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중앙일보

입력 1971.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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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물고기도 제 놀던 곳이 좋더라는 옛말이 있긴 하다만 그 말의 뜻을 절실히 실감하게된 요즈음의 내 생활이다. 애당초에 조물주께서는 사람이나 생물이나 모두를 그 개성에 맞도록 고향을 정해서 탄생시켜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20년이 넘도록 난 내 고향 농촌에서만 자라오며 누구 못지 않게 동경해오던 서울에서 생활할 수 있는 우연한 기회가 생겼다. 지금도 많은 농촌 젊은이들이 오고파하는 서울은 그렇게 좋은 곳만은 아닌 성싶다.
이렇게 말하면 교통이 불편하고 갑갑한 호롱불에 비해 비문화적인 농촌은 무엇이 좋으냐고 반문하는 친구도 있을 게다. 하지만 인류가 살아가는데는 과학의 힘도 크지만 자연의 힘이 더욱 큰게 아닌가? 밤거리를 밝게 비춰 주는 가로등의 신비감(?) 보다는 한달에 한번씩 찾아 비춰 주는 시골의 달빛이 더욱 낭만적이고 뒷동산 나뭇가지 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도시의 소음보다 더욱 그립다. 또한 일손이 끝나면 스스럼없이 이웃집에 가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내 고향의 그리움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곳에선 내 집 대문만 나서면 꼭꼭 잠겨진 문들…. 숨이 꼭 막힐 것 같은 느낌을 억제할 수가 없다.
인구 5백만이 넘는다는 사람의 바다 같은 서울. 정답게 이야기를 나눌 이웃사람이 없으니 인적 없는 사막보다도 더 막막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서울보다는 시골이 전적으로 좋은 곳만은 아니다. 시골에도 힘겨운 농사일에 비해 허망할이 만큼 실리 없는 추수 등. 모순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의 인정 속에서 살고 부지런히 일만하면 서울이나 시골이나 그 성과가 같다면 대자연의 품속인 시골이 훨씬 좋을 것 같다.
나는 내 고향 친우들에게, 또 전국의 농촌젊은이들에게 인정이 넘치는 고향에서 알뜰히 흙을 가꾸며 성실하게 살자고 권하고싶다. 나는 따스한 이 봄엔 앞을 보아도, 뒤콜 보아도 산이·둘러친 벽촌 내 집으로 내려가서 내 마음껏 자연을 음미하고 퇴비 냄새 물씬 나는 외양간과 돼지우리 옆에 봉선화. 채송화들을 가꾸어 벌 나비들의 놀이터를 꾸며주련다. 그리고 농촌의 젊은 청년들이 고향을 멀리하고 도시로만 마음 쓸리지 않도록 농촌의 모순된 점이 하루속히 개선되기를 바라면서…. 【<노순선(서울 성북구 수유동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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