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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폴트 위기 풀릴 듯 말 듯 … 증시 춤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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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존 베이너 미국 공화당 하원의장의 모습이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있는 TV 화면에 나오고 있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정부부채 한도를 6주 동안 증액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락세가 지속되던 미국 주가가 급등했다. [뉴욕 AP=뉴시스]

미국의 셧다운(연방정부 폐쇄) 및 디폴트(채무불이행) 문제가 타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최악의 디폴트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아무런 조건 없이 정부부채 한도를 6주 동안 증액시키는 방안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이날 시장은 반색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등했다. 다우지수가 2.18%, 나스닥은 2.26% 뛰었다. 국가부도 사태 우려로 빠졌던 하락폭의 절반을 하루 만에 만회했다. 달러화와 국제유가는 오르고 금값은 떨어지는 등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상황은 반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빈손으로 백악관을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오바마가 공화당 제안을 거부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증시가 닫힌 뒤에도 열려 있던 주가지수 선물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자 백악관과 공화당이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백악관은 “아무런 결론도 도출하진 못했지만 좋은 만남이었다”는 성명을 냈다. 하원 예산위원장인 공화당 폴 라이언 의원도 “대통령은 우리 제안을 거부도 수용도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대화와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서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협상 전망은 밝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자 시장은 다시 안도했다. 덕분에 한국을 비롯해 일본·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뛰었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3.5포인트(1.2%) 상승한 2024.90으로 마감했다.

  백악관과 공화당의 ‘치킨게임’에서 먼저 핸들을 꺾은 건 공화당이다. 여론이 불리한 공화당으로선 다음주로 다가온 국가부도 위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와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이 같은 공화당 약점을 파고들었다. 이날 회동에서 공화당이 정부부채 한도 6주 연장 카드를 내밀자 민주당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셧다운까지 한꺼번에 처리하자”고 되받았다. 공화당 지도부로선 허를 찔린 셈이 됐다. 공화당은 이르면 11일 정부부채 한도를 6주간 증액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표결에 부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이 전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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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부채한도 6주 증액' 제안 뒤
다우지수 2.18% 나스닥 2.26% 급등
오바마 거부 소식에 선물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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