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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알뜰폰은 쌉니다 아니, 비쌀 수도 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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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알뜰폰(MVNO) 사업이 최근 우체국과 대형마트의 가세로 힘을 얻고 있다. 7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한 직원이 시민에게 기존 가격 대비 30% 정도 저렴한 우체국 알뜰폰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전국 226개 우체국에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뉴시스]

이동통신사보다 30%가량 저렴한 통신요금을 앞세운 우체국 알뜰폰 판매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난 7일. 서울 서린동 광화문우체국 한쪽에 마련된 알뜰폰 판매창구는 알뜰폰에 가입하거나 궁금한 점을 묻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알뜰폰 판매를 총괄하는 송영미 담당자는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중장년층이 전체 고객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며 “추가로 ‘세컨드폰’을 하나 더 개통하거나 알뜰폰으로 파는 스마트폰을 살펴보기 위해 방문한 20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알뜰폰이 통신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 8월 가입자 수가 2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 우체국이 알뜰폰 판매에 나서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전에 없이 커졌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전국 주요 226개 우체국(5급 이상)에서 알뜰폰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접수된 신청 건수는 5000건이 넘는다.

 알뜰폰은 이동통신망이 없는 사업자가 기존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별도의 망 투자비용과 운용비가 들지 않아 통신요금이 싸다. 알뜰폰은 현재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 사업자 8개, KT 10개, LG유플러스 9개 등 총 27개 사업자가 판매 중이다. 이 중 우체국을 통해 알뜰폰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아이즈비전·유니컴즈(이상 SKT 망), 에넥스텔레콤·에버그린모바일(KT 망), 스페이스네트·머천드코리아(LGU+ 망) 등 6곳이다.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알뜰폰은 가입비가 없으며 요금제는 선불 5종, 후불 13종(약정 7종 포함)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단말기도 피처폰 8종, 3G 스마트폰 2종, 롱텀에볼루션(LTE)폰 7종 등 총 17종으로 저렴한 폴더 단말기부터 최신 스마트폰까지 고를 수 있다. 고객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단말기로도 호환만 가능하다면 요금제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요금 부과 방식이나 애프터서비스(AS) 등은 기존 이통사와 차이가 많기 때문에 가입 전에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은 비용. 통신요금만 따져보면 기존 이통사의 요금제보다 30%가량 저렴한 게 사실이다. 기본요금이 이통사의 표준요금제와 비교해 월 평균 8500원 싸고, 음성통화는 초당 평균 0.3원 저렴해 월 100분 이용 시 1만원 정도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신형 단말기를 함께 구입할 경우 비용 차이는 상당히 줄어든다. 예컨대 우체국 알뜰폰인 에넥스텔레콤 ‘홈 망 내 무한 55’ 요금제로 갤럭시노트3를 개통했을 경우 통신료 월 납부금 5만5000원 ▶단말기 월 할부납입금 2500원(36개월 기준) ▶할부이자 2624원 등 매달 6만124원(부가세 제외)을 낸다. 비슷한 상품인 KT ‘모두다올레55’ 요금제를 적용한다면 ▶통신료 월 납부금 5만5000원 ▶월 할부납입금 2만9167원(24개월 기준, 보조금 27만원 적용)에 1만4000원을 할인받아 매달 7만167원을 부담한다.

 약정기간이 긴 알뜰폰은 매달 5000원 정도를 12개월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통사 대리점에서 방통위의 가이드라인(27만원)을 초과하는 단말기 보조금을 받거나 각종 유·무선 결합상품 할인, 가족할인, 멤버십 제도 등까지 감안하면 비용은 더 줄어들 수 있다. 갖고 있는 단말기나 구형 단말기로 알뜰폰에 가입하면 요금이 싸지만, 신형 단말기까지 함께 구매할 경우 이통 3사에 2년 약정으로 가입할 때 실제로 내는 비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천 우편사업과장은 “저렴한 통신요금으로 실속 있게 휴대전화를 이용하려는 사람에게 알뜰폰을 추천한다”며 “최신 기기의 기능을 즐기며 인터넷 등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은 기존 이통사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본인의 휴대전화 사용 습관도 고려해야 한다. 음성통화를 주로 사용하고, 통화시간이 길지 않은 소비자라면 알뜰폰이 유리하다. 그러나 인터넷 등 데이터 이용량이 많다면 되레 요금폭탄을 맞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알뜰폰의 요금제는 ▶현 사용 단말기 그대로 번호이동 없이 기본료를 내고 이용하는 후불제 ▶전화요금을 미리 지불하고, 통화할 때마다 사용요금이 차감되는 방식의 선불제 ▶일정 기간 단말기 의무사용을 조건으로 요금을 할인받는 약정제 등이 있다.

 예컨대 선불제의 경우 스페이스네트의 ‘프리티우정선불’은 기본요금이 없고, 음성통화 요금 초당 1.8원, 문자 건당 15원으로 타사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데이터 요금은 MB당 51.2원으로 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데이터를 적게 쓰고 음성통화량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하다.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 사용이 많다면 기본료 1만원에 음성 100분, 문자 100건을 무료로 제공하는 후불제인 에버그린모바일의 ‘EG스마트제로100’이 괜찮은 편이다.

 알뜰폰은 자체 시스템이 부족한 곳이 대부분이어서 이통사가 제공하는 것처럼 정교한 요금제를 설계하는 게 힘들다. 하지만 편의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알뜰폰을 이용하면 좀 더 색다른 요금제를 찾아볼 수 있다. 적립되는 포인트로 자동차 보험료를 결제할 수 있는 ‘롯데인스 마일리지’(SK텔링크), 건강·보험 서비스를 결합한 ‘플러스라이나헬스’(홈플러스), 통화·문자·데이터를 조절해 쓸 수 있는 청소년 전용 요금제(CJ헬로비전) 등이 그 예다. GS25는 7일부터 전국 3000개 매장에서 즉시 알뜰폰 단말기 개통이 가능하도록 판매 시스템을 개편하기도 했다.

 AS도 알뜰폰 가입 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우체국은 판매를 대행하는 역할만 할 뿐, 다른 서비스는 각 업체가 책임진다. 단말기의 작동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도 알뜰폰은 바로 제조사를 찾거나 고객센터를 거쳐야 해 절차가 좀 더 번거로운 편이다.

 휴대전화 본인인증 문제도 있다. SKT망을 이용하는 일부 알뜰폰에서는 이통 3사와 달리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 등을 이용할 때 불편이 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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