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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세포배양 백신으로 백신주권 확보 … 제약 강국 청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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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이 세포 배양 백신으로 `백신 주권`을 확립했다. SK케미칼 오산 공장에서 한 연구원이 백신 품질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SK케미칼]

2009년 국내에 신종 플루가 발병하면서 혼란이 초래됐다. 탄력적인 수요에 대응할 수 없어 백신 품귀 현상이 발생하는 등 자칫하면 큰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것. 최근 뇌수막염 백신과 일본 뇌염 백신 등의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국내 백신 수급에 또 한 번 차질이 생겼다. 보건소에서는 영유아에 대한 백신 접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영유아의 부모들이 발만 구르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는 그동안 국내 백신산업의 높은 해외 의존도에 따라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업계 관계자들은 탄력적인 백신 생산 능력과 자체 백신 개발 능력은 국가 안보를 위해 꼭 수호해야 할 ‘백신 주권’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라고 입 모아 말한다.

 ◆백신 주권 확보 차원에서 세포배양 방식 백신 도입해야=현재 국내 기업의 백신 생산 방식인 유정란 기반 공정은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유정란 백신의 경우 1950년대 개발된 이래 오랜 기간 사용돼 온 방법이다. 하지만 유정란 준비에만 6개월이 소요되는 등 생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글로벌 백신 기업들은 백신 생산과정을 세포 배양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세포 배양 백신은 유정란을 이용한 기존 방법 대신 포유류 세포주(cell-line)를 사용하는 백신 제조기술이다. 세포주는 세포 배양을 통해 계속 분열·증식하여 대를 이을 수 있는 배양 세포의 클론을 가리킨다. 이 과정은 격리된 무균의 통제환경에서 진행되므로 잠재적인 불순물 발생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세포 배양 방식 백신은 바이러스 배양용 세포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생물반응기에 투입해 부유배양, 정제과정을 거쳐 백신화 한다. 격리된 무균의 통제환경에서 진행되므로 잠재적인 불순물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기존 유정란 기반 공정에 비해 생산 기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어 2~3개월 내에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세포 배양 방식을 이용하면 갑작스런 인플루엔자 대유행시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신종바이러스 유행 시에도 긴급생산시설로 활용이 가능하다. 기존 백신생산에 필수적인 유정란이 필요 없어 조류 독감 등 유정란의 외부 오염 원인에서 자유로우며,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접종 가능하다.

 ◆SK케미칼, 세포 배양 백신으로 백신 주권 확립=국내에서는 SK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세포 배양 방식 백신 임상 3상에 돌입하는 등 개발 성공에 가장 근접해 있다. 세계적으로도 세포 배양 방식 백신 개발과 생산에 성공한 기업은 노바티스, 박스터 등 세계 정상급 글로벌 기업뿐이다.

 SK케미칼은 2010년부터 경북바이오단지(안동) 내에 당시 지식경제부 광역경제권 연계협력사업인 ‘인플루엔자 등 백신원료 맞춤형 생산지원사업’의 지원을 통해 ’세포배양방식의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 설비’를 구축 중이다. 이 사업은 국민보건 증진 및 백신 자주권 수호를 목적으로 국가 필수예방 백신 등의 개발, 생산을 정부의 지원 하에 민간 사업자가 수행하는 사업이다.

 SK케미칼은 2010년 참여기업으로 선정됐다. 2013년 준공을 목표로 백신 생산 기지를 경북 바이오 산업단지 내에 짓고 있다. 이 공장은 대지면적 6만3000㎡에 연간 1억4000만 도스(1회 접종량)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된다. 원액 및 완제 생산시설부터 제품 검증 시설(QC/QA)을 비롯한 물류창고까지 모든 부대시설이 포함된다. 여기에 차세대 제품 개발에 필요한 파일럿 시설까지 확보했다.

 세포 배양 방식을 활용한 자체 백신 개발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SK케미칼은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동물세포배양기술을 이용한 세포배양 인플루엔자백신(Cell culture influenza vaccine)의 임상시험계획을 국내에서 첫 번째로 승인 받고 임상에 착수했다.

 지난 8월에는 식약처로부터 동물세포배양기술을 이용한 인플루엔자 백신(이하 세포 배양 백신)의 3상 임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이로써 SK케미칼은 임상의 마지막 단계인 3상에 돌입했다.

 이번 3상 돌입은 SK케미칼과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단장 고려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이 국내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9월 1상에 착수한 지 약 1년 만의 성과다.

 임상을 이끌고 있는 범부처 사업단장 김우주 교수는 “3상을 통해 안전성 및 유효성이 입증되면 대유행 인플루엔자 백신의 신속한 개발 및 생산을 통해 백신주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케미칼은 현재 안동 공장에서 임상 3상을 위한 시료 등을 생산 중이다. 3상이 끝나는 2014년 하반기부터는 차세대 기술인 세포 배양방식을 활용해 인플루엔자 백신을 비롯한 각종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시설을 갖춰 백신 주권 확보에 기여하게 된다.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TEPIK·Transgovernmental Enterprise for Pandemic Influenza in Korea)=신종인플루엔자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연구개발 역량 강화 및 범부처 협력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2010년 11월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계기로 발족됐다. 정부로부터 R&D예산을 지원받아 새로운 백신, 치료제 및 진단검사법 개발 제품화를 비롯해 연구 인프라 구축, 중장기적인 기초, 역학 및 임상연구 분야의 연구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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