기계에 이식됨에 따라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먼저 컴퓨터의 성능에 힘입어 생각하고 문제를 처리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을 복사하여 동일한 성능의 컴퓨터에 집어넣을 수 있으므로 자신과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기계를 여러 개 만들어낼 수 있다. 게다가 프로그램을 복사해 보관해두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사멸하지 않게 된다. 마음이 죽지 않는 사람은 결국 영생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모라벡은 한걸음 더 나가 마음을 융합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조합하는 것처럼 여러 개의 마음을 선택적으로 합치면 상대방의 경험이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라벡의 시나리오처럼 사람의 마음을 기계로 옮겨 융합할 수 있다면 조상의 뇌 안에 있는 기억과 감정을 읽어내 살아 있는 후손의 의식 속에 재생시킬 수 있을 터이므로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미래와 과거의 구분이 흐릿해질 수도 있다.

마음 업로딩의 실현 가능성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은 미국의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다. 2000년 커즈와일은 격월간 ‘현대 심리학(Psychology Today)’ 1월호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30년 안에, 그러니까 2030년까지 우리 자신의 지능·성격·감정·기억 등을 몽땅 스캔해 컴퓨터 안에 집어넣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커즈와일이 2030년까지 마음 업로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두 가지이다. 첫째, 컴퓨터 성능의 비약적 발전이다. 커즈와일에 따르면 1000달러짜리 개인용 컴퓨터가 2020년까지는 한 사람의 뇌, 2030년까지는 한 마을 사람 전체의 뇌, 2050년까지는 지구상의 모든 인류의 뇌를 합쳐놓은 처리 능력을 갖게 된다. 둘째, 뇌를 스캔하는 기술의 획기적 발전이다. 커즈와일에 따르면 2030년까지 혈구세포 크기의 나노로봇 수십억 개를 뇌의 모든 모세혈관 속으로 투입하면 신경 활동을 샅샅이 스캔해 지능과 성격이 고스란히 복사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으며 이것을 컴퓨터로 옮겨 저장할 수 있다.

튜링 테스트는 질문자가 사람과 기계를 가려내는 게임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커즈와일은 2005년 9월 펴낸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도 마음 업로딩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업로딩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제안했다. 1950년 영국의 수학자인 앨런 튜링(1912~54)은 기계의 지능을 측정하는 방법을 최초로 제시한 논문으로 자리매김한 ‘계산하는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첫 문장을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면서 그가 창안한 특유의 게임에 합격하는 기계는 사람과 같은 지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게임은 사람-기계-질문자 사이에 진행되며 질문자는 사람과 기계 중 어느 쪽이 사람이고 어느 쪽이 기계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사람은 질문자에게 자신이 사람이고 다른 쪽이 기계라는 사실을 납득시키기 위해 충실한 답변을 한다. 그러나 기계는 거꾸로 질문자가 자신을 사람으로 생각하고 사람을 기계로 착각하도록 답변한다. 튜링은 기계가 질문자로 하여금 자신과 사람을 잘못 구분하게 할 수 있다면, 그 기계는 사람처럼 지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기계가 사람이 행동하는 방법과 구별할 수 없게끔 행동한다면 그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게임은 기계가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일종의 시험이기 때문에 훗날 ‘튜링 테스트’라고 명명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커즈와일은 “마음 업로딩으로 재창조된 존재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경우 원래 사람과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똑같은 복제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분야 전공자 중 재미 한국 과학자도
모라벡이나 커즈와일의 시나리오는 나중에 검증이 될 테지만 마음 업로딩이 과학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 2007년 5월 영국 옥스퍼드대의 철학자인 닉 보스트롬은 신경과학과 나노기술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마음 업로딩으로 디지털 불멸이 구현될 수 있는지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했다. 그 결과는 2008년 ‘뇌 전체 기능의 소프트웨어 모형 만들기(Whole Brain Emulation)’라는 제목의 기술보고서로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는 21세기 안에 마음 업로딩이 기술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미 과학자인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도 마음 업로딩이 실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승현준 박사는 커넥터믹스(connectomics)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뇌 신경세포(뉴런)의 연결망을 나타내는 지도를 커넥텀, 커넥텀을 작성하고 분석하는 분야를 커넥터믹스라고 한다. 2012년 2월 펴낸 『커넥텀(Connectome)』에서 승 박사는 “마음 업로딩을 천국으로의 승천에 비교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면서 “업로딩에 대한 믿음은 우리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것을 돕는다. 일단 업로딩이 되면, 우리는 불멸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마음 업로딩이 마침내 실현된다면 아마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업로딩된 뇌가 진짜 그 사람과 똑같을 것인가’ 하는 물음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통 속의 뇌(brain in a vat)’라 불리는 사고실험을 떠올리게 된다. 이 사고실험은 철학에서 회의론(skepticism)을 대변한다고 여겨진다. 회의론은 우리가 보고 느끼는 외부 세계가 환상일지도 모른다고 전제하는 철학적 입장이다. 1641년 프랑스의 철학자인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제 1 철학에 관한 성찰(Meditations on First Philosophy)』에서 “감각 경험은 외부 세계를 정확히 기록하기 때문에 지식의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통념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데카르트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이 거짓일 수도 있다고 의심해야 한다’는 회의론을 제시한 셈이다.

‘통 속의 뇌’가 자신이 걷고 있다고 믿고 있다.

데카르트의 회의론을 심화시킨 대표적인 인물은 미국의 철학자인 힐러리 퍼트넘이다. 1981년 펴낸 『이성, 진실, 역사(Reason, Truth and History)』에서 퍼트넘은 통 속의 뇌 시나리오를 철학적 논증에 사용했다. 이 사고실험에서는 사악한 생각을 품은 과학자가 한 남자의 뇌를 몸에서 분리해 통 속에 집어넣는다. 통 안으로 영양분이 잘 공급되므로 뇌는 죽지 않고 잘 살 수 있다. 이 뇌의 신경세포를 전선으로 수퍼컴퓨터에 연결해서 가령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볼 때의 감각경험과 똑같은 전기충격을 제공하면 통 안에서 둥둥 떠다니는 뇌는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지 않고서도 그런 감각을 직접 느끼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요컨대 통 속의 뇌는 그런 감각이 신경조직에 연결된 수퍼컴퓨터로부터 받는 전기자극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두개골에 들어 있을 때처럼 정상적으로 실제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통 속의 뇌 시나리오는 업로딩된 마음이 외부세계를 경험하면서 진짜인지 환상인지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런 회의론에 대해 승 박사는 “컴퓨터에 업로딩된 마음은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감각기관이나 근육 따위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으므로 마음이 두개골에 들어있을 때와 똑같이 실제 세계를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인식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KAIST 겸직교수를 지냈다. 신문에 500편, 잡지에 160편 이상의 칼럼을 연재했다. 『지식의 대융합』 『이인식의 멋진 과학』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등을 펴냈다.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inplant@hanmail.ne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