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독일서 뜬 한국축구의 샛별, 손흥민

중앙일보

입력 2013.09.27 00:28

업데이트 2013.09.2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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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둘레 68㎝, 무게 450g의 축구공. 한 손으로 가볍게 들 수 있지만 손흥민에게는 인생의 전부이기도 하다. 차범근은 손흥민을 두고 “본능적으로 골문으로 향하는 타고난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파주=이호형 기자]

2000년대 이후 유럽에 진출한 한국 축구선수 중 가장 큰 별은 박지성(32·에인트호번)이다. 하지만 박지성을 능가할 만한 잠재력을 지닌 선수가 나왔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폭발력은 박지성보다 한 수위다. 손흥민(21·레버쿠젠)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차범근이 몸담았던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관심이 더 크다. 웃는 얼굴이 귀여운 20대 청년 손흥민을 이달 초 축구 국가대표팀의 A매치 기간에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의 소소한 일상부터, 승부사로서 각오까지 솔직하게 밝혔다.

-새 팀 레버쿠젠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이전 소속팀 함부르크보다 경쟁이 훨씬 심해요. ‘대충’이라는 게 없어요. 조금이라도 몸이 좋지 않다 싶으면 경기에 내보내지 않죠. 감독님(사미 히피아)의 신뢰를 얻으려는 선수들의 노력이 눈에 보여요.”

 -훈련 방식이나 일상생활에 변화는 없나요.

 “함부르크 시절에는 훈련량이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는데, 레버쿠젠은 매일 2시간씩 훈련 시간을 꽉 채워요. 상대팀 전술에 맞춰서 프로그램도 계속 바꿉니다. 리베리(바이에른 뮌헨)처럼 좋은 윙어를 보유한 팀과 만날 땐 두 명의 선수가 협력 수비하는 걸 집중적으로 연습하죠. 매일 색다른 긴장감이 있어서 좋아요.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라면 함부르크 시절만큼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한다는 거? 레버쿠젠이 아니라 뒤셀도르프에 살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레버쿠젠에 차붐의 흔적이 남아 있던가.

 “홈 구장에 축구화를 보관하는 방에 가면 차 감독님 사진이 걸려 있어요. 관리 직원은 차 감독님이 선수 때부터 근무하신 분이래요. 그분이 차 감독님은 술·담배를 입에도 안 대고 정말 성실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감독님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요.”

 -원정 갈 때 가방에 꼭 챙겨가는 물건은.

 “아이패드죠. 영화와 노래, 예능 프로그램까지 다 넣어뒀어요. 최근에 본 영화는 ‘내가 살인범이다’인데 독일어로 봤어요. 독일 아이튠즈에서 다운받았더니 독일어 버전이더라고요. 가끔은 일부러 독일 영화도 봐요. 말을 배워야 하니까.”

 - ‘패션 리더’로 주목받던데.

 “운동선수도 멋을 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옷을 살 땐 어느 브랜드인지 알아보기 힘든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죠. 제 스타일의 멘토는 옷가게를 운영하시는 이모인데요. 패션지에서 좋은 스타일을 찾으면 휴대전화로 찍어 보내주실 정도로 열성적이세요.”

 손흥민의 패션 센스에 숨은 키워드는 ‘효도’다. “독일을 오가시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종종 옷과 가방을 사드리곤 해요. 하지만 내 것을 살 엄두는 안 납니다. 너무 비싸 맛을 들이면 허리가 꺾일 것 같거든요”라며 웃었다.

 -요즘 몸이 눈에 띄게 탄탄해졌는데, 현재 근력을 수치로 표현한다면.

 “턱걸이는 13개 정도 할 수 있어요. 윗몸일으키기는 이 악물고 하면 계속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벤치프레스는 90㎏짜리 바벨에 도전해본 적이 있는데, 간신히 들락말락 하는 수준이었어요.”

 -민감한 질문 하나. 6월 대표팀 훈련 도중에 선배 정인환(27·전북)에게 대들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냥 루머예요. 연습게임 도중에 인환 형과 충돌해서 무릎을 다쳤는데, 제가 나중에 형에게 가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린 게 전부예요. 제가 인상을 썼을 수도 있지만, 아파서 그랬던 거지 선배에게 무례하게 행동한 건 절대 아니었어요.”

 당시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부진한 경기 내용에 감독과 선수 간 불화설, 유럽파 대 비유럽파의 내분설까지 퍼져 곤란을 겪었다. 손흥민이 정인환에게 훈련 도중 대들며 짜증을 냈다는 소문은 팬들 사이에서 ‘대표팀 내분설’의 증거로 여겨졌다. 손흥민은 “작은 해프닝이 이렇게 큰 오해를 불러올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은퇴 전까지는 결혼하지 말라고 하셨다던데.

 “일찍 결혼하는 건 반대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도 서른 넘어서 결혼할 생각이고요. 하지만 제가 35살 정도까지는 현역으로 뛸 수 있을 텐데, 그때까지 연애를 못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아버지 뜻대로 은퇴할 때까지 결혼을 미룰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대표팀에서 김신욱(25·울산)·윤일록(21·서울)과 단짝인데, 두 사람이 함께 물에 빠지면 누구부터 구할 겁니까.

 “와, 진짜 어렵다. 일록이는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단짝 친구고, 신욱이 형은 대표팀에서 훈련할 때 B팀(비주전팀)의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은 사이예요. (잠시 고민한 뒤) 일단 일록이부터 구해야 할 것 같네요. 신욱이 형은 키(1m96㎝)가 크니까 2m보다 얕은 물에서는 위험하지 않잖아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도전 중인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가가와 신지(일본)를 꼭 이기고 싶다고 말한 적 있죠.

 “꼭 이겨야죠. 가가와가 도르트문트에 있을 때도 정말 이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맨유는 도르트문트보다 좋은 선수가 많은 팀이니 더더욱 꺾고 싶어요. 한때는 맨유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소속팀에서 행복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요.”

 -분데스리가 우승과 득점왕 중 어느 쪽이 더 간절한가요.

 “우승을 꼭 해보고 싶어요. 전 이제껏 우승 트로피를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레버쿠젠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꿈인 것 같아서 기대돼요.”

 손흥민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 독일 FA컵,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합쳐 8경기에 출전해 3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레버쿠젠은 분데스리가에서 5승1패로 도르트문트·바이에른뮌헨(이상 5승1무)에 이어 3위다. 일단 출발이 좋다.

김정용 기자

손흥민은 …
- 생년월일 : 1992년 7월 8일
- 출생지 : 강원도 춘천
- 체격 : 1m83㎝·76㎏
- 출신교 : 부안초-육민관중-동북고(중퇴)
- 프로 경력 : 함부르크(2010~2013), 레버쿠젠(2013~ )
- 주요 경력 : A매치 17경기 4득점, 분데스리가 통산 77경기 21득점
- 별명 : 코알라(잠을 많이 자서)
- 좋아하는 음식 : 삼겹살·떡볶이·자장면
- 좋아하는 선수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자주 보는 TV 프로그램 : 무한도전·런닝맨
- 대표팀 단짝 : 윤일록·김신욱
- 소속팀 단짝 : 시드니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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