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교육이 최고의 인성교육

중앙일보

입력 2013.09.27 00:18

업데이트 2013.09.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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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7월 휴마트 인성스쿨 1기로 참여했던 서울 홍대부속여중 학생들이 16일 교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휴마트 인성스쿨은 체험을 통해 인성의 다양한 덕목들을 배우는 국내 최초 인성학교다. 전남도·장성군이 기증한 폐교를 리모델링해 KT 등 기업들의 사회공헌모임인 드림투게더와 중앙일보가 운영을 맡고 있다. [김성룡 기자]

서울 마포구 홍대부속여중 3학년 송가연(15)양은 이 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춤 동아리 ‘대대로’의 리더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무용실에 모여 춤을 춘다.

 어릴 적부터 춤을 좋아했던 가연양이 댄스 동아리를 만든 건 지난해 4월. 당시엔 자기 반 교실 외엔 연습 공간이 없었다. 학교 밖 구립청소년수련관을 찾아가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2학기부턴 학교 무용실을 쓸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의 자발적 동아리를 학교가 지원해주기로 하면서다. 가연양의 동아리는 자생 동아리 ‘1호’가 됐다. 4명으로 출발한 동아리가 이제 13명으로 늘었다. 3학년이 6명, 2학년이 4명, 1학년이 3명이다.

 “1, 2, 3학년 가릴 것 없이 다 같이 친구처럼 지내요. 춤이 엄청 힘들거든요. 선후배라기보단 언니·동생 관계죠.”

 한 개 학년이 다섯 학급인 이 학교엔 이 같은 자생 동아리가 15개(회원 학생 209명)나 된다. 음악 감상·보컬·만화·밴드·스포츠 등 학생 스스로 하고 싶은 분야를 골랐다.

 학교마다 정규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 측이 개설한 동아리가 있다. 이 학교에도 20개 넘는다.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한다지만 교사가 먼저 반을 만들고 ‘모여라’ 하는 식이죠. 이 점에서 자생 동아리는 철저히 학생 중심이에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학생들 모두가 즐겁게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겐 분출구가 필요하잖아요.”

 지난해 9월 취임한 노성기(59) 교장이 자생 동아리 지원을 결심한 배경이다. 1968년 문을 연 학교가 40년 넘게 써온 터를 지난해 8월 상수동에서 성산동으로 옮긴 것도 작용했다. 재학생 선배들과 거주지와 출신 초등학교가 다른 신입생들이 자연스럽게 융화하게 하는 게 중요했다.

 가연양은 여름방학 이후로 후배들에게 음악·동영상 편집을 가르친다. 졸업한 이후에도 동아리가 이어졌으면 해서다. “인성교육요? 학생 눈높이에서 해주시면 좋겠어요. 학생회 학생 말고 다른 학생들 얘기도 들어주시고요.” 가연양의 말엔 중학교 인성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인성교육은 학생들의 생활 습관에 대한 학교의 관심에서 시작된다. 서울 서대문구 정원여중이 대표적 예다. 국어 시간엔 아이들이 평소에 쓰는 욕의 어원을 알려주고 영어 시간엔 언어폭력을 주제로 역할극을 한다. 원내인 국어교사는 “뜻을 모르고서 욕을 하던 아이들이 얼마나 상스러운 말인지 알고 나면 충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지현(42·여)씨는 “학교에서 언어와 인사를 강조하는 교육을 하니 집에서도 아이가 행동을 조심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중도 비슷하다. 2년 전부터 매 학기 ‘바른생활교실’을 연다. 지각을 하거나 수업 태도가 나빠 벌점이 쌓인 학생들이 대상이다. 이들을 모아 일주일 동안 아침마다 가족·교사에게 편지를 쓰게 한다. 주변 사람을 칭찬하는 일기도 적게 한다. 신범영 교감은 “생활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학생들의 인성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체육 활동 역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배려와 협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서울 송파구 풍납중은 올해 1학기부터 평일 점심시간에도 학년별 스포츠리그를 연다. 여학생들을 위해 티볼(‘T’자형 막대 위에 공을 놓고 치는 야구와 비슷한 게임)이나 짝피구 경기도 꼭 끼워 넣는다. 주말리그를 운영하는 학교는 많지만 평일 점심시간까지 활용하는 학교는 드물다. 2학년 이성원(14)군은 “스포츠리그가 없었던 지난해보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 더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풍납중은 지난해 학교폭력이 7건이었는데 올해 스포츠리그 도입 이후 9월까지 3건에 그쳤다.

 서울 성동구 마장중은 매주 화요일이면 체육관처럼 바뀐다. 4~7교시를 모두 비우고 전교생이 축구·농구·배드민턴·탁구 등을 한다. 주말엔 부적응 학생들을 모아 교사들과 함께 족구 시합을 벌인다. 손원석 교감은 “체육 활동을 늘리면서 아이들 생활 태도가 더욱 좋아졌다”고 전했다.

 ‘성적보다 인성’이라고 하지만 인성을 중시하는 학교는 성적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둔다. 청담중은 올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학생의 87%가 ‘보통학력 이상’을 받았다. 바른생활교실 도입 첫해인 2011년(78%)보다 크게 높아졌다.

◆특별취재팀: 성시윤·윤석만·이한길·김혜미·이서준 기자
◆경희대 연구팀=정진영(정치외교학)·김중백(사회학)·김병찬(교육행정)·성열관(교육과정)·지은림(교육평가)·이문재(현대문학)·김진해(국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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