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리 포터', 007 누르고 1위 탈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의 추수감사절 연휴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가족단위 관객의 관람열기에 힘입은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이 3,212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여 지난 주말 1위로 개봉했던 007 시리즈 20탄 '007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를 밀어내고 1위 자리에 복귀하였다. '007 어나더 데이'는 이번 주말에도 3,101만불의 성공적인 흥행을 기록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이로써 '해리 포터...'는 개봉후 17일간 총수입으로 2억 16만불을 기록하게 되어 올해 2억불 고지를 넘어선 6번째 영화가 되었다. 이같이 한해에 6편이 2억불을 돌파한 경우는 년간 2억불 흥행작 최다편수 기록에서 작년과 타이의 성적인데, 다가오는 12월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The Two Towers)'이 개봉하면 올해가 이 분야의 새로운 기록을 수립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007...' 역시 개봉 10일만에 1억 138만불을 벌어들여 올해 21번째로 1억불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는 역대 007 영화들중 최단기간 1억불 돌파 성적이기도 하다(종전기록은 '007 언리미티드'의 26일).

북미전역이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들어섬에 따라 가족관객용 크리스마스 영화 '산타 클로즈 2(The Santa Clause 2)'의 인기도 점점 상승하고 있는데, 이번 연휴 주말에는 지난 주말보다 오히려 200만불 가량 수입이 늘어난 1,213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한 계단 오른 3위에 랭크되었다. 지금까지 '산타 클로즈 2'가 개봉 5주간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1,359만불로서 전편에 이어 1억불이 넘는 빅히트작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번 주말에는 무려 5편의 영화들이 미전역에서 선보였으나, 앞선 빅히트작들의 그늘에 가려 이렇다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들중 가장 높은 흥행수입을 기록한 영화는 디즈니의 겨울시즌용 애니메이션 '보물성(Treasure Planet)'으로 1,208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여 4위에 랭크되었고, 아담 샌들러가 제작, 각본 및 목소리 출연한 애니메이션 '아담 샌들러의 에이트 크레이지 나이트(Adam Sandler's Eight Crazy Nights)'가 943만불의 수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보물성'이 3,227개 극장에서 소개된 반면, '아담 샌들러의...'의 상영관 수는 2,503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순위와 무관하게 이번 애니메이션 흥행대결의 승자는 '아담 샌들러의...'라 할 수 있겠다. 이는 '보물성'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었던 디즈니사에게 있어서 실망스러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연휴 개봉작중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주목을 받았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죠지 클루니 주연의 '솔라리스(Solaris)'는 2,406개 극장으로부터 675만불을 벌어들이는데 그쳐 7위로 데뷔전을 치렀고, 웨스 크레이븐 감독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타이틀에 크레이븐 감독을 인용하여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서스펜스물 '데이(Wes Craven Presents: They)'는 1,615개 극장에서 514만불의 수입을 기록해 10위에 랭크되었다. 한편, 이번 연휴 전국개봉작중 가장 낮은 수입을 기록한 '익스트림 OPS(Extreme Ops)'는 1,800개 상영관으로부터 223만불의 수입을 기록해 13위에 랭크됨으로써 개봉 첫 주말에 '골든 도즌'(Golden Dozen: 박스오피스 상위 12위권) 진입조차도 실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주말 개봉작중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보물성(Treasure Planet)'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불후의 명작 동화 '보물섬(Treasure Island)'의 배경을 우주로 설정한 디즈니의 올 겨울 시즌용 모험 만화영화이다.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등 작년까지 연달아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겨울시즌 만화영화로 내놓았던 디즈니가 이번에는 과감히 셀 애니메이션으로 복귀한 이번 영화를 위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인어공주', '알라딘', '헤라클레스' 등의 콤비 감독 론 클레멘츠와 존 머스크가 오랜만에 연출을 담당했다.

영화의 기본골격은 배경 설정이 우주로 바뀌고 엔딩이 디즈니 식으로 전환되었을 뿐 '보물섬'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15세의 짐 호킨스는 우연히 프린트 선장이 감추어둔 보물이 가득한 보물성의 지도를 얻게되고, 스페인 범선과 동일한 외양을 갖춘 우주선의 승무원으로 합류하여 우주로 향한다. 짐은 우주선의 사이보그 요리사인 존 실버로부터 여러 가지를 배우며 그와 친구, 형제같은 가까운 관계로 발전하는데, 그러던 중 실버가 사실은 폭동을 계획하고 있는 해적들의 우두머리임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을 친구처럼 인도해 주었던 실버를 배신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도 잠시, 짐은 해적일당에 맞서기를 결심한다. 결국 짐은 이 해적들에 맞서 상상을 초월하는 보물을 찾는 모험을 통해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게 된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 디즈니 신작에 대해 호감을 나타내었다. CNN의 폴 클린턴은 "매력적인 애니메이션과 결합한 정말 멋진 동화."라고 치켜세웠고, 워싱턴 포스트의 스티븐 헌터는 "아주 작은 부분까지 모든 것에 생생하게 상상력이 동원된 작품."이라고 평했으며, USA 투데이의 클라우디아 퓨즈는 "'보물성'은 비록 디즈니의 최근작인 '릴로와 스티치'의 매력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나타낸 현란한 예술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추수감사절 연휴동안 가족단위 관객들을 위한 기분전환용 모험물로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합격점을 주었다.

이번 주말 5위로 개봉한 '아담 샌들러의 에이트 크레이지 나이트(Adam Sandler's Eight Crazy Nights)'는 비록 만화영화이지만 어린이 관객들보다는 성인관객 취향에 맞게 만들어진(13세 이하는 부모의 주의를 권유하는 PG-13등급을 받았다) 아담 샌들러 스타일 실사영화의 만화영화 버전이다.

샌들러와 흡사한 외모를 지닌 33살의 주인공 데이비 스톤(목소리 연기: 샌들러)은 자신이 사는 덕스베리 마을 사람들이 유대교 성탄절인 하누카(크리스마스와 흡사하다)를 즐기는 것이 못마땅하다. 이에 하누카의 첫 번째 밤에 갖은 사고를 일으킨 그는 결국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된다. 마을의 판사는 데이비에게 무려 10년형을 선고하는데, 이때 나타난 나이많은 농구 코치 휘트니 듀발(목소리 연기는 역시 샌들러)이 그를 구해준다. 자신의 개과천선을 돕겠다고 약속한 휘트니와 함께 8일간을 함께 보내며 데이비는 하누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 71분짜리 만화영화는 제목그대로 아담 샌들러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는데, 직접 공동 각본과 제작을 맡았을 뿐 아니라 극중에서 주인공 데이비와 노인 휘트니, 그리고 휘트니의 여자 쌍둥이 동생인 엘레뇨어 등 3명의 목소리 연기를 담당하였다. 연출은 인기 TV 애니메이션 '딜버트(Dilbert)' 시리즈의 연출을 담당했던 세스 케어슬리가 맡았다.

아담 샌들러의 영화들이 평론가들의 호평과는 거리가 멀 듯이 이 샌들러의 만화영화 역시 평론가들의 혹평을 감수해야만 했다. 시카고 트리뷴의 마크 까로는 "이 영화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아이들은 이 영화에서처럼 모순투성이의 교훈을 필요로 하지 않고, 그렇다고 나이든 관객들이 즐길만큼 재치있고 신랄하지도 않다. 결국 아무도 이 '응가(poo-poo)' 조크(화장실 유머의 유아 버전)를 날카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고 결론내렸고, 할리우드 리포터의 커크 허니컷은 "이 발육부전의 애니메이션에서 상상력이라고는 없다."고 공격했으며, 워싱턴 포스트의 앤 호너데이는 최근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걸작에 출연했던 샌들러를 떠올리며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는 과연 한순간의 꿈에 불과했는가?"고 반문하였다.

이번 주말 7위로 선보인 '솔라리스(Solaris)'는 1972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영화화한 바 있는 스타니슬라프 렘의 SF 소설을 현재 가장 영향력있는 감독중 한명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다시 스크린으로 초대한 SF 드라마이다.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을 담당한 이 영화에서 주연은 슈퍼스타 조지 클루니가 맡았는데, 이번이 '조지 클루니의 표적', '오션스 일레븐'에 이어 클루니-소더버그 감독 의 세 번째 공동작업이다.

에너지가 풍부한 솔라리스 행성 궤도를 선회하던 우주 정거장 '프로메테우스'호에 우주비행사 겸 심리학자인 크리스 켈빈(클루니)이 파견된다. 이 정거장에서는 최근 일련의 이상한 죽음이 이어졌는데, 승무원들은 자살을 했고, 이제 오직 두 명의 과학자들만이 살아 남아있다. 크리스의 임무는 이들을 죽음으로 이끈 것으로 보이는 솔라리스의 '무엇인가'와 협상을 하고 최악의 경우 생존자들을 데리고 귀환하는 것이다. 크리스는 생존자들이 환영에 휩싸여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 역시 몇 년전에 자살한 아내(나타샤 맥켈혼)가 자신의 침대로 돌아오는 환영을 목격한다. 이제 그는 자신의 사랑을 다시 복구할 것인지 아니면 솔라리스의 무언가에 맞서 지구를 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데...

이 SF 영화인지, 로맨스물인지 구분이 모호한 철학적 드라마에 대해 평론가들은 다소간의 논쟁을 벌이면서도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었다. LA 타임즈의 케네스 튜란은 "철학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영화제작의 좋은 예."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윌밍턴은 "사랑스러우면서도 등골이 오싹한 영화."라고 칭했으며, 까다롭기 소문난 빌리지 보이스의 짐 호버만도 "이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화는 우리가 지금과 같은 시즌에 진정으로 보기를 원하는 우아하고 무드있고 지적이고 감성적이며 일관성있는 작품이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주말 10위로 개봉한 '데이(Wes Craven Presents: They)'는 원제(직역하면 '웨스 크레이븐이 선사하는: 데이')와는 달리 호러영화의 명장 웨스 크레이븐이 제작과 무관하게 영화의 감수를 했을 뿐이고 86년작 '히처(The Hitcher)'를 연출했던 로버트 하몬이 메가폰을 잡은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다.

끔찍한 사고를 목격한 이후에 심리학과 대학원생 줄리아('썸원 라이크 유'의 로라 레이건)는 어린시절 그녀가 느꼈던 공포감과 현재의 공포 사이의 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과연 이것들은 실제하는 것들인가?

상당수의 평론가들이 논평할 가치도 없다는 듯 평론 자체를 실지 않은 가운데, 평이 소개된 극소수 메이저 평론가들의 반응도 극히 차가웠다.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잠자기를 두려워하는 한 여성에 대한 단조롭고 멍청하며 작위적인 호러물."이라고 일축하였고, 보스톤 글로브의 웨슬리 모리스는 "주인공 로라 레이건의 화날 정도로 김빠진 연기력."을 공격했다.

이번 주말 전국개봉작들중 가장 낮은 흥행순위를 기록한 '익스트림 OPS(Extreme OPS)'는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산맥을 무대로 현란한 스키와 스노보드 기술이 펼쳐지는 스포츠 액션물이다. '아트 오브 워'의 크리스찬 드과이가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이러한 겨울 스포츠를 이용한 액션씬에 주목한 영화로 제작진은 이를 위해 무려 178명에 달하는 스턴트맨들을 동원하였다.

일련의 영화 스탭진들이 익스트림 스포츠 CF를 찍기위해 알프스 산맥으로 향한다. 이들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익스트림 스포츠 전문가 3명을 동원하여 실제 눈사태 현장에서 스키를 타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다. 그들은 헬기를 이용해 산 정상으로 이동, 촬영을 하던 중 우연히 사망으로 위장하고 산속에 은신해 온 테러리스트 '파블로프'를 찍게 된다. 이 사실을 안 파블로프 일당은 이들을 CIA로 착각하고 공격을 시작하고, 이제 일행들은 자신들의 익스트림 스포츠 기술을 동원하여 이들과 숨막히는 생존게임을 펼쳐야 한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혹평일색이었다. 뉴욕 타임즈의 엘비스 미첼은 "필름과 시간중에 어느것이 이 영화의 더 큰 낭비였는지 말하기란 쉽지 않다."고 빈정거렸고, AP 통신의 크리스티 리마이어는 이 영화를 올여름 나온 빅히트 익스트림 스포츠 영화 '트리플 엑스(XXX)'와 비교하여 'YYY'(영어 발음의 뜻인 '왜왜왜' 라는 의미에서)라고 칭하면서 "왜 이 영화가 만들어졌는지, 왜 배우들이 출연하기를 결심했는지, 왜 이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이 있는지 정말 알 수 없다."고 일격을 가했으며,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은 "정말 딱할정도로 멍청하고 상상력이 결여된, '트리플 엑스'와 '버티칼 리미트'의 모방극."으로 규정하였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지난 주말 선보였던 아이스 큐브 주연의 힙합 액션 코메디물 '프라이데이 3(Friday After Next)'가 736만불을 벌어들여 6위에 랭크되었고, 백인 랩스타 에미넴의 반 자전적 드라마 '8 마일(8 Mile)'이 576만불의 수입으로 8위(총수입 1억 739만불로서 역시 이번 주에 1억불을 넘어섰다), 그리고 올가을의 깜짝 히트작 '링(The Ring)'이 526만불의 수입을 추가하며 9위를 차지하였다.

한편, 개봉 33주째인 '마이 빅 팻 그리크 웨딩(My Big Fat Greek Wedding)'은 이번 연휴 주말에도 1,257개 극장으로부터 399만불을 추가하며 11위에 랭크되는 흥행력을 과시했으나(현재까지의 총수입은 무려 2억 1,059만불로 '스파이더맨', '스타워즈 에피소드2', '싸인',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에 이어 올해 흥행랭킹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상위권 진입 후 처음으로 10위권에서 밀려남으로써 이제 서서히 흥행전선에서 물러날 것을 예상케 하였다.

장재일 명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