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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홍 전격 송환 … 최태원 회장 오늘 선고 여부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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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태원 SK 회장의 횡령 혐의 재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26일 오후 대만에서 송환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최태원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최태원(53) SK그룹 회장 횡령사건에 큰 변수가 생겼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이 26일 대만에서 국내로 송환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오늘(27일) 오후 2시 항소심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다. 항소심 담당 재판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그대로 선고공판을 진행할지, 김 전 고문에 대한 신문을 위해 변론을 재개할지 여부를 두고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는 26일 오후 5시30분쯤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서 대만 정부로부터 강제추방 명령을 받은 김 전 고문을 체포했다. 법무부 국제형사과 수사관 2명이 대만 현지에 직접 나가 체포했으며 이날 오후 8시30분쯤 아시아나항공 714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김 전 고문에 대한 대만 내 사법절차가 모두 마무리됨에 따라 송환됐다”며 “대만 정부가 김 전 고문에게 강제추방 명령을 내렸고 현지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귀국한 김 전 고문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로 신병이 인계됐다. 특수1부 수사관들은 이날 오후 10시30분쯤부터 구류신문 등 기초조사를 한 뒤 자정쯤 그를 서초경찰서에 이감했다. 김 전 고문은 일단 최 회장의 450억원 횡령사건의 공범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최 회장이 ‘6000억원의 개인 자금을 사기당했다’며 고소한 건은 조사 대상에 아직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고문의 송환은 지난 7월 31일 대만 북부 지룽(基隆)시에 있는 온천시설 인근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붙잡힌 지 두 달 만이다. 그는 최 회장 횡령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초기인 2011년 3월 중국으로 출국해 기소중지된 상태였다. 그간 대만 당국은 김 전 고문의 이민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법무부와 국내 송환 시점에 대해 조율해 왔다. 하지만 김 전 고문이 대만 현지에서 형사고소를 당하는 등의 이유로 조기 송환에 차질을 빚었다.

 김 전 고문의 전격적인 송환으로 최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변론 재개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는 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김 전 고문이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이며 사건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 막바지 들어 재판부는 두 차례 선고기일을 연기하는 과정 끝에 “김 전 고문의 증언 없이 함께 기소된 김준홍(47)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증언과 김 전 고문의 녹취록 내용만으로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다”며 변론을 종결했다. 두 번째 결심공판이 열렸던 지난 3일에는 “내일 당장 들어온다고 해도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하지는 않겠다”며 “최 회장의 구속 만기(30일) 전에는 무조건 선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 횡령사건의 ‘기획자’로 지목된 김 전 고문이 국내로 송환됐는데도 불구하고 핵심 인물에 대한 증인 신문 없이 그대로 선고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선고를 한다 해도 상고심에서 심리 미진 등의 이유로 파기 환송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고법의 한 관계자는 “국내 송환 소식을 들은 지 몇 시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부가 선뜻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재판부 입장에서는 선고를 하면 마음은 편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재판을 위해서는 (변론 재개라는) 모종의 결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 측은 밤샘 논의를 거쳐 27일 오전 법원에 변론재개 신청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글=박민제·심새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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