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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파는 게 리조트 … 남해풍광 보는 순간 성공 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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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클럽 서울 이만규 대표는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걸 정말 어색해 했다. 그런데 미국 영화배우 스티브 맥퀸 얘기가 나오자 금세 화색을 띠었다. 아난티클럽 서울의 숲 속 카페 이름도 ‘맥퀸스 카페’였다.

경남 남해에 내려갈 때마다 궁금한 게 있었다. 서울에서 부지런히 운전을 해도 꼬박 6시간 걸리는 남해안의 외진 마을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럭셔리 리조트가 자리 잡고 있는 게 영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 리조트는 국내 브랜드도 아니다. 힐튼이라는 세계적인 리조트 체인이 국내 관광업계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외딴 곳에 떡하니 들어서 있다. 놀랍게도 이 리조트는 1년 내내 빈 방을 찾기 힘들 정도로 성황을 누린다. 힐튼 남해리조트의 성공신화는 국내 레저업계가 스스로의 낮은 안목을 반성하며 수긍하고마는 예외 사례다. 이달 초 경기도 가평의 컨트리클럽 ‘아난티 클럽 서울’에서 이만규(43)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힐튼 남해리조트뿐 아니라 아난티클럽 서울 등 5개 회사의 대표이사다. 도통 언론에 얼굴 내밀지 않는 이 젊은 경영인을 찾아가서 만난 건, 레저업계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는 성공 비결을 듣기 위해서였다.

-우선 직함부터 통일하자.

“아버지가 에머슨퍼시픽 그룹 이중명 회장이시고, 그룹 계열사 6개 중에서 힐튼 남해리조트, 아난티클럽 서울, 금강산 아난티리조트 등 5개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아난티(Ananti)’라는 브랜드를 내가 직접 고안한 것이어서 아난티클럽 서울의 대표로 불리는 게 좋다.”

-그럼 힐튼 남해리조트는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은 것인가.

“전혀 아니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처음부터 내가 벌인 사업이다. 그때 고생한 게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2003년 당시 남해군이 개발을 원했지만 국내 대기업 한 곳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그때 리조트 부지는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이었다. 근처에 유명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교통도 안 좋고, 여름에는 파리와 모기가 들끓어 지역 주민의 원성이 심했다. 그래서 외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국내 최초의 본격 씨사이드 골프 클럽을 꿈꿨기 때문에 바다에 들어선 리조트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10t 트럭 20만 대 분량의 흙을 날라와 갯벌을 메웠다. 매립 기간만 19개월이고, 매립 면적은 30만 평이다.”

힐튼 남해리조트 전경. 부드러운 건물 곡선과 조명이 남해 풍광과 극적으로 어울린다.

-힐튼 브랜드는 어떻게 들어왔나.

“남해리조트는 에머슨퍼시픽 그룹의 첫 리조트 사업이었다. 그래서 전문 리조트 회사가 경영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2004년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힐튼의 아시아퍼시픽 지사장을 만나 직접 설득했다. 지금 생각해도 힐튼이 우리와 손 잡은 건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리조트 경력이 전혀 없는 한국 중소기업의 비전과 열정만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그때 내 나이 서른네 살이었다.”

레저업계 용어 중에 ‘젯셋족’이란 게 있다.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귀족 여행자를 일컫는 말인데, 외국 백만장자의 여행방식을 가리킬 때 쓰인다. 힐튼 남해리조트는 ‘젯셋족’을 위한 국내 최초의 리조트라는 평을 듣는다. 주말이면 서울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사천공항까지 내려와 리조트로 들어오는 손님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최근 들어 국내 진출을 타진하는 세계적인 호텔·리조트 브랜드가 부쩍 늘어난 것도 힐튼 남해리조트의 성공에 힘입은 바가 크다. 힐튼 남해리조트는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하는 ‘월드 트레블 어워드’에서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 최고의 골프 리조트로 선정됐다.

-성공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리조트는 인공시설이지만 리조트는 시설을 파는 게 아니다. 자연을 파는 것이다. 남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나는 자신했다. 교통이 불편한 건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힐튼 남해리조트는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했다고 믿는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스타일이라. 그래서 힐튼 남해리조트가 예술작품 못지않게 조형적인가. 아난티클럽 서울의 클럽하우스도 낮고 부드러운 곡선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에 리조트라는 개념은 힐튼 남해리조트 이후에 생겼다. 그 전에는 그냥 콘도(콘도미니엄)였다. 아파트를 그대로 산으로 옮겨 놓은 듯한 콘도는 숙박업소일 뿐이었다. 리조트가 되려면 한 공간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건물의 조형미는 기본이고 사람이 활동하는 데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다른 리조트는 설계에 6개월이 안 걸리지만 우리는 최소 3년이 걸린다.”

-콘도가 아니라 리조트라.

“컨트리클럽이란 단어의 뜻을 아는가? 우리나라에선 골프장처럼 통하지만 컨트리클럽은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온 가족이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공간을 가리킨다. 아난티클럽 서울은 승마·테니스·수상스키·등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겨울에는 국내 최초로 개썰매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아빠를 위한 골프장이 아니라 온 가족이 즐겨야 한다. 리조트에 대한 내 철학을 담아 ‘아난티’라는 브랜드를 내놨다.”

-아난티? 무슨 뜻인가.

“특별한 뜻은 없다. 소니·구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이름이 원래부터 깊은 뜻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아난티도 마찬가지다. 발음하기 쉽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어 좋은 이름인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아난티클럽 서울 옆에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을 준비하고 있다. 80평형 객실을 70개만 두고 모든 객실을 펜트하우스로 꾸밀 생각이다. 설계에만 5년이 걸렸다. 다른 건물보다 천장을 1m 높여 3.3m 높이로 설계했다. 난방비가 많이 들지만 객실마다 수영장이 들어가기 때문에 습기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독일 회사와 함께 ‘에어컨이 없는 냉방 시스템’을 개발했다. 부산 해운대에도 펜트하우스 해운대를 건설할 작정이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리조트와 다른 모습일 것이다. 대형 건축물은 한 번 세우면 20∼30년 그 자리에 서 있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디자인은 리조트 업계의 사회적 책임과 같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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